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에 나온 오리온 그 생수의 '잃어버린 4년'
제주용암수 디자인 용기로 주목
일반 생수보다 미네랄 다량 함유
출시 4년 흘렀지만 성과 못 내
‘혼합음료’ 분류도 단점으로 지적
# 2019년 혁신적인 디자인 용기로 주목을 받은 오리온의 '닥터유 제주용암수'. 하지만 출시한지 4년이나 흘렀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대 생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한낱 봄꿈에 그친 지 오래다.
# 이런 상황에서 제주용암수가 영화 파묘와 중국을 발판으로 도약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제주용암수는 과연 '잃어버린 4년'을 되찾을 수 있을까.
"국내 3대 생수기업으로 도약하겠다." 오리온그룹이 2019년 '닥터유 제주용암수(이하 제주용암수)'를 시장에 출시하면서 밝혔던 포부다. 출발은 상큼했다. 세계 3대 사립 미술대학 '파슨스 디자인 스쿨' 교수 출신의 디자이너가 고안한 혁신 용기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용기 상단은 세로, 하단은 가로로 줄무니를 촘촘히 새겼는데, 각각 주상절리와 바다의 수평선을 상징했다. 용기를 두른 라벨엔 '오리온 별자리'도 숨겨놨다. 일반 생수보다 이로운 성분이 많다는 점도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실제로 제주용암수에는 미네랄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다. 2리터(L) 제품 영양정보 기준 칼슘 132㎎, 칼륨 44㎎, 마그네슘 18㎎이 들어있다.
하지만 시장은 오리온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리온이 자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제주용암수의 2022년 시장점유율은 국내 편의점 기준 1.9%, 일반 슈퍼 기준 1.5%에 그쳤다.
적자 규모도 상당하다. 오리온그룹 자회사이자 제주용암수의 생산업체 '오리온제주용암수'는 2019년(27억원)부터 2023년(23억원)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생수시장이 해마다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용암수의 부진은 더 도드라진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2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3년 새 1.9배가 됐다.
제주용암수가 생수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기존 브랜드의 입지가 공고하다는 게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오프라인 생수 소매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제주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로, 시장 점유율은 40.3%에 달한다. 그 뒤를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13.1%)', 농심 '백산수(8.3%)'가 이었다. 세 브랜드의 점유율을 합치면 60%가 넘는다.
세 브랜드와 달리 제주용암수가 '혼합음료'로 분류되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도특별자치도법 상 제품의 수원이 제주도일 경우, 제주도가 설립한 공기업만 '먹는샘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용암수 제조사인 오리온제주용암수는 민간기업이다. 그 때문에 추가공정으로 물의 미네랄 함량을 재배합해 제주용암수를 판매해야 한다. 제주용암수에 '먹는샘물'이 아닌 '혼합음료'란 타이틀이 붙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생수업체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생수 하면 '먹는샘물'을 떠올린다"면서 "제주용암수는 '미네랄이 많이 섞인 건강에 좋은 물'을 장점으로 밀고 있는데, 이를 본 소비자가 제주용암수를 생수라기보단 '건강음료'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용암수가 경쟁상품들과 차별화를 꾀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여기엔 '용기의 역설'이 숨어 있다. 용기에 표현했다는 주상절리와 바다의 수평선, 별자리는 설명을 들어야만 그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다. 물맛이나 가격 등 정작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긍정적인 변수도 있다. 오리온그룹은 지난해 4월 중국 유통기업과 대중對中 수출 계약을 맺고, 4월 말부터 본격적인 중국 시장 판매에 나섰다. 올해 대중 수출 목표량은 5000만병으로, 내년엔 수출 물량을 두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최근에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파묘'에 제주용암수가 등장하면서 재조명 받은 것도 호재라면 호재다. 제주용암수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밥을 먹는 장면이나 산을 오르는 장면 등 여러 차례 등장했다.
당시 오리온은 SNS를 통해 영화 속에 등장한 제주용암수를 강조하며 홍보에 나섰다. 제주용암수로선 '파묘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참고: 영화 파묘의 배급사는 오리온그룹 계열사 쇼박스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제주용암수의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판매처를 확장해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침체와 호재가 맞물려 있는 지금, 제주용암수는 반전을 꾀할 수 있을까.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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