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500만원으로 이재명과 경쟁”…‘청년’ 김지수가 공개한 ‘당대표 도전’ 영수증
金, ‘문자’ ‘사무실’ ‘공보물’ 지출 ‘0’…“1500만원 선거비용도 후원금으로”
‘2.48%’ 그쳤지만 ‘존재감’↑…“미래 세대도 쉽게 도전하는 문화 돼야”
(시사저널=변문우‧구민주 기자)
기라성 같은 정치인들이 앞다퉈 나서 리더 자리를 놓고 겨루는 당 최대 행사 '전당대회'. 2년마다 열리는 이 뜨거운 장(場)에 야심 차게 뛰어들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정치 신인들도 종종 등장한다. 전국을 돌며 자신의 비전을 알릴 수 있고 정치 체급과 인지도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억 소리' 나는 선거 비용 탓에, 대다수에 정치 신인들은 출마도 못하고 문턱에서 좌절한다. 당마다 정치 신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여전히 도전의 벽은 높기만 하다. 패배를 감수하고 미래를 위해 몸을 던지기엔, 당장 발생할 시간적‧비용적 손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억'은 기본인 선거, 1500만원으로 치르기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로 치러진 8‧1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도 무모히 도전장을 던진 정치 신인이 있었다. 당 대표 경선에 출전했던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38세)다. 패배가 눈에 보이고, 버거운 청구서가 쌓일 게 뻔한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었을까.
김 대표는 시사저널에 자신이 전당대회 기간을 통틀어 사용한 금액이 "단돈 1500만원"이었다고 공개했다. 자신이 여야를 통틀어 역대 가장 적은 선거 비용을 사용했을 것이라고도 자부했다. 물론 결과는 득표율 2.48%, 완패였지만 그는 "다른 청년 정치인들이 주저 말고 큰 무대에 뛰어들어 새로운 도전의 물결이 더 크게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총 비용과 내역을 공개하는 이유를 밝혔다.
통상 전당대회 후보들은 무분별한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내는 기탁금을 제외하고도 '억 소리' 나는 선거 비용을 치른다. 일단 선거 사무실부터 여의도 주변에 차릴 경우 월 임차료가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 대까지 오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단체 문자도 권리당원 100만 명에게 한 번 발송하는데 약 2000만원(메시지 한 통에 20원 책정)이 소요된다. 4번만 발송해도 약 1억원에 가까운 돈이 나가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현수막과 공보물 제작에도 수천만원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공식 지출 비용 외에 '비공식적'으로 나가는 비용도 상당하다. 지난 2023년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에 도전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시사저널에 "보통 러닝메이트로 뛰는 후보들의 일정도 동행하는 경우가 많아 일정에 변수가 많고 정확한 비용 추산도 어렵다"면서 "기자 등 외부 사람을 만나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끼에 식비‧교통비로 30만원씩 나가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밝혔다. 결국 전체 기간 금액들을 합치면 억대 규모가 지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최근 중앙일보가 공개한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 4명(한동훈‧나경원‧원희룡‧윤상현)이 사용한 선거비용은 각각 최소 1억5000만원에서 최대 2억5100만원에 달했다. 지도부에 입성한 최고위원(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들도 1인당 평균 6230만원을 선거 비용으로 쓴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전당대회 선거는 '억 소리'가 적은 편이다. 지방선거와 총선의 경우 법정 선거비용으로 수십억원까지 사용하는 후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억 소리' 나는 출혈 없이도 큰 선거에서 승리한 선례가 드물지만 전혀 없진 않다. 국민의힘 당 대표를 역임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그는 3000만원으로 선거를 치르고 당권까지 잡았다. 당시 그는 사무실을 차리지 않았고 단체 문자도 발송하지 않았으며, 공보물 제작은 직접 쓴 손 편지로 대신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전국적 인지도'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정치권 중론이다. 이준석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란 것이다.
'저비용 고효율' 전략…메시지 양보다 '진심 전달'에 집중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 김지수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어떻게 선거비용을 절감했을까. 김 대표가 시사저널에 공개한 전당대회 선거 비용 내역(상단 그래프)에 따르면, 그는 당 대표 후보 출마부터 전당대회 당일까지 40일 동안 1544만원을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건비(상시 근무 2명) 항목이 660만원(43%)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며, 현수막 제작에서 489만6950원(32%)이 소요됐다. 그 외에도 숙박‧교통‧식사‧물품(명함‧어깨띠 등) 비용으로 395만1630원(25%)을 지출했다.
해당 금액은 당 대표 후보들이 통상 정치후원금으로 최대치(1억5000만원)를 채워 선거 내내 전액 사용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이에 10분의1 수준이다. 또 전당대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최고위원 후보들과 비교해도 적은 돈을 소비했다.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시사저널에 "전당대회에서 역대 급으로 비용을 적게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사무실을 따로 안 차리고 의원실 자체 경비로 충당하며 비용을 절감했다"며 "그럼에도 5000만원 가까이 지출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선거 비용을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문자발송 ▲사무실 ▲공보물 ▲선거운동원 ▲소품 표지물 비용을 사실상 '제로'로 만들며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는 100만 명이 넘는 권리당원이나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단체문자 발송도 일절 하지 않았다. 당초 권리당원 100만 명에게 한 번 보내는데 1000만원 단위로 드는 만큼 해당 비용을 우선적으로 절감한 것이다.
여기에 보증금이랑 월세가 소요되는 사무실도 따로 두지 않으면서 약 500~1000만원의 비용을 줄였다. 또 선거운동원도 고용하지 않고, 상시 근무 인력 2명만으로 전당대회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현수막 제작 과정에서도 17개 시도에 걸 수 있는 옥외 현수막은 따로 제작하지 않고 전당대회 본대회장에 쓸 현수막만 제작해, 당초 2000만원까지 드는 비용을 500만원대로 줄일 수 있었다.
특히 그는 해당 선거비용 전액도 '정치후원금'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당원이나 지지자들 입장에서도 각자 낸 후원금의 10만원까지 전액 세금 공제가 가능하다"며 "'소액 후원금 지원' 방식을 적극 홍보해 150명에 10만원씩, 300명에게 5만원씩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적은 금액을 후원받기만 해도 선거비용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용을 줄이는 대신 김 대표가 집중한 전략은 '진심 정치'의 전달이었다. 당 대표 경선의 본질은 '미래에 대한 메시지'라는 기치 아래, '방송 토론'과 '연설문' 등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며 당원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김 대표는 "SNS 마케팅을 비롯한 '디지털 홍보'를 충분히 하지 못한 점이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이 부분엔 비용을 조금 더 많이 투자해야겠다. 다른 신인 정치인들도 여기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탁금은 여전히 높은 벽…"문턱 더 낮아져야 유능한 미래 유입"
김 대표는 비록 '2.48%'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지만, 당내 인지도나 홍보 측면에서 플러스 효과를 봤다고 자평했다. 일단 그는 연설회 과정에서 시민들이나 당원들과 최대한 스킨십하면서 여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시사저널에 "당원들과의 우연의 접점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지도가 올라가는 효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국을 돌면서 당원들과 시민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속에서 정치의 스펙트럼, 당의 역사, 그리고 다양성과 역동성을 매 순간 마주하게 되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와 김두관 전 의원 등 '거대한 산' 같은 거물급 인사들과도 TV 토론에서 직접 경쟁하며, 본인만의 미래세대 시각을 무기로 경험치를 축적했다. 전국 순회 연설 과정에서 경쟁 후보들은 물론, 당 안팎의 선배 정치인들 및 당원들과 인사하며 가까워진 것도 큰 수확 중 하나다.
다만 김 대표의 이 같은 '허리띠 졸라매기'에도 불구하고 '기탁금'은 여전히 골칫거리였다. 38세 김 대표는 청년 정치인을 고려한 당내 규정에 따라, 당 대표 경선에 필요한 기탁금 4000만원에서 50%을 감액 받아 2000만원만 내면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다수 청년들에겐 여전히 넘기 어려운 '벽'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기탁금을 더 파격적으로 낮추는 문화가 우리 정치에 만들어져야 한다"며 "기탁금 문턱이 낮아져야 더 다양하고 유능한 미래세대가 당에 유입될 수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본인의 '저비용 고효율' 도전이 미래 세대에게도 용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나의 도전으로 미래가 더 쉽게 도전하는 정치문화로 바뀌기를 바란다"며 "대한민국 정치의 문화를 바꾸는 시작점이다. 저비용으로 큰 도전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청년 정치인들에게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전의 물결이 일어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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