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사업가로 변신해 나랏돈 쏙쏙 빼먹는다”…원전 르네상스의 적들 [매경포럼]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4. 9. 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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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이 다시 각광받으며 각국에 ‘원전 르네상스’ 바람이 불고 있지만 걸림돌이 완전히 치워진 것은 아니다. 원자력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안전 우려에 대한 선동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지난 정권에서 이를 호되게 경험했고, 지금도 잠복중인 탈원전 세력은 세계 원자로 어디 하나에 문제가 터지면 반격할 채비를 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한동안 잠잠했던 ‘원전 트라우마’를 불붙여 놓은 게 대표적이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장악한 자포리자 원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로 6기를 갖춘 자포리자 원전을 여차하면 전쟁 불쏘시개로 활용하려는 러시아나, 탈환 후 우크라이나의 부실할지 모를 관리능력을 감안하면 유력한(?) 사고 후보지 중 하나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연합뉴스]
역사학자이자 ‘체르노빌 히스토리’ 저자인 세르히 플로히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원전이 우후죽순 생겨 안전 관리가 큰 문제라고 했다. 비서방 국가 원전은 기술과 관리 부족에 더해 지진 같은 자연재해, 사이버 공격, 테러범들의 장악 등으로 불안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1986년 4월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을 체험한 이의 다소 과잉된 평가일지 모른다. 체르노빌 사고 직후 서방 정부는 원자력에 대한 불신이 커질까 걱정했다.

한편에서는 원전 폐쇄 대가로 선진국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려는 ‘환경 협박’도 있었다. 플로히 교수는 이를 ‘핵을 빙자한 강탈’이라 부른다. 당시 우크라이나인들은 대체 원전 및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을 서방에 요구하면서 위험한 체르노빌 원전을 계속 돌리겠다고 맞섰다. 이로 인해 체르노빌 원전 4기가 모두 폐쇄된 것은 2000년 12월이 되어서였다. 안전 위험을 부풀리거나 원전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 모두 원전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반핵 운동은 애초 핵무기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젠 원전이 주 대상이 됐다.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은 원전 찬반 논란이 이성 대 감성, 효율성·합리성 대 직관·감성의 대결이라고 했다. 친핵 측은 과학적 사실과 통계 수치를 제시하는 반면 반핵 측은 잠재적 위험과 재앙을 부각하며 감성적 구호에 매달린다. 효율과 위험성을 동시에 가진 원자력의 숙명이지만 그만큼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도 다분한 셈이다.

체코 두코바니의 원자력 발전소 [AP=연합뉴스]
지난 정권에서 근거없는 탈원전 선동이 딱 이랬다. 정부 인사는 물론 일부 정치인과 환경론자들은 국가 에너지 대계를 무시하고 당장 활용 가능한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에 치중했다. 2050년까지 발전 부문 ‘탄소 제로’ 목표를 내걸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원전 가동은 막았다. 원전이 없으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80%로 높여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강행했다. 태양광·풍력 사업가로 변신해 나랏돈을 빼먹은 자도 수두룩했다.

국내 원전 생태계를 망쳐놓고 해외에 나가 K원전을 홍보하는 모순된 전략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 리 없었다. 탈원전 선봉대였던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 들어서도 체코 원전을 헐값 수주했다며 정식 계약 체결에 반대하고 있다. 다같이 환호할 일인데도 K원전 성과를 폄하만 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앞서 광우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괴담’의 연장선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20세기 철학자 칼 포퍼의 책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는 개혁을 통한 진보가 가능한 ‘열린 사회’의 반대 개념으로 파시즘과 나치즘, 공산주의를 ‘닫힌 사회’라고 했다. 열린 사회와 적들(닫힌 사회)은 과학 대 비과학, 이성 대 비이성으로 구분된다. 원전 필요성과 중요성이 부각된 지금도 혹세무민을 일삼는 자들이야말로 원전 르네상스의 적이다.

전력 수요가 커지고 탈탄소 등 환경 문제를 감안하면 원자력을 통한 에너지 확보는 더이상 거스를 수 없다. 재생 에너지 실험은 비용 대비 효율 측면에서 아직은 아니라는 잠정 결론을 얻었다. 지난해 말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원전 역할을 공식 인정했다. 22개국이 그때까지 원전을 3배 늘리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1000조원 넘는 규모다.

무엇보다 원전 건설은 몇몇 국가가 주도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이미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확보한 우리한테는 유망한 ‘달러박스’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를 찾아가 ‘원전 동맹’을 강조하며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 등 동유럽 전체로 K원전 수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원전은 에너지안보, 탄소제로, 미래먹거리 3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원자력을 뛰어넘는 대안을 아직 찾지 못했는데 의혹만 부추겨 원전 반대를 외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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