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무엇이 '리디아 고의 동화'를 가능케 하는가?
[골프한국]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7·한국이름 고보경)가 써가는 동화가 점입가경이다.
리디아 고가 LPGA투어에서 올 시즌 3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리디아 고는 지난 23일 미국 오하이오주 TPC 리버스 벤드(파72·6504야드)에서 열린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9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선두를 달리던 지노 티티쿤(21·태국)을 5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메이저 3승을 포함해 통산 22승째다.
단독 선두 티티쿤에 2타 차 2위로 출발한 리디아 고의 추격전은 명화 '벤허'의 명장면인 전차경주를 보는 듯했다. 이글 1개, 버디 7개로 이날 하루 데일리 베스트인 9타를 줄였다. 2위 티띠꾼(18언더파)을 5타 차로 제치고 투어 통산 22승(메이저 3승)을 달성했다.
1번 홀(파4)과 6번 홀(파5), 8번 홀(파5) 버디를 잡은 리디아 고는 10번 홀(파4)에서도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티티쿤과 동동 선두로 올라선 뒤 11번 홀(파5) 이글로 2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후 13번 홀(파4)과 15번 홀(파4),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보태며 격차를 벌렸다.
반면 티띠꾼은 전반은 이글 1개와 버디와 보기 각각 1개로 2타를 줄였으나 후반에서 버디 3개, 보기 3개로 제자리걸음을 해 달아나는 리디아 고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리디아 고는 1~4라운드 동안 보기가 단 1개였고 마지막 라운드 퍼트 수는 24개로 퍼팅 감각이 절정에 달했다.
올 시즌 리디아 고의 골프 행로를 보면 "지난 몇 달간 동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그의 고백이 실감 난다. 지난 1월 시즌 개막전 힐턴 그랜드 버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하고 지난 8월 11일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27세의 나이에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로부터 2주 뒤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옛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한 달 만에 출전한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에서 다시 승리를 거머쥐었다.
3승 이상 거둔 시즌이 올해가 5번째다. 2014년 3승, 2015년 5승, 2016년 4승, 2022년 3승을 기록했다.
그의 태양은 여전히 중천에서 이글이글 불타는 모습이다. 스스로 "볼 스트라이킹이 많이 향상됐고 점점 더 편안해진다"며 "기술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잘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로레나 오초아(43·멕시코)처럼 여전히 경기를 잘 하고 있을 때 은퇴하고 싶다"면서 "그 순간이 언제일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가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은 언제나 내 목표였다. 나는 이미 이 동화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니, 왜 안 되겠나"라고 반문하는 것을 보면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때까지 그의 동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의 롤 모델은 로레나 오초아인 것 같다. 행로도 닮았다.
서울 대방동에서 태어나 5세 때 골프를 배우다 그의 골프 소질을 알아본 아버지의 결심으로 뉴질랜드로 이민 가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낸 리디아 고는 201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캐나디언 여자오픈에 출전해 당시 '골프여제' 박인비를 제치고 최연소(15세 4개월) 우승한 이후 늘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었다. LPGA투어에 등장하기 전부터 은퇴하기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로레나 오초아와 너무나 닮았다.
멕시코의 부동산 개발업자의 딸로 태어난 오초아는 주니어 시절부터 골프에 탁월한 소질을 발휘해 아니카 소렌스탐과 박지은 등 골프 스타를 배출한 애리조나대학에 골프장학생으로 들어가 아마추어로 명성을 드날렸다. 2002년 프로로 데뷔한 그는 2003년 LPGA투어 신인상을 받은 뒤 매년 3~4승씩을 거두며 2010년 은퇴 때까지 LPGA투어 통산 27승(메이저 2승)을 기록했다.
2007년 아니카 소렌스탐을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은퇴 때까지 158주간 여왕의 자리를 지켜 역대 최장수 랭킹 1위의 영예를 안고 있다. 2006, 2007년 연속 AP통신 선정 '올해의 여성 선수'로 선정되는가 하면 2017년 멕시코 정부가 수여하는 국민스포츠상도 받았다.
오초아는 2010년 5월 마지막 라운드를 치른 뒤 12세 연상인 항공사 아에로 멕시코 사장 안드레스 코네사 라바드티다와 결혼했다. 결혼 뒤 선수로는 활동하지 않지만 멕시코 주니어골프 육성을 위해 활동 중이다.
리디아 고는 2022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막내아들 정준과 결혼하면서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었다. 아무 걱정 없이 가족들의 후원을 받으며 골프에만 매달릴 수 있어 오초아의 통산 우승 기록(27승)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커리어 슬램 달성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현재 리디아 고는 에비앙 챔피언십, ANA인스퍼레이션, AIG 위민스오픈 등 메이저 3승을 거두어 US여자오픈과 위민스 PGA챔피언십만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무엇보다 천부의 골프 재능과 구도자의 자세로 골프를 즐길 줄 아는 품성이 그의 동화를 계속 이어갈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열리는 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리디아 고의 플레이가 궁금하다. 하나금융그룹은 그의 메인 스폰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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