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LG엔솔 파트너’ 성우, 전기차 캐즘 실적 악화에도 몸값 높였다

배동주 기자 2024. 9.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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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 4400억원
1년 전 프리IPO 2000억원 比 2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41% 감소
성우 CI.

이 기사는 2024년 9월 23일 17시 1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이차전지 부품 제조사 성우가 코스닥시장 상장 공모절차를 본격화했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차전지 안전부품 제조사이자 LG에너지솔루션의 1차 벤더사라는 점을 앞세워 4400억원 가까운 몸값을 꺼내 들었다.

다만 일각에선 4400억원 몸값은 지나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4400억원 몸값은 지난해 9월 프리IPO(상장 전 자금 조달)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 2000억원의 두배를 넘는 수준인 탓이다.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에 실적 성장세도 꺾였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성우는 내달 10일부터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10월 중 상장을 목표했다. 지난 4월 한국거래소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약 4개월 만인 지난 8월 이미 심사 승인 결론을 받아 든 것으로 파악됐다.

성우의 공모주식 수는 300만주로, 전량 신주로 상장한다.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주관사와 책정한 희망 공모가 범위는 2만5000~2만9000원으로, 상단 기준 공모금액은 870억원, 예상 시가총액은 4363억원으로 추산된다.

성우는 최초 컬러 TV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CRT TV용 전자총 전문업체로 1992년 설립됐다. LG전자를 핵심 매출처로 두고 2000년대 초반까지도 전자총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이어오다 2012년 자동차 전장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2015년 이차전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재확장, 현재는 전체 매출의 약 80%를 이차전지에서 올리는 이차전지 전문 업체가 됐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447억원으로, 이 중 이차전지 부문 매출이 1196억원(약 82%)으로 집계됐다.

주력 제품은 ‘톱캡어셈블리’(Topcap Ass’y)다. 원통형 2차전지의 상단에 부착돼 화재 등을 방지하는 부품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 해당 부품을 납품하고, 성우의 톱캡어셈블리가 부착된 원통형 이차전지가 테슬라 전기차에 들어간다.

덕분에 성우는 상장 추진 당시부터 테슬라 관련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4400억원 몸값은 너무 비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꼬박 1년 전인 지난해 9월 유상증자 형식의 프리IPO 투자 유치 당시 책정된 몸값이 2000억원 수준에 그친 탓이다.

전기차 캐즘으로 올해는 매출 성장마저 멈췄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770억원 대비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3억원으로 41% 감소했다. 실적은 줄었는데 몸값은 2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셈이다.

성우와 상장 주관사는 순이익에 유사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대입하는 상대가치법을 사용해 4400억원 몸값을 만들어냈다. 프리IPO 당시 투자단가는 1만6585원으로 이차전지 부품사인 신흥에스이씨의 PER 배수 10배 수준을 적용했다.

이번엔 PER 배수를 약 20배로 1년 전 대비 2배로 늘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최근 1년간 당기순이익 255억원에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신흥에스이씨(9.92배), 이닉스(21.83배), 테이팩스(28.05배)의 PER 배수 평균인 19.93배를 적용했다.

당해년도 상장사를 유사기업에서 제외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난 2월 상장한 이닉스를 포함했고, 사업구조가 유사한 상신이디피(6.44배)는 PER 최솟값으로 분류 제외됐다. 대신 소비재 판매 비중이 높은 점접착 테이프 생산업체 테이팩스를 끌어왔다.

성우 주주구성.

상장 주관사의 모럴해저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쿼크프라이빗에쿼티(PE)와 프리IPO에 참여, 주당 1만6585원에 12만900주를 확보해 뒀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 우려로 실적마저 악화한 상황에서 성우 실사를 담당한 상장 주관사가 PER 배수를 투자 당시 대비 두배 이상 키웠다”면서 “투자 수익을 위해 몸값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성우의 상장 후 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의 차세대 이차전지 모델로 불리는 4680 양산 여부에 달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우는 LG에너지솔루션의 4680 모델 개발에 참여, 톱캡어셈블리를 단독으로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4680 모델은 기존 주력 제품인 2170(지름 21㎜, 길이 70㎜)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 출력, 주행거리가 향상된 반면 생산 단가는 더 낮출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로 불린다. 성우는 공모자금 사용처에도 4680 부품 양산 설비 증설로 정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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