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금리 인하 시작됐지만…추세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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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록 아샘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
추세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
코스피, 급락과 반등 이후 방향 모색 중
코스피지수는 8월 초 역대급 하락 이후 2700선까지 반등했지만, 재차 하락 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도 레벨만 다를 뿐 유사한 흐름이다. 업종별로는 통신, 유틸리티 등 방어주 업종의 수익률이 좋았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이 부진했다. 8월 초 급락을 초래했던 요인인 미국 경기침체, 일본 엔화 강세와 유동성 감소, 인공지능 거품 등에 대한 우려가 과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가시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 상승장은 ‘인공지능+알파’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강세를 전망하는 이는 없어 보인다. 언제, 어떤 계기가 보이면 사볼 만하다는 정도의 주장이 들린다. 추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는 들린다. 앞으로 경기둔화를 예고하는 신호 대비 주식시장이 여전히 비싸다는 논리다. 국내기업의 주가를 보면 호재보다는 악재에 좀 더 민감한 약세장의 모습이 느껴진다.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저점 매수를 주장할 논거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2022년 가을을 저점으로 시작되었던 상승장은 ‘인공지능+알파’로 요약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금리 환경에서 거쳐야 할 부채 조정, 산업 구조조정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22년 말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이 구조적인 성장 전망을 바탕으로 반도체 등 연관 기업의 랠리를 이끌었을 뿐이다. 거기에 한국 시장의 고유 요인으로 밸류업 정책 수혜주(금융, 자동차 등)와 지정학적 갈등 수혜주인 방산주가 활약한 정도이다. 일부 업종의 주가가 2022년 상승장 시점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심지어 그보다 낮은 수준에 있기도 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추세 전환의 계기와 시점, 가능성들
고금리 환경에서 엇갈렸던 위험자산의 행보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초입에서도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갖기는 어렵다. 심지어 장기 시장금리는 이미 수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를 먼저 반영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를 지지하던 축인 국내 기업실적도 정점을 지나고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추세 전환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기본 시나리오는 미국의 경기와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저점에 근접하는 시점이다. 전자는 내년 상반기, 후자는 내년 중하반기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주식시장은 하락 추세 속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일 것을 예상한다. 부진한 경제지표, 불확실성을 키우는 정치적 사건, 엔캐리 청산 등의 교란요인이 발생하면 밸류에이션으로 지지되는 추세 하단까지 갑작스레 빠질 수도 있다.
추세 전환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는 미국 대선 결과를 꼽고 싶다. 내년 이후 미국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방향이 가시화되고, 산업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미-중 무역갈등 및 동유럽과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분쟁 해결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소비자경험 확대 시기의 도래는 또 한번의 주식시장 랠리를 이끌 것으로 보이지만 스마트기기 탑재, 자율주행·로봇과의 접목 확대 등은 내년은 되어야 가시화될 전망이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실시가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겠지만 미·중 갈등 구도가 유지되는 한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추세 내에서 반등을 이끄는 요인으로는 본격화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에 따른 수급 개선 효과를 꼽을 수 있다.
결론은 지난 달과 동일하게 박스권 내에서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중심으로 종목별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실적의 단순한 ‘수준’보다는 ‘모멘텀’이 양호한 업종, 절대적으로 저평가 국면에서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돋보이는 밸류업 수혜업종,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조달비용의 하락 효과가 기대되는 업종이 기회 영역이라 생각한다. 수익률 목표는 다소 낮춰 잡는 것이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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