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기술력·경영성과' 강조…공개매수 대책은 '함구'
기술력·성과 무기로 최윤범 회장 정당성 부각
장형진 고문 작심 비판 "투기자본과 고려아연 노려"
대항공개매수 계획은 함구…"차분히 진행 중"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고려아연이 기술 경쟁력과 경영 성과를 강조하며,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반격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비철금속 1위인 기술 경쟁력을 무기 삼아 MBK파트너스 측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특히 만약 영풍 측이 경영권을 쥔다면, 고려아연 기술력과 경영 성과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과연 영풍 측 공개매수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항공개매수 계획에 대해선 불투명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고려아연이 영풍과 MBK파트너스에 대항하는 여론전에는 일단 기름을 부었지만, 정작 '경영권 방어'를 위한 알맹이는 빼놓았다는 진단이 들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에는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과 고려아연 핵심 기술 인력 20명이 참석했다. 최윤범 회장은 일부 기대와 달리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제중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우리 기술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으로 우뚝 섰다"며 "비철금속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국내 주요 산업에 핵심 원자재를 공급하는 한국에 없어서는 안 될 기간산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MBK파트너스라는 투기 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한다"며 "그들은 우리의 기술, 우리의 미래, 우리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고 했다.
이제중 부회장 "장형진 고문, 투기자본과 결탁"
그는 장 고문을 향해 "(영풍의) 석포제련소 경영 실패로 환경 오염과 중대재해를 일으켜 국민들에게 빚을 지고 있으면서, 이제 와서 기업사냥꾼인 투기 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느냐"고 했다.
이 부회장은 "장 고문은 그동안 석포제련소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카드뮴 등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 했다"며 "이에 대한 증거도 확실히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의 경영 문제와 고려아연의 경영 성과를 비교하면서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이 당연히 고려아연을 경영해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은 이번 적대적 M&A를 결사코 막아낼 것"이라며 "MBK는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없고 그렇게 된다면 다 그만 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이날 기자회견은 이제중 부회장 입장과 기술력만 내세웠을 뿐 구체적으로 영풍 측 공개매수를 어떻게 막겠다는 구체적인 '알맹이'는 빠졌다는 분석도 들린다.
무엇보다 최윤범 회장 측이 대항공개매수를 진행할지 여부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최윤범 회장도 적당한 시기에 기자회견을 한다고 본다"며 "(경영권 방어가)차분히 진행되고 있으며 분명히 이긴다"고 했다.
최 회장 측의 대항공개매수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으로 66만원을 제시한 MBK파트너스 측은 가격 상향 조정에 대한 부담감을 한결 줄일 수 있다. 최 회장 측이 빠르게 대항공개매수에 나서지 않으면,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MBK파트너스 진정성 호소
MBK파트너스 측은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수많은 임직원들과 노동조합의 헌신과 노력은 존중 받아야 하고 정당히 평가돼야 한다"며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개선하고자 하는 것은 최윤범 회장에 의해 무너진 기업 경영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일, 즉 이사회 기능을 중심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일뿐"이라고 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의 미래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지지도 재확인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자원 재생, 재생에너지, 전기 배터리 소재 사업이 중심이 된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지지한다"며 "다만 우리가 하지 않으려는 것은 중학교 동창이라는 이유로 또는 처갓집이라는 이유로 회사의 소중한 재산을 허투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의 중학교 동창인 지창배 회장이 이끄는 원아시아파트너스에 투자한 문제 등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기존 고려아연의 사업은 유지·발전시킨다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는 또한 지역사회와 협력업체 등과의 상생도 강조했다. 울산 지역과 협력업체 등이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대해 우려하자, 진화에 나서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n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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