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콘텐츠 명가’ 전략 수정 통했나…‘기사회생’ CJ ENM 다음 스텝은
《악마가 이사왔다》 《하얼빈》 등판 대기…“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부진한 성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CJ ENM이 영화 한 편으로 한숨을 돌렸다. 《베테랑2》는 추석 연휴를 포함, 9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단숨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CJ ENM의 명운을 가를 작품으로 여겨졌던 《베테랑2》가 선방하면서, '수정된 전략'의 가능성이 입증됐다는 평가다. 특히 3년간 투자한 13개의 영화 중 두 편만 손익분기점을 넘겼던 '침체의 시간'을 한 편의 영화로 만회하면서, CJ ENM의 하반기 성적표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필사 카드로 선방…'부진의 시간'도 재조명
지난 13일 추석 특수를 노리고 개봉한 《베테랑2》가 적수 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추석 연휴 이후 화력은 줄었지만, 전편보다 빠르게 500만 관객을 넘기며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을 수성 중이다. 《베테랑2》가 초유의 위기 상황을 마주한 CJ ENM의 '필사의 카드'였다는 점에서 이번 호성적은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CJ ENM은 영화 제작, 투자, 배급에서 강점을 보이는 '콘텐츠 명가'로 여겨졌다. 《해운대》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국제시장》 《베테랑》 《극한 직업》 《기생충》 등 대표적인 '1000만 영화'들의 성적이 CJ ENM의 '눈'을 입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봉한 영화들은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고, 콘텐츠 위기론까지 대두됐다.
특히 최근의 영화 성적은 처참했다. CJ ENM이 2022~2024년 투자‧배급한 13편의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헤어질 결심》(손익분기점 120만 명‧관객 수 190만 명)과 《공조2》(350만 명‧698만 명) 두 편에 불과했다. 대작의 몰락은 더 뼈아팠다. 손익분기점이 730만 명인 《외계+인 1부》는 15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무려 28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텐트폴 영화 《더문》의 관객 수는 손익분기점(600만 명)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51만 명이었다.
잇따른 흥행 참패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CJ ENM의 '영화 철수설'까지 흘러나왔다. 투자‧배급한 영화들의 부진으로 적자 폭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구창근 전 CJ ENM 대표는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에서 "영화 투자를 그만둔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직접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양질의 영화가 세상에 나오도록 건강한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한 사명이라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집중적 전략‧연휴 효과 통했다…하반기 기대작은?
그러나 올해 공개한 영화들 역시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흥행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 시리즈물인 《베테랑2》는 CJ ENM의 명운을 가를 작품으로 여겨졌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의 속편인 이 영화가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면서, 대중성과 작품성으로 인한 희망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다행히 《베테랑2》의 선방으로 CJ ENM은 《공조2》 이후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게 됐다. 《베테랑2》의 제작비는 130억원, 손익분기점은 350만 명이다. 손익분기점을 훌쩍 뛰어넘은 이 영화는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1000만 영화' 타이틀까지 노리고 있다. 특정 영화가 상영관을 독점하는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지만,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베테랑2》의 독주는 이어지고 있다.
그간 다양한 상영작으로 스크린을 채워왔던 CJ ENM은 부진한 영화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확실한 대작'을 취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작에서 흥행 가능성을 찾던 과거와 달리, 주목도가 높은 작품을 엄선해 공을 들이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CJ ENM이 신규 투자한 영화는 '거장' 박찬욱 감독의 신작인 《어쩔수가없다》 하나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여러 기획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투자가 확정된 영화는 없어 관련 투자도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부터 관행처럼 굳어진 '수요일 개봉' 공식을 깨고, 관객과의 접점을 최대화하는 차원에서 '금요일 개봉'을 선택한 점도 흥행에 보탬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반기 CJ ENM은 검증된 감독들의 영화를 출격시키며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오는 10월에는 《악마가 이사왔다》가 관객을 만난다. 2019년 《엑시트》로 942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인 이상근 감독의 작품이다. 12월에는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신작 《하얼빈》의 개봉이 예정돼있다. 지난해 《서울의 봄》으로 흥행에 성공한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을 담당한 작품으로, 지난 8일 토론토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2년 전 '효자' 작품인 《공조2》를 이끈 배우 현빈이 안중근을 연기하고, 박정민과 조우진이 독립투사 우덕순과 김상현 역으로 등장한다.
《베테랑2》에 이어 두 '기대작'이 선방할 경우, CJ ENM의 하반기 성적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2~2023년은 영화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CJ ENM의 주요 투자 영화가 대부분 흥행 실패해 투자‧배급 손익이 부진했다"며 "하반기에는 《베테랑2》 《하얼빈》 등 신작과 시리즈물 위주의 개봉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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