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유엔총회 데뷔…"이스라엘, 중동 확전 '덫' 놨다"(종합)

황철환 2024. 9. 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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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방문해 첫 외교무대…"이스라엘, 모두를 전쟁에 끌어들이려" 규탄
'핵무기 미보유' 재확인…"핵합의 복원 위해 협상할 의사"
유엔총회에서 발언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유엔본부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9.24

(브뤼셀·서울=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황철환 기자 =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확전을 노리고 있으며, 이란을 분쟁에 끌어들이려 "덫을 놓았다"고 주장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란은 중동에서 전쟁과 무력 충돌이 확대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언급은 같은날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무더기 공습을 퍼부어 사망자가 거의 500명에 달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지난 7월 대선에서 온건파로 승리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참석으로 처음으로 외교무대 한복판에 섰다.

그는 이날 "우리는 싸움을 원치 않는다"면서 "모두를 전쟁으로 끌어들여 역내 불안정을 초래하길 원하는 건 이스라엘이다. 그들은 우리를 우리가 원치 않는 지점으로 끌고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말로는 확전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행동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17∼18일 레바논 전역에서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수천개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현지 무장정파 헤즈볼라 조직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또, 7월 31일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려 이란을 찾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폭사한 것도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강조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은 중동의 불안정을 원치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이 똑같이 할 의사가 있기만 하다면 우리는 모든 무기를 내려놓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레바논 남부에서 치솟는 연기기둥 (AF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 남부 일대에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떨어지면서 연기가 치솟는 모습. 2024.9.24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내 학교와 병원, 주택을 공격해 '집단학살'(genocide)을 자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란은 "이런 압제와 불의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와, 하마스를 도와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해 온 헤즈볼라에 대한 이란의 지원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AP는 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쟁의 단초가 된 하마스의 작년 10월 이스라엘 기습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이란이 몰랐다는 걸 미국은 알고 있고, 이스라엘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에 나설 용의를 밝히면서, 이란의 핵무기 미보유와 미사용 원칙을 천명한 '파트와'(최고 종교 권위자의 종교적 칙령 또는 해석)는 여전히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등이 이란이 다른 협정에 서명하도록 하려 하지만 "우리는 (2015년 합의됐던 것과) 동일한 틀을 따를 준비가 돼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미국, 유럽과 협상에 착수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JCPOA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6개국이 2015년 이란과 체결한 협약으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일부 동결하거나 축소하는 대가로 서방 국가들이 대이란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개발을 막는데 별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집권 기간 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에 대응해 이란은 핵개발 프로그램에 적용됐던 제한 조치를 무시하고 우라늄 농축 수준을 무기급 수준인 90%에 근접한 최대 60%까지 높였다.

EU 상임의장-이란 대통령 회동 (뉴욕=연합뉴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왼쪽)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뉴욕에서 회동하고 있다. 2024.9.23 photo@yna.co.kr [출처=미셸 상임의장 SNS. 재판매 및 DB 금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집권 직후 JCPOA 복원을 선언하고 2021년 4월부터 이란과 협의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진전 없이 교착 상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회동한 자리에서도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원하지 않으며 대화 실패에 대한 책임이 없으며,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동의) 불안정한 요인은 이란이 아닌 이스라엘"이라며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셸 상임의장은 이날 회동에서 EU가 핵문제 관련 외교적 해결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해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위한 중재 의사를 재확인했다.

또, 중동 지역에서의 이란의 역할과 무장·테러단체에 대한 지원, 러시아 미사일 지원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은 러시아에 무기를 전달하지 않았으며 건설적으로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EU 당국자는 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이란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급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찬성한 적이 없다"면서 이란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탄도미사일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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