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유전자 있어도…'이 영양소' 충분하면 치매 위험 '뚝'

박정렬 기자 2024. 9. 2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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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김지욱 교수팀,
단백질 섭취-알츠하이머병 연관성 연구
유전적 소인 있어도 기억력 40% 높아져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노년층의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기능인 삽화 기억(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은 노인에게서 가장 흔한 신경퇴행성 질환 중 하나다. 기억력을 포함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아직 증상을 개선하는 것 이외에 손상된 뇌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치료제는 없어서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번에 나온 국내 연구는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24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 금무성, 서국희, 최영민 교수와 진단검사의학과 김현수 교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관련 코호트연구에 참여한 치매가 없는 65~90세 196명을 대상으로 노년층에서 단백질 섭취와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 저하, 특히 삽화 기억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이들 중 113명은 인지기능이 정상이었고, 83명은 경도인지장애가 있었다. 삽화 기억은 정보를 저장하고 회상하는 능력인 기억의 종류 중 시간과 공간의 맥락에서의 기억으로 대게 알츠하이머병 초기에 손상된다.

단백질 섭취에 따른 전체 인지기능(A, 사진 왼쪽)과 삽화기억(B)의 차이./사진=한림대동탄성심병원


연구팀은 노인의 영양상태를 평가하는 간이 영양평가(Mini-Nutritional Assessment) 방법으로 숙련된 연구자가 인터뷰를 통해 참가자들의 3개월간 음식 섭취를 평가했다. 단백질 섭취는 △유제품(우유, 치즈, 요거트) △콩류 또는 계란 △육류, 생선, 가금류 섭취량과 횟수를 바탕으로 낮음(0~1개 지표 충족), 보통(2개 지표 충족), 높음(3개 지표 모두 충족)으로 분류했다. 인지기능 평가 외 다양한 영향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혈관질환 여부, 전반적인 신체활동, 연간소득, 영양 생체지표, 혈액검사 및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자 검사 등도 진행했다.

그 결과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의 전체 인지기능 점수는 83점으로 낮은 단백질 섭취 그룹의 인지기능 점수 67점에 비해 24% 높게 나타났다. 특히 삽화 기억 점수는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이 43점으로 낮은 단백질 그룹 34점보다 27% 높았다. 영향변수들을 보정한 경우에도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에서 낮은 단백질 섭취 그룹에 비해 전체 인지기능과 삽화 기억이 약 20% 더 높았다. 그러나 비기억성 인지기능(언어능력, 집행기능, 시공간 능력, 주의력)에서는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단백질이 인지기능과 연관됐다는 '단서'도 함께 제시했다. 단백질 섭취량과 알츠하이머병 유전자인 아포지단백E4(이하 APOE4) 사이에 유의미한 상호작용이 발견돼, APOE4가 단백질 섭취와 삽화 기억 간의 관계를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특히 APOE4가 존재하는 경우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의 전체 인지기능과 삽화 기억이 낮은 단백질 섭취 그룹보다 약 40% 더 높았다. APOE4가 단백질과 인체의 대사활동 간의 상호작용에 끼치는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진 왼쪽부터)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 금무성 교수.


금무성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단백질 섭취가 많을수록 노년층의 삽화 기억이 더 좋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 단백질 섭취가 인지기능 유지에 특히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욱 교수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신경 가소성을 촉진하고, 인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영양인자의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높은 단백질 섭취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 인지 저하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APOE4 유전자의 지질 대사 및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 기전과 상호작용해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고위험군에 속하는 노년층에서 단백질 중심의 식단이 인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노년층에서의 단백질 섭취가 인지 저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이를 보다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2020년부터 알츠하이머병 관련 코호트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위한 건강식이습관, 고강도 걷기 등의 생활방식 개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들을 도출해내고 있다. '단백질 섭취와 삽화 기억: 아포지단백 E4 유전자형의 조절 역할'이란 제목의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연구 및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 8월호에 실렸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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