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현 "동성애자 역 부담 없어…인물 자체 이해하려 했죠"
"김고은 믿고 가면 되겠다 생각…함께 연기해 영광"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이언희 감독의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주인공 흥수(노상현 분)는 이른바 '벽장 속 게이'다.
그는 성정체성이 탄로 날까 전전긍긍하며 철저하게 자기의 진짜 모습을 숨긴다. 남자와 밤거리에서 입을 맞추는 모습을 같은 과 동기 재희(김고은)에게 들킨 후 그가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것은 '아프지 않게 자살하기'다.
하지만 남자를 사랑하는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재희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면서 흥수는 차츰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진지한 관계에 대한 두려움도 옅어지며 사랑도 하게 된다.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흥수가 겪어왔을 아픔이나 답답함, 고립감, 수치심이 느껴졌어요. 그런 흥수가 재희를 만난 뒤 자아를 찾아가고 사랑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좋은 메시지를 건넬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노상현은 '대도시의 사랑법' 시나리오를 보고 촬영에 임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작품은 흥수와 재희가 13년간 동고동락하며 솔메이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성소수자인 흥수와 주변 사람들의 오해 때문에 손가락질당하는 재희가 성별을 넘어 끈끈한 우정을 주고받는 모습이 흐뭇하게 다가온다.
애플TV+ '파친코'로 얼굴을 알린 노상현은 이 작품을 통해 주연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많은 남자 배우가 꺼리는 동성애자 역에 도전했지만, 그는 "부담이 된다거나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라는) 특징보다는 인물 자체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촬영 전 여러 동성애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그분들의 성장 과정과 커밍아웃하기 전에 겪은 일들을 들으며 흥수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 진심으로 이 역할에 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죠. 모든 장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노상현은 흥수를 연기하는 동안 실제 자기 모습과 흥수가 닮은 부분이 많다는 것도 느꼈다고 했다. 그 역시 미국에서 살던 20대 초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혼란을 겪었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정말 나답게 살고 있는지 저 자신에게 계속해서 질문하던 시절이었어요. 미국에서 산 삶이 인생의 반 이상인 만큼 제가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에 빠졌죠. 여기도 못 끼고 저기도 못 끼는 그런 마음이랄까요. 그런 경험 덕에 흥수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흥수 역 자체도 소화하기 까다로운 캐릭터인데, 여자인 재희와 '우정 케미스트리'를 만드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러나 노상현과 김고은은 성별의 차이가 무색하게 마치 형제처럼 극에 녹아든다.
노상현은 "김고은은 워낙 경험도 많고 재능 있는 배우라 그냥 믿고 따라가면 되겠다는 마음이었다"면서 "함께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웃었다.
두 배우 모두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지만 좁은 세트장에서 부딪치며 연기하다 보니 어느새 친구 같은 사이가 됐다. 극 중 클럽 장면을 준비하기 위해 실제로 클럽에서 함께 놀기도 하고 술도 마시며 점차 흥수와 재희가 돼갔다.
노상현은 '대도시의 사랑법'이 최근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스크린 데뷔작으로 주요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겹경사를 누리기도 했다.
그는 "관객 1천200명이 함께 영화를 보며 대사 하나하나에 호응을 해주셨다"며 "마치 콘서트 현장처럼 느껴져서 신선하고 값진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너무 재미있고 의미도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관객분들도 개봉하면 그냥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공감 포인트가 많은 영화예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고 싶지 않은 그런 비밀이 있잖아요.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시면 그런 걸 이해해주는 친구를 만나는 기분을 느끼실 겁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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