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 광화문 집회, 사고는 '0'…'600년 중심지' 지키는 경찰서장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대규모 집회가 진행된 이달 7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유달리 더웠던 9월 집회에 나선 시민들과 경찰들 이마와 등에는 땀이 '흘러 내렸다'. 고막을 콕콕 찌르는 집회 소음 속에서 이들은 수십분째 아스팔트 위에 서있었다. 팔은 손목 시계 부위만 제외하고 시커멓게 그을렸다.
이날 광화문 일대는 집회 참여자 뿐 아니라 나들이 관광객까지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5차선 도로 중 1~3차선은 집회 무대가 설치돼 일반 차량들은 나머지 2개 차선으로 움직였다.
공경현 종로경찰서장 무전기에도 현장 상황 보고가 쏟아졌다. △교통소통 △소음 △질서유지 등을 위해 현장 경찰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오전 11시부터 사전 집회, 본집회를 열고 오후 3시부터 종로구~을지로 일대를 행진하는 긴박한 일정 속에서 사건 사고는 '0'이었다.
종로구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집회·시위가 열리는 곳이다. 지난해 열린 집회·시위만 2000여건. 공 서장이 집회 때 중요하게 여기는 건 공공의 안전이다. 집회가 진행되기 며칠 전부터 공 서장을 필두로 각 부서들은 만반의 준비에 돌입한다. 이날도 종로서 경비과, 교통과, 정보과를 비롯해 지역경찰, 기동순찰대 등 120여명이 모였다.
현장 경찰들은새벽 4~5시에 미리 출근해 준비에 나선다. 경비과는 집회 안전 확보를 위해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교통과는 줄어든 차선을 재정비하기 위해 도로 위에 라바콘, 안전펜스 수십개를 놓았다. 집회 시작 전 배경 소음도 미리 측정했다. 집회가 시작하면 배경 소음과 비교해 기준치를 넘었는지 확인한다.
집회가 시작하면 광화문 일대에는 인파와 차량들이 밀물처럼 몰려든다. 안전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찰 두 명이 횡단보도 하나를 관리할 때도 시민들이 금세 붐빈다. 교통 경찰들은 뜨거운 엔진 열기 속에서 뒤에서 빵빵 울리는 클랙슨(경적) 소리까지 감당해야 한다.
공 서장은 "이곳은 정부 주요 기관들도 모여있다"며 "시민 안전뿐만 아니라 국가 안전에 대한 영역까지 관리해야 한다. 공공의 임무를 수행하는 종로서는 매번 훈련을 진행하다 보니 경비나 경호, 교통, 정보 업무가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종로서는 우리나라 대표 '치안수도 1번지' 경찰서다. 600년 조선 역사의 중심지이자 우리나라 정치, 문화 메카인 종로구를 책임지고 있다. 종로 1·2·3동, 삼청동·평창동·교남동 등 65개 법정동에는 약 20㎢ 면적에 14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정부서울청사, 미국·일본 등 외국 공관저(대사관 24, 관저7) 등도 밀집되어 있다.
종로구는 내국인과 외국인,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몰려드는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다. 경복궁, 인사동, 북촌 한옥마을, 익선동 등 우리나라 역사 관광지를 품고 있다. 일평균 관내 유동인구만 약 50만명에 달한다.
종로서에 접수되는 주요 신고 유형도 타 경찰서에 비해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 다수의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경호나 경비, 집회 업무가 중요하다. 상권이 몰려 있기 때문에 주취자 관련 조치가 많고 분실 습득 관련 신고도 서울 시내 경찰서 중 전체 2위를 기록할 만큼 많다.
안전 예방도 놓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종로3가 포장마차 거리 안전을 위해 군중 밀집도를 감지하는 스마트 인파관리스시템, 112 신고 안내 표지판 등을 추가로 설치했다. 북악스카이웨이 드라이브 코스길 내 폭주·난폭 운전을 막기 위해 특별 단속도 추진한다. 상명대 부근 가파른 언덕길에서의 버스 교통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협의해 대책을 수립하기도 했다.
공 서장은 "우리 사회에는 따뜻하면서도 정의로운 경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직원들이 등장하려면 결국 일터가 안정적이고 행복해야 한다.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으로 행복한 직장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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