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주인되는 한국서예로"… 송하진 ‘거침없이 쓴다’전
형식, 법칙, 틀, 인습 등에 얽매이지 않아
한글이 주인되는, 한국인의 삶이 담긴 서예
한글 필순에 맞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다
취석 송하진 초대전, 서울과 전주 연이어 개최
거침없이 쓴다. 기존의 법칙, 방식, 형식, 틀 등에 얽매이지 않고 쓰는 것이다. 서예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개념을 ‘곱고 예쁘고 정돈된 글씨’에서 ‘거칠고 흩날리고 자유분방한 글씨’까지, 무제한 확장해 나간다. 작품의 구성과 배치도 더 자유로워야 한다고 여긴다.
취석은 필순(筆順)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가는 것이 아니라 한글의 어순과 필순에 따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나가야 혼란을 막을 수 있고 특히 젊은 층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느낌과 맛, 분위기도 중요하다. 광개토대왕비나 한글궁체처럼 작품에서 한국성이 우러나와야 진정한 한국서예라고 강조한다. 중국·일본 서예와 확연히 다른 한국성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쟁과 탐색이 이어질 것이다.
취석 역시 여느 서예가와 마찬가지로 50대 후반까지는 구양순, 안진경, 동기창, 황산곡, 하소기, 왕탁, 우우임 등 주로 중국 서예를 보고 쓰고 공부했다. 60대에 들어서 서예의 대중성과 한국성, 그리고 세계성을 헤아리다가 추사, 창암, 원교, 소전, 강암, 일중, 남정, 평보를 비롯해 현대 한국 서예가들까지 한층 깊게 파고 들었다. 한국서예의 빼어난 예술성과 무궁한 확장 가능성을 내다본 것이다. 그리고 70을 넘기면서 마침내 그간 탄탄하게 닦아온 ‘거침없이 쓰는 서예’의 길을 열었다.
장준석 한국미술비평연구소 대표는 “특별한 형상미와 조형성을 맛보게 하는 그의 작품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는데, ‘그림으로 쓰여’ 있기도 하고 ‘글로 그려져’ 있기도 하다”면서 “글자지만 그림이 되어 있고, 어느새 시가 되어 있는, ··· 구수한 큰 맛이 난다”고 호평한 바 있다.
서예가이자 평론가인 심석 김병기는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 자체가 사라져 가는 현실 앞에 과감히 자신의 서예를 들고 나온 것”이라며 “취석의 ‘거침없이 쓰는 서예’는 한국서예가 구현해야 할 시대정신이고, 한국 서예를 진흥하는 유력한 대안이며, 후대에게 전통서예를 알리는 효과적인 묘안”이라고 값을 매겼다.
사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송하진에 대해 전주시장과 전북도지사를 지낸 ‘인물’로만 떠올린다. 하지만 취석은 유소년기와 청년기 등 성장하는 내내 서예를 보고 익히며 자랐다. 생활 속에서 서예가 ‘눈에 젖고 귀에 물들어 온’ 목유이염(目濡耳染)의 저력을 가진 서예가다.
그의 조부 유재(裕齋) 송기면(宋基冕) 선생은 서예가이자 “우리 전통을 몸체로 삼되 그 쓰임새는 새로워야 한다”는 구체신용설을 주장한 유학자였고, 부친 강암(剛菴) 송성용(宋成鏞) 선생은 근현대 한국서예를 대표하는 대가였다. 서단에서 활동중인 우산 송하경, 하석 박원규, 산민 이용, 이당 송현숙 등도 강암의 제자들이다.
취석 송하진의 초대전이 서울과 전주에서 연이어 열린다. 25일부터 10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10월 1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전주 완산구 풍남로 현대미술관에서 ‘거침없이 쓴다’는 문패를 내걸고 10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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