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헬리콥터 지원 속 기업가정신이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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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간 한국 스타트업의 양적, 질적 성장을 주도한 대표 정책으로 꼽히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프로그램이 요즘 스타트업계에서 크게 비판을 받으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혁신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첫 도입된 팁스는 민간 투자사인 팁스 운영사가 창업 기업을 선별하면, 정부가 기술 개발(R&D)과 사업화 자금을 연계 지원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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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간 한국 스타트업의 양적, 질적 성장을 주도한 대표 정책으로 꼽히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프로그램이 요즘 스타트업계에서 크게 비판을 받으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혁신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첫 도입된 팁스는 민간 투자사인 팁스 운영사가 창업 기업을 선별하면, 정부가 기술 개발(R&D)과 사업화 자금을 연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270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팁스 선정’을 발판으로 총 13조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상장이나 인수합병(M&A) 성과를 내는 기업도 여럿 나왔다.
문제는 정부의 R&D 예산 삭감 기조로 팁스 예산까지 덩달아 줄게 되며 시작됐다. 스타트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중기부가 이를 없던 일로 하고 100% 정상 지급하기로 했는데, 예산이 부족해 일부 기업은 올해 받아야 할 돈을 내년에나 받을 수 있게 되자 불만이 쏟아졌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내년(2025년) 종료되는 과제 599개가 대상이다.
☞관련 기사 [팩트체크] 초유의 팁스 R&D 예산 지급 지연, 스타트업계 발칵
대상 스타트업 대표들은 “지원금으로 인재를 채용했고, 이미 모든 차입을 다 끌어 쓴 상황이어서 당장 어디서 돈을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정부가 책임지고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창업자가 고금리 사채까지 끌어 쓰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중기부는 성토의 대상이 됐다.
이를 두고 팁스 운영사에서조차 ‘정부가 현금 인출기도 아닌데, 스타트업의 요구가 과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한 관계자는 “비상 경영 상황은 창업가로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창업자의 경영 능력”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팁스를 제외한 다른 R&D 예산은 50%가 깎였는데, 100% 주는 것만으로도 특혜”라고 했다.
최근 국내 벤처 1세대로 꼽히는 한 중견기업인은 사석에서 “후배 창업가들의 기업가 정신이 사라졌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기업가 정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피터 드러커)’이다. 현대의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기업가 정신은 매우 중요한 성장 연료가 되는데, 그 핵심 역할을 해야 할 스타트업 창업가가 지원금에만 의존해 해법을 찾지 못하고 남 탓만 하는 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원래 R&D 팁스 예산은 2013년 30억원이었다. 이것이 올해 3411억원으로 100배 이상 늘어났다. 내년엔 올해보다 다시 40% 증액된 4777억원이 배정됐다. 이처럼 정부의 헬리콥터 식 지원은 지속되는데, 위기를 감당할 스타트업의 내성은 거꾸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팁스가 창업기업의 역량이나 성장 가능성 등을 좀 더 면밀히 평가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 효율성을 높일 질적 성장 부분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팁스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투자받을 수 있는 분야, 이를테면 플랫폼이나 인공지능(AI) 등의 트렌드를 쫓아가며 엇비슷한 스타트업만 양산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스타트업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억지춘향이 식으로 할 게 아니다. 그러다 보면 스타트업의 양적 성장은 몰라도 질적 성장은 놓치게 된다. 스스로 자생할 능력이 없다면 기업은 발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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