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핵심 기술자들 "현 경영진 지지…MBK 인수땐 사직"(종합)
"'적자' 영풍, 고려아연 배당으로 버텨…장형진 고문, 직원 머슴처럼 대해"
(서울=뉴스1) 박종홍 김종윤 기자 = 영풍(000670)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자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이 24일 직접 공개석상에 나와 장형진 영풍 고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영권이 MBK에 넘어갈 경우 결국 회사나 핵심 기술이 중국 자본에 넘어갈 것이라며 핵심 기술 인력들의 퇴사를 경고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MBK라는 투기 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우리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한다. 우리의 기술과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돈'뿐"이라며 "이런 약탈적 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영풍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은 이를 막기 위한 우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개 회견을 열었는데 40여년 간 온산제련소의 성장을 이끈 엔지니어 출신인 이 부회장을 비롯해 기술 분야 임직원들이 함께 나섰다.
이 부회장은 이어 "더 어이없는 것은 영풍과 장형진 고문의 행태다. 장형진 당신은 부끄럽지도 않으냐"며 MBK와 함께 영풍을 비난했다. 이어 "석포제련소 경영 실패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로 국민께 빚을 지고서 기업사냥꾼 투기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린다. 우리나라를 팔아먹고자 하는 행위고 주주를 배신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영풍과 MBK에 넘어가면 결국 중국으로 핵심 기술이 유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려아연과 영풍은) 원료도 같이 공동 구매하고 영업도 공동 판매였는데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을 통해 12가지를 생산하는 반면 영풍은 두 가지만 생산한다"며 "투기 회사들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엄청 많다. 몇천억짜리도 있는데 그런 게 공정마다 수백개 이상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장 고문 측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그는 "영풍은 사업이 부진해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중대재해로 대표이사 두 명이 구속됐으며 인원 감축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경영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석포제련소 정상화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0년 간 고려아연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12.8%인 반면 영풍은 마이너스"라며 "적자난 회사는 망해야 하는데 고려아연 배당을 영풍이 700억~1000억 정도 받으면서 (적자를) 막았다"고 비판했다.
1985년부터 고려아연에 몸담은 이 부회장은 영풍그룹의 '산 증인'으로서 겪은 비화도 공개하며 장 고문을 비판했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설립, 2세인 장 고문과 3세인 최 회장이 갈등을 빚기 전까진 70년 넘게 장 씨(영풍)와 최 씨(고려아연)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 부회장은 장 고문에 대해 "제가 사장 시절에 그분이 부탁한 것을 거역했더니 절 불러 '너는 정치를 할 줄 모른다' '감히 내 말을 거역하냐' '너 내가 자를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직원을 머슴처럼 대하는 게 장 고문의 사람 관리"라며 "누가 애사심을 갖고 근무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관계가 틀어진 계기에 대해서도 "장 고문이 (석포제련소 폐기물) 해결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서 하고 싶어 했다. 이걸 최 회장이 막으면서 장 고문과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5년 전 오염 방지 기능이 없는 폐수 배출 시설을 이용하다 환경부로부터 2개월 조업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석포제련소의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처리장으로 만들려 했다. 그 증거도 확실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 모든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과 함께하겠다. 절대로 저들과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중국에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MBK 측 주장에 대해서도 "저는 믿지 않는다"며 "기술자들은 안 간다. 다 그만둘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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