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만 92번 돌렸지만…추석에 병원 못 찾아 숨진 30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병원 곳곳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날 부산에서 응급실로 이송된 심정지 상태 30대 환자의 상급병원 수용을 위해 119구급대 등이 92차례나 여러 병원에 전화를 돌렸지만, 결국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3일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확보한 ‘심정지 환자 이송지연 관련 동향보고’를 보면, 지난 17일 새벽 2시15분께 부산 영도구에 사는 30대 여성이 신체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119구급대가 새벽 2시27분께 도착해 응급조처하고 후송할 병원을 찾았다.

30대 환자가 심정지 증상을 보이는 등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단계여서 구급상황관리센터까지 나서서 치료할 병원을 찾기 위해 병원에 전화를 돌렸다. 30대 환자가 2차 의료기관인 ㅎ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때인 새벽 3시4분까지 119구급대 등이 연락한 병원만 29곳이었다. 하지만 모든 병원이 진료가 어렵다고 답했다.

ㅎ병원 의료진이 심정지 상태가 온 30대 여성에게 심폐소생술 등 조처해 환자의 의식이 일시적으로 돌아왔지만, 의료기기 부족 등으로 상급병원 전원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후 부산·울산·경남·대구·포항·경북·충남 등지의 상급병원 63곳에 전원을 문의했지만, 모두 의료진 부족 등으로 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30대 환자는 심정지를 3차례 더 겪은 뒤 결국 이날 새벽 6시25분께 ㅎ병원 응급실에서 숨졌다. 보건복지부와 부산시는 상급병원 등의 전원 거부 이유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