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윤석열·불만인 한동훈 ‘독대’한들 뭘 할건가?[9월24일 뉴스뷰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9.24) 아침신문 1면에는 △윤 대통령, 한동훈 대표 독대 거절(4곳)이 가장 큰 뉴스였고, 이외에 △50년 뒤 한국인구 절반이 노인(2곳) △미국, 중국산 커넥티드카 수입금지(2곳) 등이 1면에 주요하게 실렸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윤 대통령, 독대 거절
② 시선, 클릭!
- 코리아둘레길 전구간 개통
- 50년 뒤 한국, 노인이 절반
- ‘화동’ 아닌 ‘화견’
- 금도, 배추도 금값
- 모차르트 신곡, 233년만에 발견
③ Now and Then : 작은 연못(양희은, 1972)
① 차이의 발견
# 윤 대통령의 독대 거절
- 예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의 독대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독대 요청 사실도, 독대 거절 사실도,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언론’을 통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 ‘독대를 통해 무엇을 이룰 것인가’보다 ‘독대’ 여부 자체가 관건이 된 모양새입니다. 우리 정치에 이런 일은 흔하긴 합니다. ‘수단’이 ‘목적’이 되는 상황이. 그러나 `대통령 독대를 하느냐 마느냐'를 갖고 야당 대표도 아닌 여당 대표와 옥신각신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입장에서 이 문제를 각각 살펴봤습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1. 윤 대통령, 공식적으로 거절(23일)
“추후 협의를 별도로 하겠다. (만찬)은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보시면 된다. 상견례 성격이 강하다“(대통령실 관계자)
“이번에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한동훈 대표)
2. 윤석열의 불쾌
1) 언론 흘리기
- 대통령실이 ‘여당 새 지도부 만찬’을 밝힌 게 19일(목)입니다. 그리고 그날 체코 순방을 떠났습니다.
- 20일(금) 조선일보에 한동훈 대표 인터뷰가 나옵니다. 내용은 “김건희 여사 사과 필요하다”, “대통령실이 민심과 다른데 편들어야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는 10일 했지만, 게재일자는 한 대표가 알고 있었을 겁니다.
- 21일(토) 밤 10시께 채널A에 ‘한 대표, 윤 대통령에 독대 제안’ 기사가 나옵니다.
- 22일(일) 윤 대통령이 귀국합니다.
- 23일(월) 아침신문은 온통 ‘윤 대통령-한동훈 대표 독대’로 뒤덮었습니다.
- 한 대표가 정확하게 언제 누구를 통해 어떤 형식으로 ‘독대’를 제안했는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대략 19일 또는 20일쯤에 대통령실에 ‘만찬 전 독대’를 요청했을 것이고, 아직 확답을 받기도 전에 ‘독대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간 것입니다.
- 한동훈 대표 쪽은 “지도부에서 언론에 흘린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정보가 새어나간 곳은 ‘한 대표 쪽’ 아니면 ‘대통령실’ 둘 중 하나인데, 대통령실 쪽에선 한 대표 쪽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합니다. 한 대표는 검찰 시절, ‘언론 흘리기’를 적절한 시점에 잘 활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고, 윤 대통령이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 이렇게 되면, 사실 될 일도 안 됩니다.
- “독대라는 건 긴요하게 단둘이 할 얘기가 있을 때 하는 건데, 언론에 대고 독대를 요청하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대통령실)
- “독대를 하고 싶으면 만찬에 가서 요청을 하든 물밑 조율을 해야지 언론 통해 하면 누가 독대 진정성을 믿겠냐”(영남권 비윤계 의원, 한겨레)
- “한 대표가 플레이를 너무 더티하게 하고 있다”(영남권 친윤계 의원, 한겨레)
2) 체코 원전 성과(?) 덮기
- 애초 대통령실이 꾀한 이번 만찬 목적은 ‘체코 원전 성과’ 홍보입니다. 체코 원전 계약은 체코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이에 이견이 없고, 현재 문제는 원천기술을 지닌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없이 대통령이 재벌 총수 등을 대거 이끌고 체코를 직접 찾아가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세일즈 외교’라고 하지만, 덤핑 수주 의혹까지 일고 있는데,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체코한테 이익이 되면 됐지, 한국에 더 이익이 됐을까 하는 의구심이 이는 게 사실입니다.
- 어쨌든 대통령실은 이 ‘체코 원전’을 모처럼 대통령 성과로 포장하고 싶었고, 여당 지도부도 맞장구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 그런데 다 어그러졌습니다. 만찬에서 아무리 ‘체코 성과’ 목소리를 높여도, 내일치 신문에는 ‘독대는 없었다’로 나갈 것입니다.
3) 김건희 사과도, 2025학년도 의대 증원도 답할 수 없는데...
- 독대를 하게 되면, 한 대표는 크게 2가지를 얘기합니다. ‘김건희 사과’, 그리고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입니다.
- 둘 다 대통령실이 긍정적 답변을 하기 힘듭니다. 의대 증원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김건희 여사 사과’까지 거부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되기는 합니다만.
- 이런 상황에서 ‘독대’를 하면, 대통령의 옹고집만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3. 한동훈의 불만
- 이젠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 한 번 보겠습니다.
1) 더 이상 들러리 안 서겠다
- 지난 7월24일, 전당대회 다음날 ‘용산’에서 대통령과 여당의 ‘삼겹살 만찬’이 열렸습니다.
- 그런데 원희룡·나경원·윤상현 등 전당대회 낙선자들까지 다 함께 불렀습니다. 이런 경우는 잘 없습니다.
- 한 대표는 참석자 27명 중 1명이었습니다.
- 윤 대통령은 이날 여당 인사들에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잘 도와달라”, “한 대표를 외롭게 만들지 말고 많이 도와주라”고 말했습니다. 형식적으론 ‘덕담’이고, 윤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한 대표와 바닥을 드러내고 싸운 경쟁자들, 그리고 친윤계 최고위원들에게 이런 ‘당부’를 하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맘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말라'고 들리는 건 아닐까요.
- 만찬 뒤, ‘이런 만찬 왜 했나’라는 의견이 있었고, 한 대표도 그런 식의 만찬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2) 지금 ‘체코 원전 성과’ 박수칠 때인가
- 의-정 갈등으로 온국민이 ‘아프지 말라’고 인삿말하는 상황, 김건희 여사 의혹이 연일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만나 ‘체코 원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말만 주거니받거니 하는 장면을 국민들이 어떻게 볼까요. 지금 윤 대통령이 ‘한 몸이 되자’고 하는 건, 한 대표 입장에선 ‘같이 가라앉자’는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 대통령 지지율은 현재 20%(한국갤럽)입니다.
- “독대도 안 할 거면 굳이 만찬을 할 이유가 뭔가? 여럿이 모여 웃으면서 밥 먹는다고 당정관계가 회복됐다고 국민이 믿겠느냐”(당직 맡은 한 친한계 의원, 한겨레)
3) ‘독대 요청 거절’도 언론 통해 들어야 하나
- 대통령실이 ‘언론 흘리기’에 불쾌해 하지만, 한 대표도 ‘거절’을 언론을 통해 들었습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따로 (대통령실에서) 직접 전달받은 건 없지만,”이라고 말했습니다.
- ‘추후에 하자’고 하지만, 앞으로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 그러니 한 대표 입장에선, 기회 있을 때 이런 제안을 할 수밖에 없으니, 이런 제안 자체가 한 대표 입장에선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4. 서로 ‘겉치레’만 신경
1) 대통령 - 여당 대표 독대 여부가 뉴스가 되는 상황
-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언론을 통해 ‘독대’ 여부를 놓고 중계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비정상적 상황입니다. 대통령-여당 대표 독대 여부가 언론의 실시간 뉴스가 되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닙니다.
- 예전 같으면, 체코 순방 떠나기 전에 잠깐 공항 귀빈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만찬 직전에 ‘잠깐 보자’고 해 몇 십분 얘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할 일이, 두 사람은 마치 남북 정상회담 하듯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여당 대표 만남에도 ‘프로토콜’을 따지고, ‘의제’를 미리 결정해야 합니까.
2) 이 상황에서 독대 해서 뭐하나?
- ‘독대’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독대’에서 뭘 이끌어 내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이끌어 냄’을 할 수 있다면, 그건 꼭 ‘독대’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 그런데 지금의 모습을 보면, 한 대표는 ‘독대’를 이뤄내는 것만으로 ‘소기의 성과는 다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차선책으로 ‘독대를 요청했다’는 걸 알리는 것만으로도 ‘일단,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는 성공’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했습니다.
- 그러나 대통령실과 정부의 입장을 바꿔보겠다면, 받아들일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음을 잘 알면서도 불쑥 독대를 요청하고, (한 대표 쪽에선 부인합니다만) 또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고 해서 될까요. 이런 일에 앞서 실무진 사이에서 쉴새없는 물밑 대화가 오가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물론 지금의 대통령실을 보자면, 이를 한 대표 쪽에 요구하는 게 무리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기미가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 정치를 ‘한 큐’로 해결하던 건 3김 시대 때 자주 있던 일입니다. 지금은 밑에서부터 쌓아올라가지 않으면, 그렇게 잘 안 됩니다.
- 독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윤 대통령의 옹색·옹졸함에 책임의 무게가 더 크다고 봅니다만, 한 대표의 방법론도 그리 선뜻 좋아보이지만은 않습니다.
5. 언론 보도
- 보수·진보 언론을 막론하고 이 상황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1) 기사 제목
한겨레 = ‘윤-한 만찬’ 앞두고 감정싸움만...“언론에 대고 독대 요청하나”(3면)
경향 = “체코 성과 묻혀”…용산, 한동훈 독대 거부(1면)/‘한계선’ 긋고 시작...의대 정원 중재커녕 ‘밥’만 먹고 끝날 듯(3면)
한국 = 한동훈 요청한 독대, 尹은 거부 ‘신경전’(1면)
동아 = 대통령실 韓의 ‘尹 독대 요청’ 사실상 거부(1면)
중앙 = 용산, 독대 거부...한동훈, 3자 만남 거부(1면)/용산 “만찬, 담판돼선 곤란” 한측 “김 여사 논의 피하려하나(3면)
조선 = 尹 대통령, 오늘 與 지도부와 만찬...한동훈과 독대는 성사 힘들 듯(3면)
2) 사설 제목
경향 = 한동훈 대표, 윤 대통령에 성난 민심 전하고 답 찾아야
한국 = 한동훈 두 달… 언론 흘리기 말고 내부 소통부터
동아 = “독대 요청” “누설” 신경전… 尹-韓, 답답한건지 한가한건지
중앙 = 지지율 바닥 정권이 ‘윤·한 독대’ 신경전 벌일 때인가
- 경향 한국은 ‘한동훈 대표’에게 주문을 하고 있고, 동아 중앙은 여권의 이런 상황 자체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 “대통령과 여당 대표 회동을 감정 다툼으로 소비할 만큼 국정 상황이 한가한지 대통령실 인식에 어이가 없다.”(경향)
- “당정 갈등 때마다 검사 시절 써왔던 언론 플레이를 통한 국면 전환 시도가 이제는 한 대표의 당내 리더십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한국)
-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의 설왕설래는 한가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동아)
- “한 대표의 이미지 정치 논란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독대를 마치 ‘제왕의 시혜’ 베풀 듯 접근하는 용산의 태도는 전근대적이다.”(중앙)
② 시선, 클릭!
# 코리아둘레길 전구간 개통
## 50년 뒤 한국, 노인이 절반
### ‘화동’ 아닌 ‘화견’
#### 금도, 배추도 금값
##### 모차르트 신곡, 233년만에 발견
③ Now and Then
북한이 남쪽으로 내려보낸 ‘쓰레기 풍선’이 석달간 5500여개나 된다고 합니다. 이젠 거의 일상이 될 정도입니다. 그러자 합동참모본부는 어제(23일)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언급했습니다. 자칫하면 한반도가 ‘풍선’으로 인해 안보 위기 국면으로 휩쓸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걸까요.
오늘 노래는 양희은의 ‘작은 연못’(1972)입니다. 김민기 작사·작곡인데, 멜로디는 동요풍인데 메시지가 남북 갈등 상황을 빗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금지곡으로 묶였던 곡입니다. 그러나 금지곡 시절에도 대중들에게 널리 불리던 곡입니다. 김민기 버전과 양희은 버전, 그리고 양희은 버전도 1972년판과 바이브레이션이 많이 들어간 1997년판이 있는데, 오늘은 1972년 20살 양희은의 목소리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VRfsimlFN8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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