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려치우고 떠난 제주…'취향껏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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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취향이란 게 있기 마련이지만 지은 씨는 소싯적부터 그런 게 없었다.
책은 그런 숲길이 많은 제주에서 저자가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즐기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제주살이'에 나선 여느 사람들처럼, 혹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처럼, 대도시에서 고장 나버린 삶을 자연에 의지해 치유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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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사람마다 취향이란 게 있기 마련이지만 지은 씨는 소싯적부터 그런 게 없었다. 친구들은 김치를 먹을 때조차 '이파리 부분을 빼고 달라'며 취향을 드러냈다. 지은 씨가 보기에 자신은 물과 같은 사람이었다. 뚜렷한 모양이 없어서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그런 사람.
무색무취 속에서, 타인의 취향을 부러워만 하다 보니 세월은 속절없이 흘렀다. 대학을 나와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업했지만 행복하진 않았다. 경기도가 집이라 출퇴근 시간만 3시간이 넘게 걸렸고, 그 시간이 아까워 고시텔에서 홀로 살아봤지만, 일을 할수록 성취감이 아니라 자괴감만 쌓였다.
자연을 산책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밥을 먹고, 마음에 걸리는 일 없이 잠자리에 들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그는 마침내 사표를 냈다. 그리고 자연이 있고, 내 이름을 아무도 모르는 낯선 땅, 제주 서귀포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최근 출간된 '취향껏 살고 있습니다'(상상출판)는 제주살이를 그린 에세이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사는, 저자 지은 씨의 소박하고 단순하지만 재미난 삶을 담았다.
저자는 퇴근길 버스 안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는 사람과 닿지 않으려 몸을 웅크린 채로, 창에 기대 아름다운 한강의 야경을 바라보며, 제주의 숲길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 숲길이 결국 그를 제주로 인도했다. 책은 그런 숲길이 많은 제주에서 저자가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즐기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제주의 풍광과 일상을 사진, 편안함이 느껴지는 글로 채웠다. 그 글과 사진에는 안빈낙도(安貧樂道)하려는 저자의 태도와 취향이 스며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제주살이'에 나선 여느 사람들처럼, 혹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처럼, 대도시에서 고장 나버린 삶을 자연에 의지해 치유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거의 2천년 전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쓰며 그런 사람들의 시조새가 된 도연명(365~427)처럼 말이다.
"며칠이 지나자 / 그리운 마음에 '돌아가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 왜 그런가 하면 / 타고난 바탕이 자연스러워 / 고치거나 힘써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 배고픔과 추위가 비록 절박하더라도 / 나와 어긋나는 것은 모두 괴롭다 / 일찍이 남의 일을 좇은 것은 / 모두가 입과 배에 스스로가 부림을 당한 것이다…."(귀거래사 中)
상상출판. 24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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