코너 몰린 中, ‘190조원+a’ 부양책 내놨지만… 5% 성장은 여전히 물음표
지준율·주담대 금리 인하 등 전방위 부양책 발표
회복 의지 드러냈지만 5% 달성 여부 전망 엇갈려
중국이 1조위안(약 188조97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를 비롯해 전방위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한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과 내수 부진, 부동산 침체 등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들을 빠르게 떨쳐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번 부양책 덕에 연말로 갈수록 회복 모멘텀이 살아날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경기 부진을 뿌리뽑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24일 중국 국무원이 개최한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는 판궁성 인민은행장과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 우칭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참석했다. 3개 금융당국 수장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13일 5% 안팎으로 설정된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하면 경기 부진에 대한 지도부의 위기감이 한껏 고조된 상태라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그만큼 이날 발표된 경기 부양책은 규모가 컸다.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지준율 0.5%포인트 인하, 장기 유동성 1조위안 공급 ▲역환매조권부채권(역레포) 금리 0.2%포인트 인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0.5%포인트 인하 ▲2주택 주담대 최소 계약금 비율 인하 ▲부동산 개발업체 자금 지원책 연장 ▲미분양 주택 재대출 출자 확대 ▲중앙은행-금융기관 간 스와프 신설 등의 부양책을 대거 쏟아냈다. 올해 나온 경기 부양책 중 가장 광범위하다는 평가다.
◇ 지준율·정책금리 동시 인하… 주담대 이자 28조원 경감
특히 시장은 지준율이 큰 폭으로 인하되는 동시에 정책금리인 역레포 금리까지 함께 내려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디플레이션 우려 해소가 주목적이다.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2월(1.0%) 이후 18월째 1%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준율 인하와 정책금리 인하) 두 가지 조치가 함께 시행된 사례는 최소 10년간 없었다”라고 했다. 베키 리우 스탠다드차타드 중국거시전략책임자는 “예상보다 더 대담한 통화 정책 완화가 이뤄졌다”라며 “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따라 앞으로 분기별로 더 대담한 완화 여지가 있다”라고 했다.
실제 이날 판 총재는 “연말까지 3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어 상황에 따라 0.25~0.5%포인트 더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연준의 빅컷이 중국의 통화정책 운용 공간을 넓혀줬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최근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조정되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이 크게 완화됐다”라고 했다. 그동안 중국은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는데, 미국과 금리차 확대에 따른 위안화 약세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의 내수 활성화 의지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주담대 금리를 0.5%포인트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판 총재는 이로 인해 “5000만가구, 1억5000만명의 이자 부담액을 연평균 약 1500억위안(약 28조 4100억원) 경감 효과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소비 여력이 커지는 것이다. 여기에 정책금리 인하로 인해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 수익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예금 금리 인하도 유도하기로 했다. 이 이면에는 가계 여윳돈을 저축이 아닌 소비로 유도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숨어있다.
경기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침체 해결책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판 총재는 주담대 금리 인하 외에도 주담대 최소 계약금 비율 인하, 부동산 개발업체와 미분양 주택 구입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 등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1년 정점을 기록한 후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라며 “중국 정부가 주택 구매 제한을 대거 철폐하고 주담대 금리 인하, 최소 계약금 요건 등을 대폭 낮췄지만, 지금까지는 수요를 회복하거나 가격 급락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라고 했다.
◇ 엇갈리는 평가… “성장 모멘텀 회복” vs “바주카포는 아니다”
중국이 지금 이 시점에 전방위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 5.3% 성장했지만, 2분기 4.7%로 꺾이며 상반기 누적 5.0%에 그쳤다. 2분기 부진으로 인해 1분기 추가 상승분을 반납한 것이다. 3분기 역시 4%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이 올해 목표치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로 중국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먼저 이들 부양책이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킬 불쏘시개 역할은 충분히 해낼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올해 중국 성장률을 4.7%로 전망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에릭 주 중국이코노미스트는 “최소한 이번 정책 발표는 경제 심리에 절실히 필요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이처럼 강력한 통화 패키지 덕분에 성장률은 5% 목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린 송 ING 중국 담당 수석경제학자 역시 “대규모 정책 추진 흐름을 보면, 4분기로 갈수록 (성장) 모멘텀이 회복될 수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경기 부진을 털어내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중국수석경제학자인 레이먼드 융은 “바주카포와는 거리가 멀다”라며 “저축 금리 인하가 부동산 회복을 얼마나 유도할지는 확실치 않다”라고 했다. 주톈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 교수도 “통화정책 완화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라며 “시장이 앞으로도 통화정책이 계속 완화되고 더 많은 지원이 제공될 것이라는 강력한 기대감을 가져야 하는데, 여전히 약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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