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시우야. 데우 반갑소야" 강릉말은 옛말 흔적 가득한 '보물섬'
박 "강릉사투리경연대회 역대 수상자 모임 '강릉말사투리보존회'..50여 명 회원 활발히 활동"
이 "수원 토박이에서 강릉 정착 후 '사투리 지킴이'로 활동..강릉의 정신은 '강릉말'에서부터"
"전통 30년 됐지만 문헌 보관할 장소 없어..사투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 필요" 한 목소리
◆박명규, 이희경> 안녕하세요.
◇최진성> 네 반갑습니다. 우리 청취자분들께 정겨운 강릉말로 인사 한 번 해주시죠.
◆박명규> 안녕하시우야. 데우 반갑소야. 사단법인 강릉말사투리 보존회 회장 박명규잖소.
◆이희경> 안녕하시우야. 사단법인 강릉말사투리보존회 사무국장 이희경이래요. 데우 반갑소야.
◇최진성> 반갑습니다. 지금 인사말에서 일단 '하시우야' 이 끝음절 처리하고, 그다음에 아까 우리 사무국장께서 얘기하셨던 반갑다라는 말 앞에 '데우'라는 말을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이희경> '너무' 반가워요. 이런 뜻입니다.
◆박명규> 엄~청 반갑다!
◆이희경> 네, '엄청'을 강조하는.
◇최진성> 그러면 '엄청 맛있다'는 '데우 맛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박명규> '데우 맛있다야' 이렇게 해도 되지요.
◇최진성> 하하. 오늘 방송, 강릉말을 워낙 예전부터 쓰셨던 분들에게는 참 정겨움으로 다가올 수가 있고 또 처음 들으시는 분들에게는 호기심을 갖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 사단법인 강릉발사투리보존회 박명규 회장, 이희경 사무국장 모시고 강원 지역 강릉에서 쓰고 있는 이 강릉말에 대해서 또 보존회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뭐 역사는 참 오래 돼 있는데 아직 모르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고요. 강릉말사투리보존회 어떤 곳인지요?
◆박명규> 존경하고 사랑하는 청취자 여러분 저희 사단법인 강릉말사투리보존회는 1994년 제1회 사투리 대회 수상자 모임으로 출발해서 2000년 4월에 창립을 하고 2007년도에 사단법인 설립 인가가 된 아주 오랜 전통을 가진 곳입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향토문화의 자산 가치도 높이고 공동체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그런 중추적 단체로서 현재 약 50명의 회원들이 굳건히 자리매김을 해서 강릉 사투리의 보존 활동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최진성> 1994년 강릉 사투리 대회 입상자 수상자들의 어떤 모임으로 시작이 됐다고 보면 '올해가 30살 이상 먹었다' 이렇게 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가 굉장히 오래됐습니다. 사실 저도 여기 10여 년 정도 살고 있으면서 익히 들어왔고요.
그동안 여러 활동을 해왔던 것도 알고 있는데 아직 모르는 분들도 많이 계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에게는 오늘의 이 시간이 '우리 지역에 이런 곳이 있구나', 그리고 또 그냥 '있구나'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런 가치가 있구나' 하는 사실들을 저는 알게 될 거라 확신하면서요. 그런데 아까 한 50여 분의 회원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 강릉이 고향인 분들로 구성돼 있죠? 그런데 우리 사무국장께서는 고향이 강릉이 아니시라고요?
◆이희경> 네, 저는 수원에서 25년 살다가 왔으니 거의 토박이었죠?
◇최진성> 그러면 사실 수원이 더 익숙한 곳일텐데?
◆이희경>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는. 하하.
◇최진성> 그런데 지금 말투는 강릉에 오래 사셨던 분들이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강릉 말투가 아닐까 싶은데요. 고향 얘기 안 하면 "강릉 사람일 것 같다" 뭐 이렇게도 좀 얘기하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무국장께서는 보존회 활동을 어떻게 하시게 된 거예요?
◆이희경> 2005, 2006년도쯤에 와서 생활을 하다 보니까, 그때 (웰컴투)동막골 영화를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근데 동네분들이 사투리 쓰시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배우다가 2010년인가 언젠가 사투리 대회를 나가게 됐었어요. 공연 활동을 하다 보니까 더 재밌게 된 거예요.
그러다가 '이제 사투리로 공연을 해보자' 이런 생각이 들게 돼서 사투리로 계속 공연을 하고 있었어요. 근데 올해 들어 회장님께서 "젊은 사람이 들어와서 사투리를 조금 더 활성화 시켜보지 않겠니" 그래서 그때부터 더 무게감을 가지고 보존회 활동을 시작을 하게 된 거죠.
◇최진성> 회장님, 보존회에 강릉이 고향이 아닌 분들이 사실 많지는 않잖아요?
◆박명규>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회원으로 다 영입을 해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진성> (회원이) 많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다면 지역에 상관없이, 강릉말을 사랑한다면 (네) 누구나 다 함께할 수 있다. 그런데 진짜 저는 궁금한 게 아까 영화 얘기 잠깐 했지만 우리가 이 강릉 말을 얘기했을 때 '했드래요' 막 이렇게 많이 하잖아요.
◆이희경> 절대 절대 하면 안 돼요. 강릉에 확실히 색이 있거든요. 근데 이제 '드래요'라는 말을 전혀 쓰지 않아요. 근데 이제 수도권에 계시는 분들, 타지역에서 그 영화 보신 분들은 저도 처음에 그랬지만, '드래요'가 이제 강릉 사투리인 줄 알고 물건 살 때 "어머니 이게 뭐 얼마 드래요?" 이러면 할머니들이 화를 내세요. "아이라고~ 사투리 아이라고~"하면서 화를 내세요. 절대 쓰시면 안 됩니다.
◇최진성> 알겠습니다. 확실하게 강릉말에는 '드래요'라는 표현은?
◆이희경> 없어요. 없다! '뭐래요' 이렇게는 하시는데 '드래요'는 안 쓰십니다.
◇최진성> 알겠습니다. 시작부터 아주 유익한 정보 안고 시작해 보겠습니다. 하하. 일단 두 분 모두 강릉말에 뜻을 두고 여러 활동을 해오고 계시는데 각자가 이 강릉말을 사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고요.
◆박명규> 제가 제 1회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 수상자인데요. 수상자 모임으로 시작해서 활동을 하다 보니까 우리 고유의 지역 방언 사투리가 라디오와 TV, 휴대전화, SNS, 유튜브의 영향과 생활의 편리성 때문에 표준어를 사용하게 되고, 또 '시골스럽다', '촌스럽다' 해서 점차 소멸이 되어가는 그 사투리를 후손에게 보존 전승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활동을 했는가 싶습니다.
◆이희경> 저는 공연을 하러 노인회관에 간 적이 있었어요. 근데 사투리 공연이다 보니까 워낙 할머님 할아버님들이 너무 예뻐해 주셨어요. 그런데 어떤 할머님 한 분이 손을 꼭 붙들고 그러시더라고요. 눈물을 막 흘리시면서 "이런 공연을 이렇게 가지고 찾아와줘서 고맙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했으면 좋겠다"라고 해주신 게 사실은 싹이 됐어요.
그렇게 새싹이 트니까 계속 사투리에 대한 관심이나 주변에서 얼마큼 쓰고 계신지가 눈에 보이더라고요. 근데 점점 사라져가고 또 쓰시려고도 안 하시고 또 어르신들은 구수해하고 좋아는 하시지만 다른 사람이 못 알아들을까 봐 더 표준어를 쓰시려고 노력하시는 거 보고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사실은 되게 엄청 불타오르고 있는 중이긴 한데요. 강릉이 지금 제2의 고향이잖아요, 저한테는. 근데 사실은 고향 수원이 생각이 안 날 만큼 강릉이 너무 좋아요.
강릉의 언어, 사실은 강릉을 표현하는 정말 제일 중요한 게 언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강릉을 잃어버리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솔직히 지금 사무국장이 돼서도 지금 열악한 그런 부분들도 개선을 하겠지만 앞으로도 엄청 활동을 할 거라고 다짐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부분뿐만 아니라 잃어버리는 사투리도 다 찾아가고 채록도 하고 그럴 계획입니다.
◇최진성> 지금 말씀에서 깊은 열정이 느껴져요. 옆에서 회장님은 고개 끄덕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계시는데요. 하하. 그 열정을 가지고 강릉말사투리보존회가 지역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박명규>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가 올해 31회를 맞이했고 또한 젊은 층들이 사투리를 좀 외면하는 사례가 있어서 저학년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골든벨 학생 사투리 대회'를 매년 2개교를 선정해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그 놀람절 이벤트 행사도 해마다 계속 시행하고요. 또 사투리 개사 노래 자랑, 사투리 동화책 번역이라든가도 하고요. 언론계 학계 방송계 영화계에서 대사 번역이라든가 억양 지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 100가지의 크고 작은 활동이 있는데 일일이 말씀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희경> 저는 학교 수업할 때 사투리로 대본을 바꿔가지고 아이들이랑 공연도 하고요. 요즘에 아이들 재미를 위해서 보드게임을, 사투리 카드를 이용을 해서 다양한 보드 게임도 하고 있고요.
그다음에 '몸으로 말해요' 같은 퀴즈를 해서 얼마 전에 아이들이 이틀 만에 50개 넘는 강릉 사투리 단어를 외워갔어요. 그리고 사용도 하고요.
이제 어머님들은 너무 딱딱하게 수업하면 안 되니까, 트로트나 이런 좀 좋아하시는 것들 뽑아서 사투리로 또 바꿔가지고 수업을 했어요. 근데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사투리를 가지고 다양하게 수업 내용을 바꿔가면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최진성> 그 대상을 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그런데 또 그 세대에 맞춤형으로 강릉말, 강릉 사투리를 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강릉 사투리를 했을 때 보통 처음에 어떤 반응들을 보이십니까?
◆박명규> 대체적으로 강원도 아닌 분들은 강릉말을, 억양이 좀 무뚝뚝하다 보니 '싸우는가' 하는 오해를 많이 받기도 하고요.
요즘 들어서는 방송계나 영화계 매스컴을 받다 보니까 강릉 사투리가 좀 많이 익숙해져 가면서 관심과 흥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아마 TV에 '마지막 존재' '갯마을 차차차'라든가 또 '웰컴투동막골' 같은 걸로 많이 알려진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제 정감이 넘쳐 흐르고 또 포근한 고향의 향수를 불러 온다고들 합니다.
◆이희경> 아이들에게 강릉 사투리를 가르쳐줄 때 처음에는 '상상해서 유추해서 한번 대답해 봐' 하고 단어를 보여주면 정말 다양한 대답이 나오거든요. 근데 또 정답을 알려주면 너무 즐거워하고 재미있어하고요. 퀴즈를 내면 처음에는 20점 30점 하다가 이번에 끝날 때는 거의 다 100점 맞아 나갔거든요. 그러니까 그것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이번에 채록을 했어요. 어르신들 상대로 동영상도 찍고 했는데 그 어르신들은 또 '맞다. 그 단어도 있었지? 맞아' 하시는 분도 있고 '야, 너네 동네는 그렇게 썼니? 우리 동네는 이렇게 썼는데' 이러신 분들도 많아서 약간 서로 일깨워 주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진성> 강릉 사투리가 뭐 지역마다도 좀 차이가 있나 봐요.
◆이희경> 그때 간장을 뭐라 했었죠? '지름'이라 그러면 서울에선 '기름'으로 알잖아요. (저도 그렇게 입력 했습니다) "감자 좀 먹게 지름 좀 가져와" 이랬는데, (간장이라는 뜻인 이 강릉말을) '지렁' '지름' 약간씩의 차이가 있게 (어른들이 발음을 하셔서) 또 다시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최진성> 또 새로운 강릉 말을 발견하는, 그럼 사무국장께서도 뭔가 되게 배움의 시간도 되겠네요.
◆이희경> 저는 카메라 켜고 끌 때까지 웃어요. 그리고 계속 공부하려고 어르신 죄송한데 한 번만 다시 말씀해 주세요. 이렇게 합니다. 하하.
◇최진성> 참 재밌는데, 이쯤 저희도 청취자분들께서도 강릉말, 강릉어, 강릉 사투리에 대해서 조금 더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 한번 준비해 봤습니다.
◆박명규> 영동 지방은 산불이 많이 나는데 (그렇죠) 이 자연 환경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산불 경각심에 대한 멘트를 제가 한번 들려드리겠습니다.
◇최진성> 네, 이제 가을이 오거든요. 부탁드릴게요.
◆박명규> 우리 친구가 서울로 이사를 가서 아들 둘을 낳았는데 막내 아들이 국가공무원시험 소방서에 합격을 해서 강릉소방서에 발령이 나 일요일날 당직을 서는데 강릉 노가니 할머니께서 정낭, 해우소, 뒷간, 칙간, 똥간, 벤소, 화장실에 불이 나가지고 소방서에 전화를 합니다.
"여보서요. 거가 소방서지요? 우리 어림미 조캐가 뒷댄(뒷뜰)에서 깨보셍이를 뽁다가 정낭로 불이 붙어가지고 바수가리고 지게 작대기고 똥장군이고 머고 막타요. 쿤내(냄새)가 움청나요. 그 왜 신작노로 막 치달리다 보면 질(길)가 옆에 광쟁이(강낭콩)를 심어놨잖소. 그 모탱이(모퉁이)를 돌아가지고 지프점방(볏짚으로 엮은 지붕 초가집 가게)앞에 차를 게(세워)워놔요."
"저 어르신네 무슨 말씀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으니 표준어로 천천히 말씀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야~ 뭔 공무원이란 게 그래 말귀도 하나 못 알아듣나? 야 우리 어림미 조캐들은 테레비 앞에서 랩인지 납인지 라이타 돌인지 방탄돌인지 움청 빨리 노래를 불러 제케도 그거 다 알아먹고 박수 치고 난리더라. 난(나)도 시간이 움써 얼픈 할테니 알아 먹던지 말든지 해라. (위 내용 반복 후) 월월 멍멍 깨깽깽, 저누므 개가 불이 붙어 가지고 치뛰고 네리뛰고 발광 한다야. 꼬끼오~ 먼 통닭도 안 시켰는데 통닭이 마당 막 굴러 댕긴다야~ 야. 오지마라 정낭이 다 탔다!"
(전화 뚝!) 뚜- 뚜- 뚜- "여보세요? 여보세요?"
◇최진성> 우와!
◆박명규> 산불이 좀 안 났으면 좋겠습니다.
◇최진성> 산불 얘기인 거 맞죠?
◆박명규> 그렇습니다.
◇최진성> 아까 '예림이 조카' 이렇게 했는데 예림이가 사람 이름이에요?
◆박명규> '어림'이 바로 '어린'이란 뜻인데 어린 조카가 뒷뜰에서 깨를 볶다가 화장실로 아마 불이 붙었나 봐요. 그래서 소방서에 전화를 하는 그런 과정입니다.
◇최진성> 와. 정말 우리 소방대원분들도 극한 직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이거를 또 얘기해 주신 우리 회장님도 역시 회장은 아무나 회장을 하는 건 아니구나 싶은데요.
◆박명규> 감사합니다.
◆이희경> 서울 분들은 사실은 강릉말이랑 서울말이랑 들으면 이게 무슨 뜻인지 잘 이렇게 헷갈리실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강릉분이랑 서울분이랑 대화 나눴던 걸 잠깐 가지고 와봤어요.
서울 사람이 물어봐요. "시집 장가를 가는데 잔칫집은 뭐고 잔찻(챗)집은 뭐예요?" 그랬더니 강릉 사람이 "잔칫집에서는요, 국수를 먹고요. 잔찻(챗)집에서는 국시를 먹지 않소" 이렇게 차이를 알려주세요.
그러면 "국수는 뭐고 국시는 또 뭐예요?" 그러니까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갈그로 만들잖소" 이렇게 얘기를 해줬어요. "그럼 밀가루는 뭐고 밀갈그는 뭐예요?" 그러니까 "밀가루는 봉지에 넣어서 팔고 밀갈그는 봉다리에 넣어서 팔지 않소" 또 여기 얘기를 해 주세요.
"그러면은 봉지는 뭐고 봉다리는 뭐예요?" 그러니까 "봉지는 침을 발라서 만들고 봉다리는 춤을 발라서 만들 장가" 이랬어요. 답답하니까 "그럼 침은 뭐고 춤은 또 뭐예요?" 그러니까 "침은 혀에서 나오고 춤은 쌧바닥에서 나오지 않소" 이랬대요.
◇최진성> 하하. 저희 처가도 사실 강릉 토박인데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거든요. 근데 참 대단하십니다. 구사하시는 것이요. 하하. 두 분이 느끼시는 강릉말의 매력은 뭐예요?
◆박명규> 국문학계에 따르면 강릉 사투리는 익살스럽고 또 억양이 독특한 것이 특징이고 매력이라고 합니다. 좀 무뚝뚝하긴 하지만 정감이 흐르고 포근하고 또 여럿이 막 모여서 떠들고 그러면 배꼽도 잡고요. 화합과 단결, 친목을 도모하는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방언이라고 생각을 해요.
강릉 사투리는 태백산맥에 둘러싸여서 옛말의 흔적이 엄청나게 남아 있는 보물섬이라고도 합니다. 경상도와 함경도 방언을 받아들여서 그 독특한 언어를 형성한 탓이라고도 하죠.
◆이희경> 저는 수도권에서 강릉에 와서 강릉 사투리 처음 들었을 때는 아까 회장님 말씀하셨듯이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되게 무뚝뚝하고 화내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에는 했었어요.
근데 이 사투리를 잘 알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그 계기도, 이게 알고 보면 "오더거 주샀아" 이런 식으로 "오다 주었는데"하고 '툭' 하고 보면 관심이 가득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그 무뚝뚝한 사투리 안에 정도 엄청 많고 되게 구수해요.
또 옛 어르신들은 글을 잘 모르셨을 때 이걸 모양으로 표현하셨는지, 뭔가의 사물을 표현을 했을 때 '아, 이래서 그렇게 표현했구나' 하는 단어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요즘에 사전으로 사투리 공부를 하다 보면은 그런 상상을 많이 하게 돼요.
그런 매력들을 알면 사람들도 더 이 사투리를 좋아하고 '이게 화내는 게 아니라 구수한 그런 정감 있는 말이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매력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최진성> 강릉말의 매력을 말씀해 주셨는데, 강릉 사투리에 대한 오해도 가장 최전선에서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요?
◆박명규> 저는 서울 친구들과 서울 가서 커피숍에 들려서 직원 보고 "마카(모두) 커피 주세요. 마카 커피 주세요" 했더니 그 직원이 '모카 커피'를 가지고 나온 경우가 있었고요. (하하)
또 우리 형수가 시집을 와서 우리 어머니가 부엌(정지, 정재)에서 "에미야 저 댄에 가서 소갈비 좀 가져오너라" 하니 우리 형수께서 '이거 뭐 내가 친정 집에서는 닭고기도 못 먹어봤는데 소갈비를 먹어보는구나' 신이 나서 좋다고 소갈비를 찾으니 아무리 찾아도 있나? 없죠. 하하. 소갈비는 소나무 낙엽, 솔잎 그러니까 불살기 검불이라고 하죠. 그걸 모르고 소고기 소갈비로 오해를 한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이희경> 제가 처음에 강릉에 와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근데 거기서 알바 친구가 제가 이제 그날 좀 피곤해 있었거든요. "아이, 매련이 없다, 야"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뭐 매력이 없다고? 오늘 내가 그렇게 형편이 없어?" 그러니까 "매련없다"고 그러니까 "아니 매력이 없냐고? 아니, 매련없다 그게 뭔 말인데?"하니까 "형편없다고!"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형편없다' 이거를 '매련없다'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처음엔 못 알아들었죠.
그리고 이제 "아무 계획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다 구구가 있어" 그러기에, "비둘기가 있다고?" 했더니 "구구가 있다고!"하는데, 강릉에서는 계획을 '구구'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나도 다 구구가 있어" 이게 되게 서울 사람들이 들으면 '뭐야?' 약간 이러죠.
◇최진성> 생판 모르는 단어면 모르겠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단어랑 좀 비슷한 단어들은 완전히 다른 뜻으로 오해가 진짜 생길 수가 있겠네요. 하하. 이것 역시도 참 매력적이다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두 분께 한마디로 강릉 사투리는?
◆박명규> 강릉 사투리는 고향의 어머니와 같은 그 품속의 사투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여럿이 모여도 그 옛날 언어가 좀 재미있는 걸로 승화가 돼서 어떤 웃음을 자아내는 그런 화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어가지고 또 우리 어머니와 같은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희경> 제가 이제 평생 품어질 곳이 강릉이다 보니까 제 고향의 심장이다. 온 몸이 움직이려면 피가 돌아야 되잖아요. 그리고 꼭 심장을 거쳐가야 하고요. 근데 강릉이라는 곳이 이렇게 남아 있으려면 분명히 이 심장은 있어야 되거든요. 그 모든 것이 언어를 통해서 다 돌기 때문에 저는 저한테는 제가 꼭 가지고 있어야 되고 모든 사람 마음속에 가지고 있어야 되는 '심장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최진성> 방송 듣고 있는 분들에게도 아마 이 강릉말이 조금은 먼 분들에게는 좀 가까워지는 시간, 또 오래전부터 쓰셨던 분들에게는 아마 더 애틋한 말로 좀 더 깊이 있게 다가가는 시간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사실 강릉말사투리보존회가 올해 30년이 좀 넘어가는 시점에서 앞으로의 시간들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또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으신지요?
◆박명규> 강릉말사투리보존회가 전통은 30년이 되었으나 문헌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장소 마련이 가장 시급합니다. 공간이 마련돼서 여러 사람이 사투리를 접할 수 있는 공간 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겠고요. 여러 가지 공연 리허설도 할 수 있고 또 많은 문헌 책자를 보관해서 관광객들이라든가 또 필요로 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열람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저희에게는 가장 시급합니다. (공간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사투리 박물관, 전시관을 마련하고자하는 꿈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자라나는 세대와 청소년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서 강릉 사투리에 대한 실질적인 체험하고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해서 보존과 전승을 위한 청소년 대상의 학습 교재 개발을 하고 싶고요. 정기 경연대회를 개최해서 강릉사투리의 저변 확산도 하고요. 발표 사례집도 만들어내고 보급을 해서 대내외적인 인식 확산 기회를 제공하는 학술행사라든가 세미나 등 또 정규 교육을 통한 개발하고 싶습니다.
◆이희경> 회장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지금 제일 시급한 거는 지금 너무 아쉽게도 이렇게 많은 행사와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고 있지만 너무너무 말이 안 되는 건 사투리 보존회가 사무실조차도 없거든요. 그래서 제일 시급한 건 사무실이 만들어져야 하고 공간이 마련된 그 후에는 너무너무 할 게 무궁무진하죠.
현재도 채록 과정을 지금 계속하고 있는데 일반인들이 휴대폰을 열어서 사투리를 듣고 보고 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으로 해가지고 언제든지 재미있는 강릉 사투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걸 최대한 빨리 하려고 하고 있고요.
강원도 자체 내에도 언어들이 많잖아요. 많은 문화들이 있고요. 그런 문화들을 담는 강원도 문화관이 강릉에서 생기게 된다면 강릉 말뿐만 아니라 저희 말이 어떻게 인근 정선이나 속초, 삼척으로 가면서 어떻게 변화되는지 그런 과정도 다 담을 수 있고 하기 때문에요.
강원도의 그런 모든 색이나 이런 문화들을 담을 수 있는 그런 문학관이 강릉에 생기게 되는 게 저희 최종의 꿈입니다.
◇최진성> 지금까지 굉장히 유쾌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어서 좋은 이야기들만 기억에 담고 있었는데요. 강릉말사투리보존회가 3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정식 공간이 없다고 하는 게 저에겐 굉장히 좀 충격적이네요. 공간이 없다 보면 지금까지 모아오고 보관해 온 자료들을 놓을 곳이 없다는 거잖아요.
◆이희경> 실제로는 회장님께서 혹은 회원분들께서 기증하셨던 것이나 아니면 과거에 가지고 있던 책자들이 없어진 경우가 꽤 있어요. 저희가 지금도 사실은 한 권 두 권 남아 있는 소중한 책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것들을 보관하고 이걸 일반인들한테도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으면 좋은데 사실은 여기저기서 빌려 갔다 가지고 오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되게 시급하죠. 이렇게 보관하고 이것들을 분실하지 않게끔 만드는 공간이 부족하죠.
◇최진성> 당연한 것이 이루어지는 날이 오길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사실 강릉말 자체가 보존 가치가 있는 언어로서 우리 지역을 넘어서 모든 이들이 같이 공감하고 또 보존에도 같이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두 분과의 시간을 통해서 저 역시도 갖게 됐습니다. 최진성의 위클리오늘, 오늘은 사단법인 강릉말사투리보존회 박명규 회장, 이희경 사무국장과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귀한 말씀 나눠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박명규, 이희경>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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