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대 열풍 무섭다” 대입 커트라인 1등 컴공, 2등 AI학과…반도체마저 추월 우려 [World & Now]

송광섭 특파원(song.kwangsub@mk.co.kr) 2024. 9. 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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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와 칭화대가 위치한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 대학가인 우다오커우(五道口)는 매년 9월이면 활기가 넘친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가 중국교육온라인과 함께 최근 발표한 '올해 가장 인기 있는 상위 10개 학과'에서도 전기공학및자동화학과가 1위에 올랐다.

이처럼 공대가 큰 인기를 얻는 배경에는 중국 첨단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통제에도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자생력을 확보했고, 전기차 분야에선 이미 글로벌 패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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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놀라게하는 中기술굴기
상위권 학생 “의대보다 공대”
IT·자동차·전자공학 등 인기
의대 가려 반수·재수하는 韓
반도체마저 중국에 뒤처질라

베이징대와 칭화대가 위치한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 대학가인 우다오커우(五道口)는 매년 9월이면 활기가 넘친다. ‘가오카오(高考·중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를 마치고 갓 입학한 새내기들 덕분이다. 스마트폰·노트북 업체들도 빼먹지 않고 ‘신입생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이맘때 빠지지 않는 게 또 하나 있다. 인기 학과 순위와 같은 대입 정보들이다. 한국 못지않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중국답다. 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해의 인기 학과’는 하나같이 공대가 차지했다.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에 소재한 인민대학에서 신입생 환영회가 열렸다. 이날 인민대 경영대학은 별도로 제작한 오리엔테이션 자료와 기숙사에서 사용할 화이트보드를 신입생들에게 나눠줬다. <신경보>
저장성교육고시원이 올해 상하이 소재 대학의 학과별 지원 점수 커트라인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상하이자오퉁대 컴퓨터과학기술학과가 가장 높았다. 같은 대학의 전자정보학과와 인공지능(AI)학과, 푸단대의 이과실험학과가 그다음으로 높았다. 750점 만점인 가오카오에서 700점 이상 받아야 진학이 가능했다. 의대인 상하이자오퉁대 임상의학과와 구강의학과(치대), 푸단대 임상의학과는 690점대로 그 뒤를 이었다. 고득점을 받은 수험생들이 의대보다 공대를 더 선호한다는 뜻이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가 중국교육온라인과 함께 최근 발표한 ‘올해 가장 인기 있는 상위 10개 학과’에서도 전기공학및자동화학과가 1위에 올랐다. 2위는 전자정보학과, 3위는 기계설계제조학과, 4위는 컴퓨터공학과다. 이처럼 공대가 큰 인기를 얻는 배경에는 중국 첨단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통제에도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자생력을 확보했고, 전기차 분야에선 이미 글로벌 패권을 잡았다. 최근에는 ‘AI 굴기’에 박차를 가하며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후베이성에서 대학 입학 상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150여개 대학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우한이공대학에 많은 학부모와 수험생이 몰렸다. 우한이공대는 올해 신입생 모집 정원이 예년보다 30명 더 늘어난 9230명이라고 발표했다. <극목신문>
이러한 결과를 보아하니 얼마 전 만난 중국 교육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최근 한국에서 불거진 ‘의대 정원 증원 논란’에 관해 대화를 나누던 중 그는 “중국에서 소위 수재라고 불리는 학생들은 거의 다 이공계로 진학한다”고 했다. ‘한국에선 왜들 그렇게 의대를 가려고 하느냐’는 순수한 호기심과 함께 ‘의대 정원 증원이 이공계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일부 우려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다. 그때도 저 말이 그리 유쾌하진 않았지만 지금 와서 곱씹어 보면 허탈함까지 든다.
지난 6월 서울 강남하이퍼학원 본원에서 의대 정원 확정 분석 설명회가 열린 모습. <연합뉴스>
새 학기를 맞은 대학가 분위기는 중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하지만 그 이면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를 택하는 대학생과 재수·삼수 등 ‘N수생’이 늘고 있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어디 그뿐일까. 서울대 자퇴생 수는 5년래 최대이고, 민관이 힘을 모아 야심 차게 출범한 반도체학과의 등록 포기율은 올해도 150%를 웃돌았다. 이대로 가다간 반도체마저 중국에 우위를 빼앗길 수 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첨단 산업의 인재 확보가 시급하고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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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섭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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