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55km 트럭에 끄덕없는 울타리, 서울 98곳에 세운다

지난 7월 2일 오전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북창동 음식거리 인근 사고 현장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시가 급경사·급커브 도로에 차량용 방호 울타리를 세우고, 일방통행 도로에 눈에 잘 띄는 엘이디(LED) 표지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 이후 보행자 안전을 위해 마련한 후속대책이다.

서울시는 24일 교통안전 시설 보강과 보행환경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행자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도로 특성상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거나 사고 때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보행 취약구간 98곳에는 차량용 방호 울타리가 설치된다. 차량용 방호울타리는 차량 강철 소재로,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돌시험을 통과한 ‘에스비(SB)1’ 등급이다. 이는 8톤 차량이 시속 55km, 15도 각도로 충돌해도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강도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설치 지역은 남산 소파길·퇴계로4가 교차로·동대문 패션몰 앞·이태원로 등이다. 현재 시청역 사고 지점에는 방호 울타리 설치가 완료됐다.

운전자가 주행 방향을 혼동할 가능성이 큰 일방통행 이면도로에는 눈에 잘 띄는 ‘회전금지’ 엘이디 표지판이 설치된다. 우선 올해 80곳을 교체하고 내년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거나 개방된 공간에는 차량 진입을 일차적으로 막는 대형 화분과 말뚝(볼라드)가 설치된다. 보행 공간이 부족하거나 안전시설이 미비한 마들로 등 44곳 도로에 대해선 내년까지 보도를 새로 만들거나 확장하기로 했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이 24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보행자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허윤희 기자

서울시는 경찰·자치구·도로교통공단 등과 보행자 위험 보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구간은 일방통행 구간(시도 12개, 구도 4156개 구간) 전체를 포함해 도로 선형 위험 구간 60곳, 교통사고 관리 지점 1980곳 등이다. 서울시는 조사 결과에 따라 우선 개선이 필요한 400여곳에 308억원을 투입해, 내년까지 정비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최근 이슈인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를 개인별 실제 운전 능력에 따른 맞춤형 운전면허 제도로 개선하는 등 교통사고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기술적 보완에 대해서도 경찰, 국토교통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