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우리금융 찌르는 두 가지 포인트

정윤성 기자 2024. 9. 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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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대출에 일정 앞당긴 사전검사…경영진 책임 여부 촉각
동양·ABL 생명 인수에도 영향…인수 물거품 가능성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부터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사전검사를 실시한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에 대한 사전 검사에 착수했다. 내달 앞둔 정기 검사에 대한 사전 절차다. 관심사는 두 가지다. 잇단 내부통제 문제가 경영진에 대한 책임으로 이어질지, 보험사 인수에까지 영향을 줄지 여부다. 그간 우리금융을 보는 금감원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만큼 강도 높은 검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부터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사전검사에 나섰다. 사전검사는 정기검사에 앞서 자료 수집 및 중점 점검 사항을 미리 파악하기 위한 절차로, 1~2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다음 달 초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통상 금감원의 정기검사는 3년에 한번 꼴로 치러지는 일이지만 이번 검사의 의미는 남다르다. 당초 금감원은 내년 하반기에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횡령 사고를 비롯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대출 사건까지 잇달아 터지면서 정기 검사 일정이 앞당겨졌다. 당초 예정돼 있던 BNK금융 정기검사 일정을 뒤로 미루기도 했다.

금감원은 검사 인력도 늘렸다. 담당 부서인 은행검사1국과 더불어 2국도 파견해 4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달 중 마무리될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에 대한 수시 검사가 끝나는대로 수시 검사 인력도 정기 검사에 투입될 방침이다. 우리금융·은행의 경영 관리 전반에 대한 고강도 검사가 예상되는 이유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금감원의 강경한 태도…경영진 문책까진 미지수

이번 검사의 핵심은 두 가지로 꼽힌다. 먼저 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부실과 관련한 현안이 경영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지 여부다. 금감원은 부당대출 발생과 이후 자체 검사 등 사태 전반에 대해 미보고·미공시했다는 것을 문제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해당 건을 인지하게 된 것은 별도 제보를 통해서였다.

앞서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9~10월 경 여신 감리 중 부당대출 건을 인지하고 올해 1월이 돼서야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이후 4월 자체 징계를 했지만 이 일련의 과정을 금감원에 알리지 않았다. 이에 은행 지배구조에 주된 책임이 있는 이사회와 경영진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이와 관련해 "법률적 제재든 비법률적 제재든 경영진의 책임이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보고 의무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경영진들도 향후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임종룡 회장은 자신과 조병규 행장의 거취와 관련해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르겠다"고 밝혔다.

만약 우리은행이 작년 말에 관련 내용을 알았음에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은행법 위반에 따른 제재를 받는다. 통상 미보고로 인한 제재는 '주의' 수준의 경징계가 내려진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조 행장뿐만 아니라 임 회장 또한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번 검사에서 부당대출과 관련해 특별히 다른 결과가 나오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금융사의 경영실태 전반을 파악하는 정기검사에서 이미 수시 검사와 압수수색까지 진행된 사건에 대해 경영진을 문책할 만한 추가적인 특이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양·ABL생명 인수 제동 가능성 '스멀스멀'

내부통제 이슈는 동양·ABL생명 인수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번 정기검사 결과에 따라 우리금융·은행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매겨진다. 현재 2등급인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으로 떨어질 경우 보험사 인수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 2등급 이상을 받아야 금융지주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부터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 비중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기존 평가 기준에서 5.3%였던 내부통제 비중은 15%로 늘어 3배 가까운 수준이 됐다. 내부통제에 대한 금감원의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등급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감원은 이 밖에도 인수와 관련된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복현 원장은 "생보사 인수는 영업 확장 측면에서 보면 도움이 되겠지만 보험사 리스크는 은행이랑 다른 측면이 있다"며 "과연 그런 것들이 정교하게 지주단(지주사와 계열사들)의 리스크에 반영됐는지에 대해 사실 좀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보험사 인수가 우리금융의 리스크를 확대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 역시 이번 인수에 부담이 적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인수가 완료되면 우리금융의 이익안정성이 높아져 사업다각화에 긍정적일 전망"이라며 "인수 후에도 여전히 약 7조원의 투자여력이 남아 있고 보통주자본비율 예상 하락 폭도 0.2%포인트 수준으로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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