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다른 건 발목 잡아도 ‘국민 미래’를 정쟁화하진 말자”

이현준 기자 2024. 9.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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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尹 연금개혁 설계자’ 안상훈 국민의힘 연금특위 간사

● 9월 4일 정부 연금개혁안, 시도만으로 의미 커
● 국가 위한 결단 내린 노무현
● 이재명은 표만 생각하는 ‘정치꾼’
● 모수개혁으론 부족, 퇴직연금 국민연금화가 尹 뜻
● 대선 후보들 연금개혁 합의 때 ‘국운’ 온 줄 알았건만…
● 연금개혁 이룰 수 있다면 할복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

9월 9일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연금개혁은 곧 국민의 고통 분담이다. 더 내고 덜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정답이 뻔히 있는데, '표'만 생각해서 이를 외면하는 게 말이 되나."

9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만난 안상훈(55) 국민의힘 의원은 작심한 듯 열변을 토했다. 마주한 시간은 정오. 점심 식사 시간인지라 각자 도시락을 먹으며 인터뷰를 했지만 그의 앞에 놓인 밥과 반찬은 내내 그대로였다. "밥이야 나중에 먹으면 된다"며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그에게선 어떤 절박함이 느껴졌다.

"‘정치인' 아닌 '정치가' 필요한 시점"

안 의원은 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복지 분야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1995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후 스웨덴 스톡홀름대 대학원, 웁살라대 대학원에서 각각 사회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20여 년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의 전문성은 좌·우 정권 양쪽에서 인정받았다. 노무현 정부에선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서 국가 장기계획 '비전 2030'의 복지 분야를 기획했고, 박근혜·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선 사회복지 분야의 틀을 짰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엔 초대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내며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의료·노동·연금) 가운데 하나인 연금개혁을 구상·설계했다. 올해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국민의미래)로 당선, 현재 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 특위) 간사를 맡아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뒷받침하고 있다.

안 의원과의 인터뷰는 9월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으로 시작됐다. 본 개혁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2028년 예정된 40%에서 42%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다만 청년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율을 4%포인트 인상하는 속도를 세대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이 함께 제시됐고, 인구구조 변화 및 경제 상황과 연동해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검토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연금개혁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진심이 나타났다고 본다. 연금개혁엔 필히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가 따르기에 전임 정부들은 차마 하지 못한 일이다."

전임 정부에서도 시도는 있었다. 또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는 모습에 연금개혁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었는데.

"대통령의 진심은 확실하다. 오히려 진심을 줄여주면 국회에 있는 나로선 좀 더 편하겠다 싶을 정도로(웃음). 사회수석비서관으로서, 지근거리에서 본 바론 윤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았다. 정치인(politician)이 아닌 정치가(statesman)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무슨 뜻인가.

"지지율에 구애하지 않고 국가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은 좌파임에도 한미 FTA를 하고, 60%이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는 등 자유주의적 판단을 내렸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비판을 받았나."

안 의원은 "연금개혁엔 자신·당파의 이익을 좇는 정치인이 아닌 국가 미래를 위하는 정치가가 필요하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말을 이어갔다.

"2005년 때 일이다. 내가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을 보곤 노 전 대통령이 내게 연락을 해왔다. 칼럼 주제는 '우리나라도 이제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였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신이 쓴 글에 동의한다. 임기 중 꼭 그렇게 만들고 싶다'며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만든 게 '비전 2030'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가 성장이 중시될 때라 '복지국가'라는 개념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물론 언론까지 '중산층 붕괴론' '세금 폭탄론' 등을 내세우며 극구 반대했고, 심지어 여당에서조차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만류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뜻을 꺾었다. 내게 '너무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러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지만 옳은 일이기에 결국 이것이 받아들여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때 기획한 것들이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상당수 반영됐고, 이젠 복지국가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국가를 위한 개혁·변화엔 반발이 따르고, 이를 감수해야 한다. 이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정치 역학 관계보단 국가 미래를 생각한 정치가였다."

윤 대통령도 그러하다고 보나.

"그렇다. 적어도 연금개혁에서만큼은. 내가 문재인 정권의 이른바 '적폐 청산' 때 고생을 좀 했다. 내 장인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박근혜 정부)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좌파 성향 언론사가 스토커처럼 따라붙었고, 검찰엔 압수수색도 당했다. 그때 '특검'으로 날 수사한 것이 당시 검사이던 윤 대통령이다. 자신이 압수수색까지 한 사람인데, 대선 캠프에 날 영입하기 위해 찾아왔다. 첫 만남에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복지국가, 연금개혁에 대해 논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야권이 윤 대통령의 진심을 곡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떻게든 물어뜯으려고 하는 현 야권의 행태가 너무 아쉽다."
9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날 발표된 연금개혁 정부안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국민연금만 보는 것은 지엽적, 다층 구조 개혁이 핵심"

야권은 정부 연금개혁안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9월 5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더 내고 덜 받으라'는 것으로, 21대 국회에서의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인 '더 내고 더 받자'는 국민적 합의를 역행했다"고 비판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2030년 신규 수급자가 살면서 받게 되는 연금 총액은 2134만 원 삭감된다. 2050년 신규 수급자의 삭감률은 더 높다"며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민간 연금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연금개혁안에 대한 야권의 반발이 거세다.

"답답한 노릇이다. 소득대체율, 즉 받는 돈이 줄어드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인데, 말이 되나. 사실 이번 정부 연금개혁안도 '지속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현행 유지 시 2056년 고갈될 기금을 2072년 고갈로, 16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지금부터 48년 후다. 세계 기준상 통상적으로 재원이 최소 70년 이상 버텨줄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야권 주장대로 소득대체율을 44%로 하면 감당되겠나. 이미 노 전 대통령 때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추기로 했는데, 그 수준으로 높이자는 건 국가 미래를 망치는 '개악'이지, '개혁'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현실을 외면하는 이재명 대표는 표만 생각하는 '정치꾼'이다."
9월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금개혁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연금 납부자로선 더 많이 받길 바라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정부도 마찬가지다. 더 많이 주고 싶지 않은 정부가 어딨나. 원안대로 '2028년 소득대체율 40%'를 기준으로 해도 지속 가능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보험료율을 18%로 올려야 한다. 현 수준의 두 배다. 국민이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저출생·고령화로 상황이 어려워졌으면 그만큼 다 같이 고통을 분담할 수밖에 없지 않나. 야권이 문제 삼는 자동조정장치 제도도 출산률이 올라가면 그만큼 수급액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앞서 말했듯 소득대체율을 포기 못하면 보험료율을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보험료율, 수급액 관련한 국민연금 '모수개혁'만으론 미봉책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재원 고갈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낮은 기금 운용 수익률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자산이 1000조 원을 넘어서며 세계 3위 수준이 됐지만, 2012~2022년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은 평균 약 5%였다. 같은 기간 수익률 1위인 캐나다 연금은 9.8%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5월 31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도 향후 5년간 목표로 한 수익률은 기존 수준인 5.4%에 그쳤다.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임으로써 국민 부담 증가 없이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방법은 어떤가.

"말은 쉬우나 비현실적이다. 물론 수익률을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건 맞고,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예컨대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인도·베트남 등 시장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기대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투자에 실패해 기금 손실이 발생한다면 그 문제는 누가 책임지나. 수익률이라는 것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변수'고, 보험료율로 인한 수입은 '상수'다.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선 어느 것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까. 당연히 후자다. 그리고 보험료를 통해 안정적으로 재원이 확보돼야 기금을 운용하는 데에도 안정감이 생겨서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결국 현재로선 부담 증가 없인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문제는 국민연금만 손대는 방식으론 해결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바라는 연금개혁의 지향점은 '다층 노후소득 보장' 목적의 구조개혁이며 이 가운데서도 핵심은 '퇴직연금의 국민연금화'다."

퇴직연금의 국민연금화?

"대부분의 근로자가 퇴직금을 한 번에 수령한다. 이를 연금화해서 다달이 받도록 바꾸는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장하는 방안이기도 하고, 실현 시 공적연금 소득대체율도 현 30%대에서 OECD 평균(42.2%)보다 더 높아진다. 모수개혁보다 훨씬 더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만 매달리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 연금개혁안엔 이러한 구조개혁안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보건복지부에서만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런 듯하다. 그리고 지금 그런 것들을 모두 밝히면 야권이 하나하나 걸고넘어질 텐데, 그러면 사회적 분란이 심화하고 개혁이 요원해진다."

"야권, 연금개혁 진정성 있긴 한가"

야권에 대한 신뢰가 없어 보인다.

"나는 오히려 야권이 연금개혁에 대한 진정성이 있긴 한지 의문이다. 우린 국회 차원의 상설 연금특위를 만들자고 촉구했지만, 민주당에선 연금개혁을 보건복지부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하자고 한다. 앞서 말했듯 그 정도 모수개혁만으론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구조개혁이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가능한 일인가. 퇴직연금 문제가 껴 있으니 고용노동부도 와야 하고, 재정이 필요하니 기획재정부도 관련된다. 직역연금까지 고려하려면 국방부, 교육부, 행정안전부까지 다 연결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표를 잃지 않기 위해 모수개혁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그것도 소득대체율을 낮추지 않겠다는 비현실적 주장만 한다. 구조개혁에 대해선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연금개혁에 대한 우리의 방향성은 틀리지 않다. 민주당이 우리보다 '정치'는 잘할지 몰라도 '정책'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무엇인가.

"지난 대선 국면 때 이재명 캠프에선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이뤄진 적이 없다. 캠프 핵심 관계자에게 직접 들은 내용이다. 실명도 밝히자면 밝힐 수 있다. 이 대표가 당시 당선 가능성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 않나. 애초에 연금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낭설 아닌가.

"하늘에 맹세컨대 사실이다."

이어 안 의원은 "20대 대선 국면 TV 토론에서 당시 여야 4당 후보가 연금개혁에 합의했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국운이 찾아왔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3일 열린 대선 후보 토론에서 당시 대선 후보이던 윤석열(국민의힘)·이재명(더불어민주당)·안철수(국민의당)·심상정(정의당) 4인은 국민연금개혁에 합의한 바 있다. 안 후보가 먼저 연금개혁 필요성을 제기했고, 세 후보 모두 "개혁이 필요하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모든 후보의 유일한 공통 공약이 연금개혁 아니었나"며 "이재명 대표가 그때 말한 것이 거짓이 아니었다면 연금개혁만큼은 협조적으로 나와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연금개혁엔 반드시 여야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 차원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역사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부가 단독으로 연금개혁을 밀어붙여서 성공한 케이스는 없다.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국회 차원의 연금특위를 열어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건대 야권 주장대로 보건복지부 상임위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모수개혁 선에서 그칠 것이고, 표를 의식한 야권은 결코 구조개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지금 우리에게 짐 떠넘겨라"

8월 2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실천 방안에 대한 논란은 있으나 연금개혁 자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다. 9월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설문조사(8월 시행. 20~59세 국민연금 가입자 2810명을 대상)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92.45%가 "국민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연금개혁 필요성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된 듯한데.

"그러니 더더욱 조속히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간곡히 바라건대, 야권이 다른 건 발목을 잡더라도 연금개혁만큼은 협조적으로 임해줬으면 한다. 국가·국민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야권이 큰 틀에서 협조해 주면 우리도 양보할 것은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다. 내가 윤 대통령과 담판을 지어서라도 어떻게든 관철하겠다."

결국 개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디테일'이 중요해 보인다.

"맞는 말이지만 분명히 하고 싶은 점은 모두를 만족시키긴 어렵고, 전체적 시각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젊은 세대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부모 세대에 비해 수급률이 낮아지는 것을 부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반대로 '아동수당'처럼 부모 세대가 받지 못했던 혜택을 받는 측면도 있다. 그 재원은 부모 세대에서 나온다. 큰 틀에서 보면 일방적으로 이익도, 손해도 보지 않는 공평한 구조다." 안 의원은 "기초연금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현재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을 대상으로 월 33만4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번 정부 연금개혁안에 기초연금을 2026년부터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담겼다. 국민연금 재원이 없다면서 기초연금을 늘리는 것에 젊은 세대의 불만이 있는데,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 그들에게 기초연금을 주지 않는다면 초래될 사회문제가 더 크지 않겠나. 젊은이들에게 묻고 싶다. 길거리에서 파지 줍는 노인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 않던가. 연금개혁은 '함께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 같이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등 선거가 이어진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말~내년 초가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맞는 말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표를 의식해서 연금개혁의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여야가 나서 연금개혁에 매진해야 한다. 듣기론 현재 야권도 내부적으론 연금개혁을 구실 삼아 정부·여당을 공격할지, 어차피 해야 될 것 정부·여당에 떠넘길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야당이지만 자신들이 집권하는 날이 올 수도 있는데, 그때 연금개혁을 하려면 머리가 하얘질 테니 고민이 될 만하다. 차라리 '국가를 위해 야당이 크게 양보한다'는 모습으로 협조하고 '대인배' 이미지를 가져가는 게 서로 '윈-윈'이 되지 않을까. 야권이 좋은 이미지만 가져가고 우리가 '독이 든 성배'를 들이켜도 괜찮다. 국민·국가 미래가 달린 일이다. 시간이 얼마 없다. 야권을 설득하고, 연금개혁을 이뤄낼 수만 있다면 '할복'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연금개혁, 어떻게 진행됐나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안이 나온 것은 26년 만이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3%에서 1993년 6%, 1998년 9%로 인상됐다. 이후 국민 반발을 고려한 정치권으로 인해 더는 오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때엔 연금개혁 관련 논의 자체가 드물었고,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기초연금 개편에 공을 들이다가 결국 국민연금은 건드리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보험료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최고 50%까지 높이고 9%인 보험료율을 최고 15%까지 인상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여러 안을 구상했지만,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특히 보험료율 인상 부문이 문제로 지목됐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연금개혁을 외치며 국민연금 개편에 착수했다. 2022년 7월 국회 차원의 연금특위도 출범하며 속도가 붙는 듯했지만 여야 간 이견을 거듭하다 시간이 흘렀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마저 구체적 방안 대신 24가지 '시나리오'만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정부가 국회에 짐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올해 1월 국회 연금특위는 총선 이전 연금개혁을 마무리 짓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연금개혁안을 '소득보장안'과 '재정안정안' 두 가지로 압축해 제시했다. 소득보장안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동시에 소득대체율도 현재 40%에서 50%로 올리는 것, 재정안정안은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되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국회 연금특위는 이를 토대로 합의점을 찾기로 했고,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는 것까진 합의를 이뤘지만 소득대체율에선 국민의힘이 43%, 더불어민주당이 45%를 고수했다. 21대 국회 막판 44%로 의견이 좁혀지는 듯했으나 국민의힘이 '구조개혁'을 동반할 것을 제시하면서 결국 협상은 결렬,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9월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은 이러한 상황에서 나왔다.
신동아 10월호 표지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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