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라 바야데르’… 빅2의 ‘발레 빅뱅’

서종민 기자 2024. 9. 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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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명 군무… 초대형 무대… 스타 무용수… 양대 발레단 ‘대작 대결’
유니버설발레단
27일 예술의전당 개막
원작 기반 전통 안무에
화려한 의상 400여 벌
전민철 ‘전막 데뷔’ 주목
국립발레단
내달 30일부터 무대
인물묘사 섬세한 창작버전
김기민·박세은 콤비
15년 만에 재호흡
유니버설발레단의 니키야 독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국내 양대 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의 올가을 대진표는 ‘라 바야데르’. 100여 명의 무용수가 투입되며 무대 설비·연출 등에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이 대작 발레는 세계 수준에 오른 발레단만이 레퍼토리로 갖고 있다. 세계 발레의 한류를 이끌던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과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의 맞대결이라는 점도 이목을 끈다.

‘라 바야데르’는 힌두교 사원의 무희를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고대 인도 제국의 무희 ‘니키야’(국립발레단은 ‘니키아’), 전사 ‘솔로르’의 사랑 이야기가 이 작품의 뼈대다. 국왕에 떠밀린 솔로르가 결혼하게 되는 공주 ‘감자티’, 니키야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을 하는 승려 ‘브라만’ 등이 뒤엉키면서 결국 이뤄지지 않는 사랑을 그린다. 러시아 고전 발레의 틀을 만든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러시아 제정기 황실발레단(현 마린스키발레단)이 1877년 초연했다.

우선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가 오는 27∼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관객을 만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창단 40주년을 맞는 올해를 기념해 이 레퍼토리를 6년 만에 무대에 올린다. 5회차 공연마다 다른 캐스팅이 특징이다. 공연 순대로 니키야·솔로르 역할에는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이동탁, 홍향기·이현준, 서혜원·강민우, 이유림·전민철 등이 나선다. 특히 마린스키발레단 입단을 앞둔 스타 발레리노 전민철의 첫 전막 발레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마지막 회차 관람권은 예매를 시작한 지 5분 만에 매진됐다. 그는 “선배님들이 선보이셨던 솔로르와는 또 다른 매력을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 20대의 전민철이 표현할 수 있는 솔로르를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국립발레단의 니키아·솔로르 2인무.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10월 30일부터 11월까지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아시아인 무용수 최초로 에투알 승급을 한 박세은, 마린스키발레단의 첫 아시아인 수석무용수 김기민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 2011년 나란히 유럽에 진출한 두 사람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수가 됐다. 박세은은 국립발레단 소속 조연재·안수연과 함께 니키아, 김기민은 국립발레단 소속 허서명·하지석과 함께 솔로르를 맡았다. 김기민과 박세은이 호흡을 맞추는 공연은 2009년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이후 15년 만이다.

양대 발레단의 서로 다른 무대 연출과 안무도 관람 포인트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솔로르·감자티 결혼식 장면에는 높이 2m, 무게 200㎏에 달하는 코끼리 모형이 등장한다. 원작 기반의 화려한 전통 안무로, 거대한 무대와 의상 400여 벌 등 볼거리 넘치는 무대가 준비됐다. 반면 국립발레단의 안무는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2013년 창작한 새 버전이다. 화려한 연출보다는 주·조연 등 인물 묘사로 존재감을 부각한 연출이다. 막간을 채우는 음악과 발레와 조화를 이루는 마임 등도 즐길 거리다. 발레 역사상 최고 군무 중 하나로 꼽히는 3막 ‘망령들의 왕국’에서는 두 발레단 모두 최대 기량을 뽐낸다. 니키야가 죽고, 환각에 빠져든 솔로르가 니키야의 혼령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흰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 32명의 일사불란한 군무로 작품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하지만 두 공연은 결말에서 도드라지게 갈라진다. 원작은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식이 열린 사원이 붕괴하는 장면으로 끝냈다. 소비에트 시절 러시아 버전에서는 이 대목이 빠졌고, 1970년대 미국 등에서 인기를 끌었던 버전의 ‘라 바야데르’에서는 부활했다. 유니버설발레단·국립발레단 공연에서는 해당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두 주인공이 무용수들의 군무 속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국립발레단 공연의 결말은 니키야를 잃고 절망을 겪으며 망령 세계에 들어간 솔로르가, 그 안에서 니키야를 만난 후 현실로 돌아와 쓸쓸한 독백을 하는 것이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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