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영향… ‘가을 태풍’ 더 거세질 듯

정재영 2024. 9. 24. 08: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해 복구액 상위 1∼4위 가을 태풍
10년간 피해 복구액 95% 가을 태풍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가을 초반까지 덮친 가운데 기후 변화 영향으로 ‘가을 태풍’ 역시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최근 10년간 발생한 태풍 피해 복구액 90% 이상이 가을 태풍 때문에 집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20년간 피해 복구액 상위 4건이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
2022년 9월 1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는 가운데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안에 높은 파도가 치고 있는 모습. 뉴스1
24일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사단법인 넥스트가 발간한 이슈브리프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 본격적인 태풍피해는 가을부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태풍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계절은 여름(6~8월)이지만, 피해는 가을(9~11월)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태풍 피해복구액 4조6363억원 가운데 95%(4조3887억원)가 가을태풍 때문이었다. 특히 기후변화로 태풍 발생 시기도 점점 가을로 옮겨가고 있어 가을태풍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넥스트는 전망했다.

기상청 태풍발생현황통계에 따르면 1951년 관측 시작 이래 지난해까지 태풍이 국내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계절은 여름이었다. 총 236개의 영향태풍 중 178개가 여름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가을철 영향 태풍은 55개에 그쳤다. ‘태풍은 여름철 기상현상’이라는 인식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실제 금전 피해를 야기한 ‘피해태풍’으로 범위를 좁히면 다른 양상을 보인다.
넥스트는 행정안전부가 발간하는 재해연보에서 자산피해가 집계된 경우를 피해태풍으로 정의하고 계절별로 발생횟수와 피해복구액을 나눴다.

그 결과 여름태풍은 47%(20회)가 피해로 이어졌고, 가을태풍은 75%(18회, 전환기 태풍 포함)가 피해를 남겼다. 피해복구액 측면에서도 가을태풍의 위세가 압도적이었다.

최근 20년간 각 태풍의 피해복구액 순위를 보면 상위 1~4위가 모두 가을태풍이다.

2003년 9월12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가 무려 10조6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남겼고, 2위 산바(2012년 9월15일), 3위 미탁(2019년 10월1일), 4위 힌남노(2022년 9월3일)도 모두 조 단위의 피해복구액을 기록했다.

최근 10년으로 기간을 한정하면, 전체 태풍피해복구액 4조6363억원 중 가을태풍이 일으킨 게 4조3887억원으로 95%를 차지했다.

넥스트는 “훨씬 적은 수의 태풍으로 더 극심한 피해를 입혔다는 뜻”이라며 “가을태풍의 피해복구액이 월등히 큰 이유는 가을태풍이 주로 공공시설에 피해를 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가을태풍 누적피해액의 80%가 공공시설에서 발생했고, 여름태풍 공공시설 피해액보다 600억원 더 컸다. 공공시설은 한 번 피해를 입으면 반드시 복구해야 한다. 이로 인해 가을태풍의 누적복구액은 여름태풍보다 2.4배 많았다.

가을태풍이 왜 공공시설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선 태풍의 고유한 물리적 특성까지 분석해야 한다. 다만, 가을과 여름의 태풍 경로를 보면 가을태풍은 대부분 남해안으로 상륙해 전라도 일부와 부산, 울산 등 남동쪽 해안을 지나는데 비해 여름태풍은 경로 일관성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과 연관이 있을 순 있다. 가을태풍 자산피해가 큰 이유가 태풍경로와 관련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넥스트는 가을태풍의 위력이 기후변화와 맞물려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가을태풍의 빈도가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중도 과거 20%에서 최근 33%까지 늘었다. 태풍은 보통 북태평양 고기압의 경계를 따라 움직이는데 기후변화로 가을철이 돼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나지 않아 태풍 경로가 국내로 향할 확률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넥스트는 “강도 또한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결국 태풍 피해가 가을로 옮겨가는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이며, 이는 우리의 일반적인 계절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쓴 송강현 책임연구원은 “가을태풍은 여름태풍에 비해 훨씬 적은 횟수로도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기후변화로 가을태풍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