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 "투기자본 손잡은 영풍 장형진, 부끄럽지도 않나"

이한듬 기자 2024. 9. 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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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풍과 MBK파트너스를 비판하고 있다. / 사진=이한듬 기자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장형징 영풍 고문을 향해 "당신은 부끄럽지도 않나"라고 직격했다. 영풍의 실적 악화 및 중대재해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국가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에만 매진하는 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 고문은 석포제련소 경영 실패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를 일으켜 국민들께 빚을 지고 있으면서 기업사냥꾼인 투기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며 "50년 동안 고려아연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 온 임직원들의 노고를, 우리의 자긍심 넘친 일터를 짓밟고자 하는 행위, 우리나라를 팔아먹고자 하는 행위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은 현재 MBK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MBK에 중국 자본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해 기술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불모지와 다름없던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우리의 기술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으로 우뚝 선 기업이고 비철금속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국내의 주요 산업에 핵심원자재를 공급하는 우리나라에 없어서는 안될 기간산업"이라며 "수십 년간 밤낮없이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해 온 우리 엔지니어, 연구원 그리고 현장 근로자들의 눈물 어린 노력의 결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MBK파트너스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우리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의 기술, 우리의 미래, 우리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없고 오직 돈, 돈, 돈이다. 우리는 절대로 이런 약탈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한 뒤 40년간 고려아연의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민국 100대 기술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최창영 명예회장과 함께 고려아연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이 아연공장장을 맡던 1999~2005년 고려아연의 아연 생산량은 약 30만톤에서 40만톤 이상으로 급증했다. 연, 금, 은 등 유가 금속 회수율을 지속해 끌어 올려 고려아연의 매출액을 2000년 1조원 수준에서 2023년 10조원 규모로 10배가량 키우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 부회장은 영풍 경영진과 장 고문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 부회장은 "영풍은 사업 부진으로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됐으며 심지어 인원 감축까지 진행 중"이라면서 "영풍 경영진은 경영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영풍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고문에 대해선 "그동안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해왔다"며 "그 증거도 제가 가지고 있다. 확실하게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책임은 영풍을 실질적으로 경영한 장 고문에게 있다"고 직격했다.

고려아연에 대해선 "세계 1위의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했고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더 나아가 '트로이카 드라이브' 비전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는 초우량기업"이라며 "지난 50년간 고려아연의 모든 실적과 미래를 위한 비전과 미션은 현 경영진과 기술자들, 그리고 모든 고려아연 임직원이 함께 이룬 것으로 저를 비롯한 핵심 기술인력들, 그리고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만약 MBK파트너스 같은 투기 세력이 고려아연을 차지한다면 우리의 핵심 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며 "우리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이차전지 소재 사업, 자원순환 사업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은 이번 적대적 M&A를 결사코 막아낼 것"이라며 "우리의 기술, 우리의 노하우, 우리의 50년 역사가 저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서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며 국민과 주주들에게 "우리와 함께 고려아연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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