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강자 간의 합종연횡은 새로운 판도를 예고한다!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4. 9. 2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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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포드(1863~1947)는 16살부터 공장에 수습공으로 들어가 내연기관을 배웠다. 또 발명왕 에디슨의 전기회사에도 들어가 엔지니어로서 경력을 쌓았다. 1903년 그는 포드 자동차를 설립했고, “자동차는 더 이상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모토로 서민을 위한 대중적인 차(Model T)를 컨베이어 벨트에 태워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Fordism’의 도입으로 그는 연간 200만 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혁명’을 완수했고, 그 결과 당시 대당 평균 2,000달러로 부자만 탈 수 있던 고가의 자동차를 대당 300달러 선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1920년 대 초, 포드자동차는 미국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니 신차 두 대 중 한대는 포드 차였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이야기이다.

반면 1908년 윌리암 듀란트(William Durant)에 의해 설립된 GM은 초기에는 포드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동차산업 생태계는 최고의 강자가 언제나 독야청청(獨也靑靑)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잡아먹고 잡히는 약육강식의 세계라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하였다. 그래서 당시 무수하게 널린 중소 자동차 회사를 하나씩 인수 합병하여 덩치를 키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강자에 대항하는 합종연횡(合從連橫) 중 ‘합종’의 전략을 이해하고 실행한 것이었다.

뷰익(Buick), 올즈모빌(Oldsmobile), 캐딜락(Cadillac) 그리고 쉬보레(Chevrolet) 등이 그가 인수한 자동차 브랜드이고, 그 외에도 여러 회사를 합병하여 총 39개사를 ‘합종’시킨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회사에서 축출되었고, 듀퐁(Du Pont)이 GM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이때부터 GM은 포드를 추격하기 위한 내실 다지기에 들어갔다. 1923년, GM의 사장으로 취임한 MIT 출신 알프레드 슬로안(Alfred Sloan)은 훌륭한 혁신가이고 탁월한 조직 운영자였다. 여러 브랜드의 연합군이며 덩치만 큰 GM의 약점을 그는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단위 그룹으로 조직을 쪼개고, 독자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여 경영하도록 책임을 주고, 중앙통제는 최소화하여 하부조직의 세세한 의사결정에는 간섭하지 않는 등 조직운영 방침을 명확히 했다. 또 제품개발 및 판매전략을 적절히 잘 구사하여 1920년 후반에는 드디어 포드를 제치고 업계 제일의 강자로 부상하였다.

1920년대 초, 포드가 차지하였던 ‘미국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1960년대부터는 GM이 차지하였다. 그러나 이 천하 최강의 GM도 1980년대부터는 서서히 쇠락하기 시작하여, 급기야 2008년에는 77년간 지켜온 업계 정상의 자리를 도요타에게 빼앗겼다. 그리고 금융위기로 인한 신용경색 및 Legacy Cost (강성 노조에 의해 강요된 과도한 복지비용)를 감당하지 못하여 2009년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내고 연방정부에 지원금을 요청하였다. 정부는 그들의 GM지분이 60%가 넘을 정도로 큰 금액의 자본금을 퍼부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그 결과GM을 회생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지금의 GM은 세계 6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추락했다.

100년 전 ‘합종(合從)’의 전략으로 최 강자 포드에 대항했고, 결국 정상에 올랐던 GM이 이제 6위의 신세가 되자, 다시 그 전략을 생각해낸 것 같다. 원래 ‘합종연횡(合從連橫)’이라는 말이 나온 2,300년 전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되돌아 보면 ‘합종’과 ‘연횡’의 의미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당시 중국 대륙은 진, 초, 연, 제, 한, 위, 조라는 7개국으로 분할되어 서로 대립하고 있었지만, 최강자는 역시 대륙 서부의 진(秦)나라였다. 진나라에 잡아 먹히지 않으려고 대륙 동쪽에 종(從) 방향으로 위치해 있던 나머지 6개 나라가 연합한 것이 ‘합종(合從)’이다. 즉, ‘합종’은 2등 이하들의 동맹이었다. 반면, ‘연횡(連橫)’은 그 중 약한 한 나라가 대륙의 서쪽, 즉 옆(橫)에 위치한 최 강자 진나라와 연대하여 자국의 생존을 도모하려는 전략이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제 ‘합종연횡’은 그 뜻이 확대되어 기업들 간의 제휴를 통한 생존 확보 전략 또는 강자와 강자가 서로 Win Win하여 또 다른 강자를 견제하거나 더 강한 자로 도약하려는 전략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합종연횡’의 사례가 뉴스가 되었다. 자동차업계 글로벌 3위의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6위의 GM과 MOU(양해각서)를 맺어 동맹적 관계로 들어갔다. 양사는 제품개발, 공급망(Supply Chain) 그리고 전기차나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서 상호 협력하겠다는 것이 그 MOU의 골자이다. 현재 신차 판매에서 글로벌 최강자는 도요타이고, 2등은 폭스바겐이다. 거기에 테슬라와 중국의BYD 등이 전기차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비록 글로벌 시장에서는 6위로 떨어졌지만, 아직도 미국에서는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GM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2023년 기준, 4위로 도약해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 이번 GM과 현대의 동맹은 글로벌 시장과 전기차 시장에서 본다면 ‘합종’이지만, 미국 시장에서만 본다면 ‘연횡’이다.

자동차 시장만큼 부침이 빠르게 일어나고 격랑이 센 생태계는 없다. 그러므로 그들 간 합종연횡의 사례 또한 숱하게 많다.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독일 자동차 메이커 간의 ‘합종 회사’인 스텔란티스가 2021년 출범한 것도 한 예이다. 불과 1년여 전 까지만 해도 전기차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였다. 그러나 요즘 전기차가 주춤하자 이를 ‘캐즘(Chasm; 일시적 수요정체)’이라 부른다. 그 참에 업계는 잠시 호흡 조절하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GM 과 현대차그룹은 이 캐즘의 시기에 ‘합종’의 동맹을 맺는 것이다. 이 동맹에서 전기차 캐즘을 깰 획기적 제품을 공동으로 개발해 내야 할 것이다. 그런 기대를 받는 제품이 EREV(Extended-Range Electric Vehicle;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이다. 이는 한번 충전으로 1,000km까지 달릴 수 있어 기존 전기차의 약점을 극복하는 것으로,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배터리로 구동하는 새로운 개념의 전기차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픽업 전기차를 미국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픽업 시장에서 최강자인 GM과 협업한다면 좋은 ‘연횡’의 사례를 만들 수 있다. 그 낙수효과는 미국에 진출한 수많은 K부품사들에게도 미쳐, 그들이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국제적 동맹이든 대기업 간 협약(Collaboration) 내지 인수 합병이든 합종연횡은 늘 판세를 뒤엎는 전환점이 되어 왔다. 이번 MOU가 강자를 견제하려는 합종연횡에서 벗어나, 둘다 새로운 강자로 격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 합종연횡의 결과가 소재, 부품, 장비 이른바 ‘소부장 산업’ 등 전후방 관련 산업에게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진의환 매경 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소프트랜더스㈜ 고문/ 전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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