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힘싸움 앞둔 고려아연 최윤범…세 결집 총력전

안정준 기자 2024. 9. 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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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영풍의 공개매수에 대응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우군의 윤곽이 잡힌다. '백기사' 한화부터 소프트뱅크까지 국내외를 넘나든다. MBK·영풍의 공개매수 가격 인상 결단 시점을 앞두고 최 회장 측으로선 우군의 덩치를 최대한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와 함께 백기사로 분류된 현대차가 지지 입장을 취하고 해외 협력사들까지 지원에 나서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측은 현대차측과 MBK·영풍의 공개매수 대응과 관련한 물밑 접촉을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한화, LG와 마찬가지로 최 회장측이 2차전지 소재, 재생에너지 등 미래 사업 확장을 위해 지분을 유치한 기업이다. 통념상 최 회장측 백기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번 공개매수 건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2차전지 소재 협력 강화 차원에서 고려아연과 MOU를 체결하고 지분에 참여했다'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현대차의 스탠스다. 아직까진 중립적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5% 가량을 들고 있는 현대차가 지지 입장을 밝히면 최 회장측은 MBK·영풍의 공세를 막아낼 벽을 보다 두텁게 쌓을 수 있다. 현대차와의 교감이 현재 최 회장의 백기사 확보 전략의 핵심인 이유다.

지금까지 국내 백기사 그룹 중 최 회장 쪽으로 사실상 기운 대표적 기업은 고려아연 지분 7.75%를 보유한 한화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최 회장을 만나 사업상 우호적 관계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과 최 회장은 고등학교 동문 관계다. 이와 관련, '이번 공개매수로 인해 경영권 분쟁 상태가 장기화 될 경우 사업협력의 성공 가능성과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는게 한화의 입장이다. 고려아연 지분 0.75%를 보유한 한국타이어도 '최 회장의 우호주주'라는 입장을 낸 상태다. 한국타이어 역시 지난해 말 MBK로부터 공개매수 공세를 받았다.

현재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우호지분은 33.99% 수준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와 한화, LG, 한국타이어 등의 지분을 모두 우호세력으로 가정했을 때의 지분율이다. 사실상 최 회장측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 한화와 한국타이어를 넘어 현대차와도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건, 현재 지분율 33.13%인 MBK·영풍 측의 공개매수 공세에 대응할 '상수'를 다지기 위한 작업이다.

고려아연의 주요 공동 투자사업자 지분율 및 주요 사업내용/그래픽=김지영

그러나 이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최 회장측이 대항 공개매수 카드를 꺼낼 수 있단 점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공동 보조를 맞춰 매수에 나설 우군이 필요하다. 대기업 백기사 전체가 최 회장을 확실히 지지한다 가정해도 현실적으로 이들이 추가 지분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 체제의 대기업이 지분 추가 매입을 통해 다른 기업의 경영권에 적극 개입한다는 신호를 주는 건 이들에게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추석 연휴 기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접촉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2년 전 고려아연이 소프트뱅크가 점찍은 스위스 에너지 저장시스템 기업 에너지볼트에 약 600억원을 투자한 것이 양쪽 인연의 시작이었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긴 해외 네트워크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소프트뱅크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면 MBK·영풍 연합에 대응할 실탄도 자연스레 확보된다.

관건은 소프트뱅크와 같은 투자사를 넘어 사업상 긴밀한 관계인 해외 협력사들과 공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들이 추가 지분 투자가 여의치 않은 국내 백기사 대기업군과는 달리 사업상의 이유에서 최 회장 측의 실질적 실탄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해외 협력사인 스미토모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에 아연정광 등 원재료를 공급하는 스위스 글렌코어 역시 고려아연의 핵심 협력사다. 글로벌 3대 원자재 중개기업이자 고려아연의 니켈 사업 협력사인 트라피구라의 행보도 관건이다. 트라피구라는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 1% 이상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협력사들은 이미 최 회장측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한다. 한국앤컴퍼니, 휴스틸 등 고려아연 고객사 80여곳은 이날 '고려아연 품질 유지 요청서'를 내고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아연과 연, 반도체 소재 등 국가 기간산업 핵심 소재의 해외 기술 유출과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특히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 수익 확보를 위해 독단적인 경영을 할 가능성이 크고 향후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MBK·영풍 측은 최 회장 측 행보를 주시하며 견제에 나섰다. MBK는 "대항공개매수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위한 협의는 비밀유지가 만남의 전제인 것이 불문율"이라며 "상대방으로서도 만남이 공개되는 것 자체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협력사들의 지원 사격은 배임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MBK는 "트라피구라, 글렌코어, 스미토모 등 고려아연 납품, 또는 협력업체들이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수해 주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거래는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의 장기적 이익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배임적 성격의 거래가 돼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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