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독대 언론플레이' 지적에…한동훈 "보도되면 안 되나?"

만찬 날 오전까지 친윤·친한 신경전…김재원 "韓, 대통령 꾸짖고 오겠다는 전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사이 당정 만찬이 예정된 가운데, 만찬 날 오전까지도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 신경전이 계속되면 '만찬갈등'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계 인사들이 '한동훈 지도부가 독대요청을 사전에 노출시켰다'는 취지로 비판을 이어가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독대 요청을 한 것이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인가, 그렇지 않다"고 이들을 직격했다.

한 대표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윤 대통령 독대 요청' 관련 보도에 대해 "일각에서 (한 대표 측이 독대 요청 사실을) 흘렸다 이런 말씀하신다"며 "그게 아닐 뿐만 아니라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 요청을 한 것이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인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는 "그게 흠집내기나 모독으로 느껴지는가, (관련) 언론보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앞서 한 대표가 당정 만찬을 앞두고 대통령실에 현안 논의를 위한 윤 대통령 독대를 요청한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당내 친윤계 인사들은 물론 대통령실로부터도 '한동훈 지도부가 독대요청을 언론에 흘렸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왔는데, 한 대표가 여기에 직접 반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관계자 브리핑을 통해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와 관련, '한동훈 지도부가 독대요청을 사전노출시킨 것이 독대불발의 원인'이란 취지의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에 한 대표 측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언론공지를 통해 "한동훈 지도부는 독대요청을 의도적으로 사전노출한 바 없었다"고 즉각 반발했다.

한 대표 측은 다수 인원이 참석하는 만찬이 현안논의에 부적합하며, 때문에 비공개 형식 독대를 통한 당정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어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독대 거절 의사와 관련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다시 한번 독대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친한계 대표격인 장동혁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날 저녁 예정된 만찬과 관련 "문제들이 많은데 그냥 만찬을 하고 특별한 메시지 없이 만찬을 끝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취지를 설명했다.

장 최고위원은 특히 '한 대표 측이 독대요청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누가 먼저 그걸 이야기했든지 간에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형식이 또는 절차가 국민들께서 원하는 많은 여러 현안들을 논의해야 되는 내용을 바꾸고 내용에 앞서갈 문제인지는 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전날 '대통령실이 추경호 원내대표를 포함한 3인 차담회를 역으로 요청했지만 한 대표에게 거절 당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서도 "거기에서 그런 (현안) 주제들에 대해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자리"라고 했다. 당정 간 '불통'의 원인이 한 대표에게 있다는 취지의 당 일각 주장에 반박한 셈이다.

반면 친윤계 측에선 역시 이날 오전까지도 '독대요청 언론보도', '당정 신뢰 저하' 등에 대한 한 대표 책임론을 제기해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 '만찬갈등' 신경전이 계속됐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만찬은) 일종의 상견례 그런 의미로 시작을 한 건데, 최근에 현안이 좀 복잡하니까 이 상황에서 마치 무슨 남북대화 하듯이 이번 기회에 (현안) 이야기 좀 하자 이런 분위기가 돼서 조금 불편한 마음도 있다"고 말해 현안논의를 주장해온 한 대표 측을 직격했다.

김 최고위원은 특히 한 대표를 겨냥 "(만찬에서 한 대표가 현안에 대한) 그 말씀이 분명히 있겠다"며 "그런데 그 말씀의 전제는 당은 옳고 대통령실은 틀렸다, 그러니까 가서 당이 대통령실을 꾸짖고 오겠다라는 전제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대란 등 민감현안과 관련한 당정 간의 이견에 있어 한 대표에게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당과 대통령이 모두 잘되기 위해서 지금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도 우리도 이런 점에서는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만남이 되어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만약에 약간의 불신이 있다면 이게 왜 우리 탓이냐, 또 무슨 훈수 두느냐, 이런 식으로 나오면 이게 좋은 만남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앞서 한 대표를 겨냥 '용산에 훈수정치를 한다'는 취지로 비판한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또 독대요청의 언론보도 관련해서도 "이상하게 독대요청이라는 것이 언론에 공개가 되고, 또 무슨 말을 할 것이다라는 내용까지 다 사전에 공개가 되면서 이것이 일종의 불편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며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신뢰하는 입장이 됐다면 그런 이야기도 굳이 이렇게 언론에 나올 필요 없이 독대가 다 되고 진행이 됐을 텐데, 언론에 공개되는 것 자체가 뭔가 신뢰의 정도가 낮아진 건가 (싶다)"고 한 대표를 재차 겨냥했다.

친윤계 권영세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 대표와 대통령 간의 견해 차이 갈등 이런 부분만 부각이 되는 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 대표가 이게 공개적으로 이렇게 독대 얘기를 시키게 한 거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한 대표를 비판했다.

권 의원은 '현안 논의는 없을 것'이라 평가 받으며 친한계 측의 비판을 산 이날 만찬자리에 대해서도 "오늘 만찬은 아마 신임 지도부하고 이렇게 정기적으로 만나고 체코 방문 이후에 방문 성과도 설명하고 이런 부분"이라며 "한 10여 명씩 만나는 데서 무슨 성과가 내는 그런 자리는 아니"라고 정부 입장을 대변했다.

권 의원 한 대표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원팀이라고 생각을 하고 가야 된다, 이런 말을 꼭 드리고 싶다"며 "(당과 대통령을) 차별화시키는 게 아니라 대통령 지지율도 오르고 정부 지지율도 오르고 그다음에 당 지지율도 오르고 그럴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중에 '비공개로 대통령과 논의할 사안이 무엇인가, 영부인 이슈가 포함되는가' 묻는 질문을 듣고 "여러 중요한 사안들이 있다"며 "그것도 그중 하나"라고 답했는데, 이에 이날 저녁 예정된 만찬 자리에서 한 대표가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 문제를 의제로 언급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한 대표 측은 해당 보도 직후 언론공지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며 "한동훈 당 대표는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 오늘 만찬 의제와 관련된 내용을 발언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오늘 만찬 때 (한 대표가) 여사님 얘기 한다는 게 아니"라며 "(대표가 독대의제와 관련해 언급한)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에 여사 문제가 포함된 것인가 (질문) 해서 그걸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