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후 최악, 사망 500명 육박…"이-헤즈볼라 거의 전면전"
美, 중동에 소규모 병력 증파 "지상군 침공 원하지 않아"…이란 "미친 짓" 맹비난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이스라엘군이 23일(현지시간) 가자전쟁에 무력으로 개입해온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융단 폭격을 감행하면서 레바논이 2006년 전쟁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레바논 전역에서 최근 24시간 동안 약 650차례의 공습을 감행, 헤즈볼라 시설 1천600개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주요 공격 목표가 헤즈볼라의 순항 미사일, 장·단거리 로켓 발사대 및 공격용 드론 발진 기지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헤즈볼라의 공격용 시설 중 다수가 민가에 숨겨져 있었다면서 관련 영상을 공개하고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를 전쟁터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공습으로 지금까지 35명의 아동과 58명의 여성 등 최소 492명이 사망했으며 1천645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이번 폭격으로 레바논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한 달 넘게 이어졌던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간 2차 레바논 전쟁 당시 레바논측 사망자 수 추정치(1천191명)의 절반에 육박한다.
'7월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2차 레바논 전쟁에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약 한 달 간 교전하다 유엔의 중재로 휴전했다.
이번 이스라엘군의 공습은 헤즈볼라 시설이 집중된 남부에 집중됐지만 국경에서 100㎞ 이상 떨어진 바엘베크 등 동부지역은 물론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진행됐다.
레바논 국영뉴스통신사인 NNA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저녁 베이루트 남부의 베이르 알-아베드 인근에 3발의 미사일이 떨어졌다. 또 헤즈볼라 측 매체인 알-마나르 TV는 당시 폭격으로 6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또 레바논 남부에선 수만 명의 피란 인파가 도로로 쏟아져 나오면서 남부 항구도시 시돈에서 베이루트로 가는 고속도로가 극심한 정체 현상을 보였다. AP 통신은 2006년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피란 행렬이라고 소개했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병원 등 의료시설과 구급차 등도 부서졌다면서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으며 피란민 수용 준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무선호출기(삐삐) 무더기 폭발과 최고위급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 폭사 등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헤즈볼라가 전날 단행한 수백발의 로켓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추가적인 공습은 물론 지상군이 양국 국경인 '블루라인'을 넘어 진격하는 전면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전에 녹음된 메시지에서 레바논 민간인들에게 "이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 작전이 끝나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총회 고위급 회의 참석차 이날 뉴욕으로 갈 예정이던 네타냐후 총리는 출발 일정을 25일로 이틀 늦췄다.
또 하가리 대변인은 이날 250발을 포함해 헤즈볼라는 가자 전쟁 발발 후 약 9천발의 로켓을 이스라엘에 쐈다면서 "헤즈볼라를 국경 인근에서 멀리 밀어내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할 것이다.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필요시 레바논에서 지상전을 감행할 준비도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다음 단계의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번 폭격은 지난 20년간 건설된 헤즈볼라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사전 조처"라고 설명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군의 맹폭에 대응해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인근의 방산업체 라파엘을 비롯한 3곳에 로켓을 쐈다고 밝혔지만 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현지 언론은 나사렛과 아풀라 등 이스라엘 북부지역의 소도시 곳곳에서 공습경보가 울리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헤즈볼라가 속한 '저항의 축'은 이스라엘군의 대대적인 공습을 맹비난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의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을 "미친 짓"이라며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새로운 모험이 위험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야만적인 침공이자 전쟁범죄"라고 비난하며 헤즈볼라와 레바논 국민에 연대를 표명했다.
국제사회도 엄청난 민간인 피해를 동반한 이스라엘의 폭격을 비난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 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유엔 총회 참석차 방문한 뉴욕에서 기자들에게 "상황이 극도로 위험하고 걱정스럽다. 거의 전면전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갈수록 늘어나는 민간인 피해를 언급하면서 "이게 전쟁이 아니라면 이런 상황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가장 우려하는 이스라엘군의 월경(월경)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은 분쟁 확산을 우려하면서 중동에 소규모 병력을 증파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동의 높아진 긴장을 고려하고 충분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차원에서 이미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그 지역(중동)에 우리의 무력을 증강하기 위해 소수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파견한다"고 말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다만 구체적인 증파 규모와 추가 파견 병력의 임무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현재 중동에는 미군 약 4만명이 주둔하고 있다.
익명의 미국 당국자는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침공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이 당국자는 중동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분명한 생각을 이번 주 동맹들과 논의해 최우선으로 확전을 방지할 출구를 찾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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