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데뷔 페제시키안 “이스라엘, 이란 끌어들이려 덫 놓은 것···중동 확전 원치 않아”
레바논 공습 등 이스라엘 비난 속
“무기 내려놓을 의향 있다” 주장
미에 이란핵합의 복원 협상 언급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덫을 놓았다”고 말하며 레바논을 공습한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AP통신은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중동 확전을 노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대선에서 승리한 온건파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 참석을 통해 세계 외교무대에 데뷔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이 중동에서 전쟁과 무력 충돌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싸우고 싶지 않다”면서 “모두를 전쟁으로 끌어들여 역내 불안정을 초래하길 원하는 건 이스라엘이다. 그들은 우리가 가고 싶지 않은 지점으로 우리를 끌고 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겉으로는 확전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행동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은 중동의 불안정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이 모든 무기를 내려놓을 의향이 있다면 우리도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학교와 병원, 주택을 공격해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이런 압제와 불의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쟁의 단초가 된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이란이 몰랐다는 것을 미국은 알고 있고, 이스라엘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목적의 탄도 미사일을 제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침략을 결코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미보유와 미사용 원칙을 천명한 ‘파트와’(최고 종교 권위자의 종교적 칙령·해석)는 여전히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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