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불안에 ‘투자이민’만이 살 길?…해외 ETF 순자산 처음으로 50兆 넘었다 [투자360]
금투세 도입에 '슈퍼개미' 이탈 우려 커져
정치권도 전면 재검토 돌입…커지는 유예론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국내 상장된 해외 ETF(상장지수펀드)의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매력이 떨어진 한국 증시보다 차라리 성장주가 몰린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이 신흥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 마저 감소한 데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 등이 투심을 얼어붙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 해외 ETF의 가파른 성장세는 단순한 투자 다변화를 넘어서 ‘국장’ 외면 현상이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마저 나온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23일 국내 상장된 해외 ETF 순자산총액은 50조5632억원으로 작년 말 27조4963억원에서 83.9%(약 23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ETF 시장 성장세(15.2%)보다 더 가파르게 불어났다. 해외 ETF 순자산은 2월 초 30조원을 넘어서더니 5월 말 40조원 돌파, 이달 20일(50조4612억원) 50조원대로 첫 진입했다. 올 들어서만 38조원 가량의 자금이 유입된 한국 ETF의 성장은 사실상 해외 ETF가 주도한 셈이다.
시장 존재감도 커졌다. 2022년 말 해외 ETF 규모는 19조8648억원으로 전체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8%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달 해외 ETF 규모는 50조원으로 순자산이 2.5배 이상 급증했고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1.9%로 크게 확대됐다. 국내투자자들이 해외 ETF로 눈을 돌린 배경에는 국내 증시의 부진한 수익률이 원인으로 꼽힌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해외 주식형 ETF의 평균 수익률은 14.1%에 달한 반면 국내 주식형 ETF는 마이너스(-4.42%)를 기록했다.
올해 순자산 증가 상위 10곳 중 8곳도 미국 관련 ETF가 휩쓸었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TIGER 미국S&P500(2위·증가 2조3743억원)이 가장 크게 증가했고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3위·1조1027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4위·1조862억원)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5위·1조796억원) 등이 1조원대 성장세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상품은 10위권에 없었다. 나머지 2곳 마저도 파킹용 ETF로 활용되는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1위·2조9562억원), TIGER 24-12 금융채(AA-이상)(9위·7285억원)였다.
문제는 한국 증시 투자 매력이 점점 떨어지면서 해외 ETF로 국장 이탈세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선 금투세를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동학개미의 투심을 얼어붙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로 연간 5000만원을 넘는 양도차익을 얻은 투자자에게 지방세를 포함해 수익의 22~27.5%를 양도소득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금투세를 도입하면 ‘슈퍼 개미’들이 국내 증시를 이탈해 투심과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차라리 성장주가 있는 미국을 택하겠다는 것”이라며 “금투세 엑소더스에 해외 ETF가 간접 탈출구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8.7%로 1위였지만 올해 11.7%까지 떨어졌다. 올해 기준으로는 중국(24.4%), 인도(19.9%), 대만(18.8%)에 밀린 4위에 해당된다.
한편, 금투세 도입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반대가 극심하자 정치권도 전면 재검토에 돌입한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의원총회를 겸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금투세 도입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지도부의 의중은 유예론에 실리고 있지만,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아직 당론을 예단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국민의힘도 이날 국회에서 주식시장 투자자들과 함께 ‘1400만 주식 투자자 살리는 금투세 폐지 촉구 건의서 전달식’을 연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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