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가위 통과한 ‘딥페이크 처벌 강화법’ 남은 과제는?[플랫]
전문가 “법망 피할 부분 많아…범죄 요건, 포괄적으로 담아야”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크게 확산한 뒤 대책을 담은 법안이 처음으로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다른 상임위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도 여럿 대기중이다. 처벌을 강화하고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 외에도 날로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일관된 대응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23일 여가위 전체회의를 열고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이용해 아동·청소년을 협박·강요한 경우 각각 3년 이상,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보다 처벌 기준이 강화됐다. 경찰의 수사 편의성도 높였다. 긴급할 경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상급 경찰관서의 승인 없이 경찰이 신분 비공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찰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게시·상영·유통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경우 지체 없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삭제 또는 접속차단을 요청하도록 했다.
성폭력 방지법 개정안에는 ‘불법촬영물 등의 삭제 지원 및 피해자에 대한 일상회복 지원’이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로 담겼다. 불법촬영물 등을 삭제 지원하는 주체에 지자체를 추가했고 피해자의 신상정보도 삭제 대상에 포함됐다.
디지털 성범죄 대책과 관련된 법안은 여가위뿐 아니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에도 발의돼 있다. 법사위에는 디지털 성범죄 처벌 범위와 관련된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다. 유포 등을 목적으로 영상물을 편집·합성·가공한 자만 처벌하는 것에서 소지·구입·저장·시청까지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과방위에는 텔레그램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딥페이크 등 성착취물에 대해 즉각 조치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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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는 성폭력 처벌법의 구성 요건이 포괄적으로 개정돼야 변형되는 디지털 성범죄를 처벌 대상에 포괄할 수 있다고 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통화에서 “현행법은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 또는 ‘영상물 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 등 처벌 대상의 구성 요건을 두고 있는데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불법 합성물을 유포 목적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법망을 피해갈 수 있고 법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부위를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편집, 합성, 가공 등 불법 합성물 제작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법에 열거하는 것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미지 생성 과정을 열거하니까 새로운 생성 방식이 생긴다. 유포 행위도 열거돼 있어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 성격의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며 “불법 합성물 제작은 ‘생성’으로, 유포 행위는 ‘접근’으로 포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성착취물 삭제와 관련된 체계를 정립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제안도 나왔다. 김 대표는 “단순히 법안에 성착취물 삭제 요청 주체를 추가하는 차원이 아니라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방심위, 경찰의 역할이 각각 어때야 할지,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별도의 독립 기구를 설치할지 등 디지털 성범죄를 어떻게 다룰지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탁지영 기자 g0g0@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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