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노상현 “항상 정체성 고민..한국인·미국인 사이 혼란 有” [인터뷰③]
[OSEN=김채연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배우 노상현이 ‘대도시의 사랑법’을 연기하면서 스스로 정체성에 대해 돌이켜봤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노상현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미시간벤처캐피탈㈜,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쇼박스·㈜고래와유기농, 공동제작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은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 분)와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 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다.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과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의 중단편 4개작을 모은 동명의 유명 원작을 바탕으로 했고, 영화는 재희와 흥수가 함께 보낸 우여곡절 많은 13년의 세월을 보여준다. 단편 소설을 장편 영화로 옮기면서 원작을 똑똑하게 각색한 점이 돋보이고, 새로운 에피소드가 추가되면서 인물 간의 서사도 깊어졌다.
이날 노상현은 동성애자 흥수 역을 연기하기 위해 이언희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는 물음에 “흥수를 이해하는데 집중하려고 했다.그러기 위해서 아까 말씀드렸던 사전답사나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의 성장과정과 겪었을 법한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궁극적으로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소수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냐고 묻자, 노상현은 “성소수자분들 뿐만 아니라 그런 비밀을 가진 모든 분들이 같은, 비슷한 걸 느낄거라고 생각한다. 가정사, 트라우마 등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잖아요. 그런걸 이해해줄 수 있고 나로서 인정해줄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것과 다름없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 특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연기를 하면서 막히는 부분은 크게 없었을까. 소수자를 이해하는 것과 연기를 한다는 것은 다른 부분이라 우려도 있었을 터. 그는 “감정선이나 그런 거에 대해서는 크게 그런 점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보면서 직관적으로 느껴지고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잘 읽히기도 했고.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노상현은 흥수를 연기하면서 “좀 섬세하고 진심으로 표현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이 친구가 느끼는 것을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 친구가 이런 마음이었겠구나를 느끼셨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13년이라는 시간이 영화에서 표현되면서 성장과정에서 디테일을 주는 것도 중요했다. 이에 노상현은 “외적으로도 그렇고, 스무살이나 대학생 연기를 할 땐 훨씬 더 발랄하고 재밌고 유쾌했다. 조금 더 업이 돼서 스무살의 마음으로, 생기 넘치고 재밌는 마음으로 친구와 놀듯이 하려고 했다. 나이가 드는건 저대로하면 되니까요”라고 말했다.
스스로 13년을 돌아보면 어떻냐는 물음에 노상현은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노는구나. 클럽에서 이렇게 노는구나. 그 외에는 그 시절의 분위기나 이런 것들이 잘 보이고 그런게 재밌었다. 그런 디테일이 살아있는 영화인 것 같아서. 그 시절의 향수가 느껴지더라”고 덧붙였다.
흥수의 20대와 노상현의 20대가 겹치는 부분이 있냐고 묻자 그는 “있다. 저 또한 정체성에 관한 질문은 사실 지금까지도 받는다. 그 시절엔 더 했지만”이라며 “누구나 항시 품고 있는 그런 질문이다. 정말 나다운 것이란 무엇이고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지, 그런 질문을 계속하는데 20대에는 훨씬 더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한 노상현은 “혼란이 계속되기도 했고, 미국에서의 삶이 인생의 반 이상인 만큼 미국이 편하기도 했다. 제가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혼란, 여기도 저기도 끼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있고 제 자신도 그런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에, (흥수도)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영화 속 혐오폭력 장면에 대해 노상현은 “사회적으로는 제가 감히 이렇다 저렇다 단정할 수 없고, 하나의 의견일 뿐이지만. 동성애라는 주제가 상대적으로 덜 환영받는 사회가 있는 것 같다. 어느 사회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봤을때 많은 사회들이 그런 사회들이 존재하고,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를 가도”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한편,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오는 10월 1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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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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