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부터 삼성물산까지… 패션업계에 ‘생산자금 지원’ 분수효과 확산
패션 업계에 유통사와 입점 브랜드 간의 ‘동반성장’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려는 플랫폼 업체의 육성 의지와 매출 증대를 통한 성장을 기대하는 신진 브랜드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패션·라이프스타일 전문몰 SSF샵은 다음달 6일까지 ‘입점 브랜드 성장 자금 대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SSF샵은 공개 모집을 통해 기존에 SSF샵에 입점된 브랜드 외에도 K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소호 브랜드 등에 대해서도 SSF샵 입점과 동시에 자금 대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이와 관련해서 SSF샵은 지원 대상 브랜드를 선정할 때 성장성, 거래액 예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SSF샵 측은 “고객에게는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하고 잠재력이 있는 협력 브랜드와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자사몰 플랫폼 ‘SSF샵’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브랜드 지원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신진 브랜드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필요한 생산·마케팅 등 다양한 비용을 선제적으로 제공해 상호간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패션 업계에서의 이러한 자금 지원을 통한 ‘동반성장’ 노력은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한발 앞서 먼저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무신사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중소 브랜드를 위해 생산 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동반성장 자금 지원 프로젝트’를 운영해오고 있다. 무신사가 스타트업 시절 패션 업계 최초로 시작한 이래로 이제는 무신사의 대표적인 동반성장 경영 철학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는 상품을 먼저 생산한 이후에 확보한 재고를 판매하는 패션업계 특유의 ‘선(先) 생산 후(後) 판매’ 구조 특성상 원활한 자금 확보가 어려운 중소·신진 브랜드를 돕기 위한 목적이다. 신진 브랜드들의 경우 금융권에서 자금 차입을 위한 부동산 담보 등도 갖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생산 자금을 확보하는 데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는 내부 기준에 맞춰 선정된 입점 브랜드에 한해 무이자로 생산 자금을 먼저 지원하고, 이를 통해 완성된 상품을 무신사 플랫폼에서 판매함으로써 상환하는 방식을 갖추고 있다. 무신사는 첫 자금 지원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올해 7월말까지 기준으로 누적으로 3072억원을 입점 브랜드에 지급해왔다.
특히 무신사의 이러한 생산 자금 지원은 실제로 브랜드의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 효과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2023년 가을 시즌에 생산 자금을 처음 지원받은 브랜드들의 그해 9월~11월 거래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2.7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브랜드의 82%는 연간 거래액이 50억원 미만인 중소 브랜드로 집계됐다.
삼성물산과 무신사가 이처럼 입점 브랜드 성장을 위해 무이자 자금 지원까지 나서는 것은 입점사의 성장이 플랫폼 자체 비즈니스의 근원적 경쟁력 강화와 맞닿아 있어서다. 패션 유통 시장에서 백화점 중심의 오프라인과 종합몰·전문몰이 산재된 온라인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플랫폼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목적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유치가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러한 동반성장 노력이 스타트업 단계였던 무신사에서 시작되어 대기업인 삼성물산까지 확산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패션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입점 업체와의 동반성장은 대기업이 선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패션 업계에서만큼은 무신사가 일찍이 상생 철학에 일찍 눈이 뜨여 모범적으로 앞장서왔다”라며 “이러한 동반성장 움직임이 대기업을 비롯한 다른 업체로도 확산되는 선순환은 바람직해보인다”고 말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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