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양 먼저" vs "주가조작 방지"…민주 금투세 시행 놓고 갑론을박

김지은 기자 2024. 9. 24. 14: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 국회서 공개토론회 개최…이르면 26일 당론 결정할 듯
유예팀 "투자심리 위축 우려" 시행팀 "자본유출 근거 없어"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준비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 정책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9.2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정금민 신재현 김경록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한 당의 입장을 정하기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내년 시행 여부를 두고 찬반 논쟁을 벌였다.

"취약한 한국 증시 상황상 시기상조"라는 유예팀 주장과 "금투세는 시장의 불투명성을 해소한다"는 시행팀 입장이 팽팽하게 맞붙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를 주제로 의원총회 겸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김현정·이소영·이연희 의원이 '유예팀', 김영환·김성환·이강일 의원이 '시행팀' 토론자로 나서 3대3 방식으로 기조발언과 반박을 주고받았다. 토론장에는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항의 방문해 토론회 시작이 5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유예팀은 한국 증시가 침체기인 상황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주식 투자 큰 손들이 이탈해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고 투자 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상법 개정 등 증시 선진화 조치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정 의원은 "지난 4년 동안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증시는 2021년 고점을 모두 회복하고 우상향 중인데 우리 증시만 지독한 박스권에 갇혀 있다"며 "2년 전에 금투세 시행을 유예했을 때보다 증시 상황은 더 악화했고 투자자 보호제도는 갖춰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2019년 11조원에서 2024년 115조원으로 약 10배가량 증가하는 등 심각한 증시자금 유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투세마저 도입되면 비슷한 세율에 거래세도 없고 1년 이상 장기투자에 대해 세제혜택이 있는 선진시장, 미국 시장으로 자금 이탈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증시 밸류업과 자본시장 선진화가 우선"이라며 "조세 정의와 17년 동안 지속한 박스권에 갇힌 증시 부양 중에서 어떤 것이 정책적 목표의 우선이 돼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소영 의원도 "조세 정의만큼 주식시장을 지금보다 나아지게 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며 "우리는 정의 구현자이기 이전에 국민경제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금투세 도입이 주식 시장에 부정적 영향 미칠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거들었다.

이 의원은 "매일 주식시장 들여다보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경험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고 귀를 여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런 우려에 대해 괴담이다, 과도한 공포라고 단정하는 것은 국민의힘에서 취하는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행팀'은 금투세는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로 세제를 개편·통합한 것이지 증세 목적의 새로운 세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는 본질적으로 투자활동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일관된 세율을 적용해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다가서는 세제"라며 "국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것이지 새로운 증세 목적의 세금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각각에 대한 현행 과세체계는 손익 통산이 안 돼 있고 투자 손실에도 과세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너무 복잡하고 후진적인, 누더기 과세로 금투세는 이것을 단일화해 자본시장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시장에 대한 신뢰와 예측 가능성도 커져서 시장 투명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투세 도입 시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큰 손들이 떠난다고 하는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과세로도 편입되고 시장 변동성이 없어지는 효과가 있다"며 "기재부와 국조세재정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영향이 없다고 했다. 개혁과제를 할 때마다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제기되는데 민주당의 정체성에 맞게 세제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성환 의원은 국내 주식시장과 관련해 "한국 증시 체력이 약한 것은 시장이 여전히 매우 불투명하고 불합리하고, 일반 주주에 대한 보호 장치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 두 가지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게 숙제다. 한 축이 금투세 시행이고, 또 다른 한 축이 이사충실 의무 등의 상법 개정이다.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 추진해야 할 문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금투세가 가장 불편한 사람은 김건희와 주가조작 세력들이다. 검찰은 김건희씨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를 통해) 대략 23억원의 이익을 냈다고 했는데 현재는 (증권)거래세다 보니 거래 과정에서 낸 세금은 1500만원으로 추정된다"며 "만약 금투세가 도입됐으면 6억원가량의 소득세를 냈어야 했다"고 추정했다.

그는 "증권거래세를 소득세(금투세)로 바꾸지 않으면, 만약 유예하면 주가 작전 세력들이 여전히 증시에서 활개 치게 되고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불투명성을 높인다"며 "이 문제 때문에라도 금투세는 도입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유예팀의 이연희 의원은 "금투세가 주가조작 방지세라고 말하는 건 논리 비약인 것 같다"며 "모든 거래 자료는 한국거래소, 예탁원에 있기 때문에 이상징후가 있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해서 감시하면 된다. 주가조작과 금투세는 무관한 논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현실적으로 손해 보거나 지금보다 세금 더 내는 사람이 누구인지 봐야 한다"며 "주가조작 세력과 금투세 도입은 별개의 건이 아니라 상당히 연관돼 있다고 본다"고 되받아쳤다.

2020년 여야 합의로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해 도입된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 이상의 소득에 20~25%의 비율로 과세하는 제도다. 당초 202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다시 여야 합의로 2년을 유예했다.

그러나 내년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정부·여당은 시행 전에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가 전당대회 국면에서 시행 유예 또는 완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당내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오는 26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금투세 시행 및 유예와 관련한 당론을 확정할 계획이다. 금투세 시행에 반대하는 일반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 민주당도 유예로 무게추가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happy7269@newsis.com, again@newsis.com, knockrok@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