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이세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제가 어렸을 때 크면서 보고 자랐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처럼 정통 멜로라는 점이 좋았죠. 극 중 이별 후의 감정들이 절절하기도 하고 조금 많이 애틋했어서 공감도 많이 됐고, 그걸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함께 하게 됐어요."
배우 이세영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연출 문현성)'에 끌린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아역배우 시절이었던 1997년 SBS '형제의 강'으로 데뷔해 MBC '대장금'(2003) 등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기까지, 이세영은 28년 동안 수많은 작품들에 쉴 틈 없이 도전했고 다채로운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 tvN '왕이 된 남자'(2019), MBC '옷소매 붉은 끝동'(2021), '열녀박씨 계약결혼뎐'(2023)까지 승승장구 중인 그는 이번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걸맞게 역대급 비주얼을 장착하고 돌아왔다.
27일 공개를 앞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일본 유학 중이던 최홍(이세영)이 준고(사카구치 켄타로)를 만나 애절한 사랑과 이별을 겪은 후 5년 만에 한국에서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운명적인 사랑을 그렸다. 공지영·츠지 히토나리 작가의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원작으로 한 로맨스 작품이다.
이세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와 첫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일본어로 연기하는 것도 그에게는 도전이었다. 이세영은 "일본어는 이번 작품 때문에 처음 준비했다. 1월부터 촬영이었는데 11월 중순쯤부터 수업을 듣기 시작해서 촬영하면서도 쉬는 날이나 촬영 중간중간에 전화 드리고 현장에서도 여쭤보고 했다"며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한국어로 써져 있고 그 옆에 괄호 열고 일본어로 돼 있어서 읽을 때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래서 재밌겠다 했는데 촬영을 준비하면서 일본어가 정말 많았다. 거의 한 80%가 일본어니까 쉽지 않다 했는데, 제가 그런 현실적인 부분을 촬영 들어갈 때 알게 돼서 조금 더 고민 없이 작품에 기쁜 마음으로 투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어로 연기하며 어려웠던 점으로는 "우리는 특정 말이나 특정 부분이 끝나기 전에 리액션을 하지 않나. 내가 모르는 말로 그 타이밍에 리액션을 하면서 연기를 해야 하니까 이 사람이 하는 대사들을 다 외워서 그 말이 들릴 때 리액션을 했다"며 "그걸 다 외워서 하니까 그게 좀 많이 힘들었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좀 외롭다는 생각도 들더라. 그런데 초반에만 그랬고 나중에는 되게 편하고 재밌게 찍었던 것 같다. 어쨌든 사람의 감정은 똑같기 때문에 배우가 이렇게 표현하는 걸 보고 그 덕분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예 일본인 역할로 해도 충분히 연습하고 준비하면 할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다른 언어로 연기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또한 해외 진출에 대한 욕심도 보이며 "선생님들과 논의를 해봤더니 일본어는 그래도 우리나라랑 어순이 똑같으니까 단어나 조사만 바꿔서 말을 할 수가 있는데 중국어나 영어는 또 다르다고 하더라. 그것도 극복해서 저는 다양한 곳에서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함께 호흡을 맞춘 사카구치 켄타로에 대해서는 "켄타로는 되게 밝고 건강하다. 장난기도 많고 특유의 순수함이 있다. 열정적이고 에너지 있고 순수해서 항상 보고 있으면 저도 기분 좋아지고 맑아지는 것 같다"며 "연기할 때는 집중력도 좋고 세심하고 다정하더라. 스태프들도 두루두루 다 챙기고 현장에서도 항상 자기가 힘들어도 힘든 내색 안 하고 그래서 같이 작업하면서 참 좋았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기 전 한일 간의 차이라고 느꼈던 부분도 있었다. 이세영은 "켄타로 배우가 준고라는 인물이 너무 다정하다고 했다.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 일본 남자가 이렇게까지 표현을 많이 하는데, 우리가 봤을 때는 표현을 안 한 게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하지 않나. 일본에서는 이것도 엄청 다정한 거라고 해서 홍이랑 준고가 본질적으로 부딪힌 게 이런 부분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더라. 준고는 최선을 다한 거였고 홍은 내가 알고 있는 단계에서 이해가 안 갔던 거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일본 남자만의 매력을 느낀 점이 있는지 묻자 "일본 남자를 대표할 만큼의 표본이 안 됐다"며 웃었다. 이세영은 "그런데 제가 겪은 켄타로 씨만 생각하면 정말 다정다감하다. 보통 일본 남자들은 표현을 많이 안 하고 좀 무뚝뚝하고 상남자 같다고 하더라. 저는 그게 참 의외였다. 이렇게 섬세한 사람도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세트장 없이 100% 현지 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됐다. 이세영은 "지하철도 역에서 최소 스태프 인원으로만 찍고 그랬다. 일사불란하게 역에서 타서 정거장 반 정도 갈 동안 세팅하고 문 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하고. 타는 승객들에게 죄송하다고 하고. 그럼에도 성공적으로 끝난 게 인상 깊었다. 우리는 정말 한 팀이다. 팀워크가 좋았다. 뭘 해도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곧 프로모션으로 작품 홍보 차 도쿄에 간다며 "혼자 갔을 때 도쿄 타워를 가고 싶어서 아직까지 안 가고 남겨뒀다. 그건 혼자서 꼭 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세영은 "켄타로 씨가 촬영 초반 친해지기 위해 자기가 자주 가는 밥집에 데려갔었는데 그때 못 먹고 남겨둔 술이 있다. 기회가 되면 남은 술을 마시고 다른 메모를 적어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이세영은 다음달 17일 tvN 예능 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 - 로맨틱 이탈리아' 공개를 앞두고 있다. 라미란, 곽선영, 이주빈과 함께 이탈리아로 촬영을 다녀온 그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와서 여성들끼리 있는 게 편하다. 고민할 필요 없고 게다가 막내 포지션이라서 사랑받으며 다녀온 것 같다. 보통 작품 끝나면 다른 나라 가서 한국인들이 관광하는 코스로 열심히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타입인데, 가이드 님이 설명을 더해주니 좀 더 밀도 있는 깊이감 있는 여행이었다"고 떠올렸다.
또한 이세영은 앞으로 100살까지 살 것 같으니 실패를 통해 기본기를 다지며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곧 데뷔 30주년을 앞둔 그는 "20주년이었을 때 팬미팅이나 그런 걸 할 여건이 아니라서 못했는데 30주년에는 뭘 좀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근데 보통 30주년이라고 하면 디너쇼 같은 걸 하지 않나. 팬분들과 뭔가를 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하게 된다면 국적이 다른 해외 팬분들과도 만나고 싶다. 그 나라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나 이런 걸로 무대를 준비하고 싶다. 내 취향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올해 일본에서 촬영하던 순간을 지금까지 인생 중 명장면으로 꼽으며 "촬영을 쉴 때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한국에서도 아무도 나를 막지 않으니 진짜 자유롭게 다닌다. 그런데 나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까 더 자유로웠다. 행복하게 이것저것 다 즐겼다. 옷이나 화장이나 머리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닌 게 편하고 재밌었다. 에너지가 넘쳤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하반기 계획으로 "매년 신년의 목표는 '작년보다 나은 한 해를 살자'인데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인해 조금 더 성장하고 나아진 것 같다. 이렇게 작품 하면서 얻은 에너지로 새로 시작하는 작품도 잘 준비하고 건강하게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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