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수도 650차례 공습에 492명 사망…헤즈볼라 요인·거점 ‘표적’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표적 공습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을 대대적으로 폭격하면서 최소 492명이 사망하는 등 최악의 인명피해가 났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베이루트를 공습했다고 밝히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저녁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남부 외곽 표적 공습이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알리 카라키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카라키는 헤즈볼라의 군사 지휘관인 이브라힘 아킬의 후임으로 임명된 2명의 고위 지휘관 중 한 명이다. 앞서 아킬은 지난 20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카라키는 헤즈볼라의 군사·안보 활동을 총지휘하는 지하드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하다. 지하드위원회 위원은 모두 7명이었지만, 지난 7월 푸아드 슈크르와 아킬이 이스라엘군에 잇달아 폭사하면서 5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는 카라키는 무사하며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베이루트 외에도 남부와 동부에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고, 민간인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는 물론, 동부까지 최근 24시간 동안 약 650차례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시설 1100곳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공격 대상에는 헤즈볼라가 로켓과 미사일, 발사대, 드론을 숨긴 건물과 추가 테러 시설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오늘은 중요한 정점”이라며 “우리는 (헤즈볼라) 로켓과 정밀 탄약 수만 발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이 남부와 베카 벨리, 바알베트의 마을에 퍼부은 공습으로 어린이 35명과 여성 58명을 포함해 492명이 숨지고, 165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공격받은 지역에서 수천 명이 피란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명 피해와 피란 행렬은 2006년 7∼8월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동부와 남부의 병원에 부상자 치료에 대비해 비필수 수술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교육부는 접경 지역과 베이루트 남부 외곽 지역에 오는 24일까지 이틀간 휴교령을 내렸다.
이스라엘의 공세에 헤즈볼라도 반격을 가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인근의 방산업체 라파엘을 비롯한 세 곳에 로켓포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의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을 “미친 짓”이라며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새로운 모험이 위험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야만적인 침공이자 전쟁범죄”라고 비난하며 헤즈볼라와 레바논 국민에 연대를 표명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규모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음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안보 내각회의에서 “(레바논과 인접한) 북부에서 힘의 균형, 안보의 균형을 바꾸겠다고 약속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수행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별도의 녹음된 메시지에서 레바논 시민들을 향해 “대피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며 “우리 작전이 종료되면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접경 지역에 한해 무력 충돌을 벌이던 양측은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무전기 폭발 사건으로 헤즈볼라가 일격을 받은 이후 더 격하게 충돌하고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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