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지지 음악가와는 공연 못해… 그래서 악수 거부”

이정우 기자 2024. 9. 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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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사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선 아직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어요."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올해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25·사진)는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이었던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의 악수를 거부해 화제를 모았다.

심사위원인 레핀의 악수를 거부한 이유를 묻자 우도비첸코는 "국적은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나도 어렸을 적엔 러시아어가 더 익숙했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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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퀸 콩쿠르 우승 우크라 우도비첸코, 시상식 당시 심경 밝혀
러 심사위원 손 뿌리쳐 눈길
“콩쿠르 우승, 조국에 작은 행복
‘삶은 계속된다’ 메시지 전해
대중음악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방탄소년단은 알아”
23일 내한…오늘부터 공연

“부모님이 사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선 아직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어요.”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올해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25·사진)는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이었던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의 악수를 거부해 화제를 모았다. 레핀은 아내인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함께 친푸틴 인사로 여겨진다. 그리고 우승자 우도비첸코의 국적은 우크라이나였다.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전국 투어 공연차 내한한 우도비첸코를 23일 서울 강남구 레베누보 쇼팽홀에서 만났다. 그는 콩쿠르 우승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짧은 순간이나마 행복한 감정을 드린 것 같아 기뻤다”며 “여전히 전쟁에 시달리는 조국에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인 레핀의 악수를 거부한 이유를 묻자 우도비첸코는 “국적은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나도 어렸을 적엔 러시아어가 더 익숙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내 모국인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전쟁을 일으킨 나라이고, 레핀은 러시아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축제의 위원장”이라고 말했다. 레핀은 트랜스 시베리아 아트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그를 바이올리니스트로선 존경하지만, 당시에 ‘이러면(악수를 하면) 안 되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한 건 지금의 러시아 정부를 지지하거나 조직에 참여하는 사람과는 현재 상황에선 함께 작업하고 싶지 않습니다.”

러시아에 대해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는 우도비첸코지만 정작 콩쿠르 결선에서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그는 “음악 자체는 정치와 별개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살아가고 있는 당장의 현실과 가장 가까운 곡이자 내가 느끼는 감정을 가장 가깝게 묘사한 음악이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우도비첸코는 2022년부터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명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를 사사하고 있다. 그는 2022년 시벨리우스 콩쿠르 3위, 지난해 몬트리올 콩쿠르 우승에 이어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그는 “콩쿠르 우승 이후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빠르게 달라졌는데, 내가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까진 콩쿠르를 통한 긴장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이제부터는 콩쿠르를 벗어나 아름다움을 찾아 나가는 모험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상황에 대한 소신이 부각됐지만, 인스타그램 릴스를 즐겨 보고, 친구 집에서 ‘피파’ 게임을 즐기는 등 평소 모습은 그 나이 또래와 다르지 않다. 그는 “클래식 음악 집안이라 대중음악은 잘 몰라서 친구들이랑 대화할 때 나만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단 느낌을 받는다”며 “그래도 방탄소년단(BTS)은 들어봤다”고 밝게 웃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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