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문가’에 팔린 딥마인드, 피피아이… CB 찍는 이유는
통신부품 사업을 하던 코스닥 상장사 피피아이가 최근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딥마인드에 매각됐다. 딥마인드는 올해 4월 최대주주 변경 후 4개월 만에 피피아이의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피피아이는 광통신장비 부품을 만들어 왔고 딥마인드는 건강기능식품과 여성 속옷 등을 판매하던 회사다. 한데 지배구조가 바뀐 후 두 회사 모두 기존 사업과 별로 관련이 없는 드론(무인항공기) 사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본업이나 양사 간 사업적 시너지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피피아이와 딥마인드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코스닥시장 ‘M&A 전문가’라고 알려진 김병진 메타플렉스 대표가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기업 인수합병(M&A) 후 매각을 통해 자산을 불려온 김병진 대표의 행보에 주목한다. 김병진 대표는 개인 회사인 메타플렉스를 통해 딥마인드와 피피아이를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피피아이는 이달 11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업 다각화를 사유로 상호를 한국첨단소재로 변경했다. 사업 목적엔 드론 사업과 이차전지 사업을 추가했다. 같은 날 피피아이의 최대주주는 김진봉 대표(지분 22.69%)에서 딥마인드플랫폼(14.19%)으로 변경 공시됐다. 지난달 초 김 대표는 지분 일부만 남기고 딥마인드에 주식 140만 주를 70억 원(주당 5000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임시주총에선 피피아이의 새 이사회가 김병진 대표 측 인사들로 채워졌다. 사내이사로 김병진 대표, 홍상혁 딥마인드 공동대표, 조헌정 딥마인드 부사장이 선임됐다.
피피아이를 인수한 딥마인드의 최대주주는 앞서 4월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현 빌리언스)에서 경영컨설팅업체 메타플렉스(지분율 44.78%)로 바뀌었다. 메타플렉스는 딥마인드의 90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딥마인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메타플렉스는 블레이드엔터를 통해 딥마인드를 지배하다가, 휴마시스에 블레이드엔터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블레이드엔터 아래에 있던 딥마인드를 따로 떼어냈다.
딥마인드는 피피아이 인수 대금 일부를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조달했다. 지난달 21일 피피아이 증권 취득 자금 용도로 상상인저축은행을 대상으로 60억 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딥마인드가 피피아이와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후 피피아이도 40억 원 규모 CB를 찍었다. 발행 대상자는 새 최대주주 측이다. 캠핑 용품을 판매하는 감성코퍼레이션의 김호선 대표와 스페이셜인베스트먼트가 해당 CB에 각각 20억 원씩 투자했다. 스페이셜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가진 김병진 대표다. CB의 보통주 전환가액은 1981원으로, 피피아이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가액을 최저 500원으로 낮춰주는 조건이 붙었다. 임시주총에선 피피아이의 CB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한도도 각각 1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상향 변경됐다.
딥마인드도 피피아이와 마찬가지로 사업 다각화를 위해 드론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주력 사업과는 관련이 없다. 딥마인드의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매출(116억 원)의 60%를 건강기능식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커머스를 통해 올렸다. 경남제약과 자체 브랜드 케어플러스 제품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인데, 당시 최대주주의 관계사가 경남제약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였다.
딥마인드가 자체적으로, 또 인수한 회사를 통해서 드론을 신사업으로 제시하면서 일부 주식 투자자 사이에선 기존 사업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온다. 피피아이의 경우 2019년 상장 후 재무 상황이 지속적으로 나빠진 상태라 신사업 여력이 있는지도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있다. 피피아이는 지난해 연간 30억 원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31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다.
투자업계에선 블레이드엔터와 경남제약 매각 후 새 M&A 대상으로 피피아이를 찍은 김병진 대표의 행보를 주목한다. 김 대표는 라이브플렉스, 클라우드에어 등을 M&A하며 시세 차익을 남겨 이름을 알렸다. 또 자신이 최대주주인 투자자문 법인 플레이크와 메타플렉스를 통해 블레이드엔터와 경남제약을 지배하다가, 올해 5월 휴마시스에 블레이드엔터의 경영권 지분을 480억 원에 매각했다. 블레이드엔터를 사들인 휴마시스는 지난해 2월 기업 사냥꾼으로도 불리는 또 다른 M&A 전문가 남궁견 회장의 회사(아티스트, 인스코, 인콘, 남산물산)에 매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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