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사망 아리셀 화재, 박순관 대표 등 재판 넘겨졌다

지난 6월24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 연합뉴스

공장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사망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박 대표는 지난달 2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는데, 이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경영책임자가 수사단계에서 구속된 첫 사례였다.

수원지검 아리셀 화재 전담수사팀(팀장 안병수 2차장검사)은 24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박 대표를, 그의 아들 박아무개(35) 아리셀 총괄본부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또 이 회사 상무와 아리셀에 노동자를 불법 파견한 인력업체 ㈜메이셀 대표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법인 4곳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기소된 법인은 아리셀과 인력업체 한신다이아, 메이셀 외에 불이 난 공장 2층에 불법 가벽을 설치한 공사업체도 포함됐다.

박 대표는 아리셀 공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다루면서도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화재 사고를 유발, 23명을 숨지게 하고 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의 아들 박 본부장 등 회사 관계자들은 발열 감지 모니터링 등 전지 보관·관리, 비상구 설치, 직원 대상 안전교육 등 화재 대비 안전관리를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무허가 파견업체로부터 일용직노동자 320명을 파견받아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고 숙련이 필요한 전지 제조공정에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도 발생했으나, 이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본부장은 직원에게 지시해 국방부 납품용 전지의 불량을 숨기기 위해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 검사에 제출한 시료 전지를 바꿔치기한 혐의(업무방해)와 방화구획을 허가 없이 변경해 가벽을 설치한 혐의(건축법 위반)도 적용됐다.

아리셀은 2020년 5월 설립 이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매출을 늘리기 위해 기술력 없이 노동력만 투입해 무리하게 생산공정을 가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보건 예산은 최소한으로 편성하고, 안전보건 관리자가 퇴사한 뒤에도 4개월간 공석으로 남게 되자 전문성이 없는 직원을 관리자로 임명한 것도 확인됐다.

한편, 경찰은 아리셀의 모기업인 에스코넥도 군납 과정에서 ‘시료 바꿔치기’ 등의 부정행위를 통해 품질검사를 통과한 혐의(업무방해)를 추가로 확인해 계속 수사 중이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