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나라 "내 '굿파트너'는 남편, 그래도 결혼은 '글쎄'" [인터뷰+]
배우 장나라가 '굿파트너'인 남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장나라는 23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SBS '굿파트너' 종영 인터뷰에서 자신의 굿파트너로 남편을 꼽았다. 장나라는 "제가 전작을 끝내고 힘들어하고 있을 때 '쉬긴 뭘 쉬냐'면서 이 작품을 꼭 해야한다고 했다"며 "'굿파트너' 성공의 일등공신이라고 자처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나라는 지난해 'VIP' 촬용감독이었던 남편과 결혼했다. 장나라는 '굿파트너' 제작발표회에서도 "남편의 강력한 추천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시종일관 남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지만, 장나라는 "결혼을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정말 마음이 맞고, 새로운 시도를 함께 할 수 있다면 추천이지만, 굳이 그런 사람을 찾아서 무조건 해야하는 일은 아니다"고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굿파트너'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변호사 차은경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변호사 한유리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장나라는 차은경 역을 맡아 한유리 역의 남지현과 워맨스를 선보였다. 첫 방송 시청률은 7.8%(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시작했지만, 최고 시청률은 17.7%까지 치솟았다. 2024 파리올림픽으로 3주간 결방했음에도 타격 없이 흥행을 이어가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장나라는 이런 인기에 "감사한 마음 뿐"이라며 "남지현 씨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장나라는 "대본 리딩 때 한유리 연기를 보고 차은경 설정을 잡았다"며 "한유리의 반대되는 성향의, 한유리를 화나게 하는 태도와 말투로 잡았다"고 자신이 연기한 차은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헤매던 시기에 남지현이라는 배우가 있어서, 그가 뿌리같은 연기를 보여줘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장나라와 일문일답
▲ 드라마가 인기리에 마무리됐다.
제가 상상했던거 보다 큰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촬영이 끝나면 행복한데, 조금 더 행복하게 쉴 수 있게 된 거 같다. 대본 자체가 공감할 수 있는 사실적인 얘기들이 많아 관심을 가져주신 거 같고, 캐릭터들이 다 다르지 않나. 그걸 보는 재미가 있으셨던 거 같다.
▲ 결말에는 만족할까.
저도 여쭤봤다. 초반과 결이 다른 변호사 생활을 하는 걸로 결말에 비춰지는데, '이렇게 달라지는 건가' 여쭤봤더니 작가님의 이상에 있는 거라고 하더라. 그렇게 생각하고 들여다보니 좋았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신 거처럼 (은경과 유리가) 투닥투닥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대본을 보며 헷갈릴 땐 작가님께 바로 물었다. 작가님 본업이 변호사니 설명서에 가까웠다. 정보를 주시는 양이 방대해서 연기할 때 편했다. 이런 전문직을 연기하면, 주변에 물어물어 그런 분을 소개받고 해야 하는데, 작가님이 변호사님이니 그게 편하더라.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때 물어볼 사람이 옆에 있다는 장점이 굉장히 컸다.
▲ 장나라만의 차은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땠을까.
그 중심에는 남지현 씨가 있다. 처음엔 제가 데뷔 후 처음으로 연기하는 '차가운 도시 변호사'라는 설정이 좋아서 기뻤다. 그런데 막상 연기하려니 쉽지 않더라. 그러다 리딩을 갔는데, 남지현 씨가 처음부터 우직한 나무 기둥같은 연기를 했다. 제가 요즘 몇년 사이 '어떻게 해야 연기를 더 잘할까'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남지현 씨를 만났는데 '저런 훌륭한 나무가 있으니 저걸 기준으로 가야겠다'고 싶더라. 그래서 한유리와 톤을 반대로 잡았고, 한유리를 화나게 할 수 있는 말투와 태도를 가지려 했다. 리딩을 할 땐 감독님도 걱정을 하셨다. 그래도 다들 믿어주셔서 잘 만들어진 거 같다. 저에겐 남지현 씨가 복덩이 같았다. 그래서 '복주머니'라고 했다.
▲ 사실적인 에피소드로 주목받았지만, 러브라인이나 차은경이 이혼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이전의 진부한 코드를 답습했다'는 반응도 일각에서 있었다.
러브라인을 보며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 작가님 남편도 변호사다.(웃음) 러브라인은 사실에 가까웠다. 차은경이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 현대의 사회적인 가치관과 충돌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차은경의 선택같다. 좀더 세련된 선택이 있을 수 있지만, 엄마로서의 선택에 충실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거 같다. 차은경의 실제 모델은 작가님의 남편분이라고 하더라. 미남이신데 캐릭터가 세고, 작가님은 조근조근해서 섞은 느낌이었다.
▲ 실제로는 행복한 결혼 생활 중이신데, 불륜 드라마에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저도 신기하다. 따져보니 전작 뿐 아니라 'VIP', '황후의 품격'부터 계속 불륜이었다.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사랑과 전쟁'을 좋아했지만, 이혼 스토리를 굉장히 좋아했던 건 아닌데 많이 하게 됐다. 제 작품 선택 기준은 일단 이야기 자체가 재밌고, 이 이야기에서 전작과 다른 걸 할 수 있는지를 본다. 그런데 상황은 계속 불륜이더라.
▲ 그 상황에서도 결혼했다.
맞다.(웃음) 그런데 즐거웠다. 전 연기를 할때와 실제 모습을 완전히 분리해야 편하다. 비슷한게 있으면 오히려 집중을 못한다. 내가 이 갈등을 똑같이 겪고 있다고 해서 그게 되는 게 아니더라. 다만 그런 괴리는 있다. 연기를 하다가 화가 나서 '간통죄 부활했으면 좋겠어' 하면서, 집에가면 '남편!'하면 어색하긴 하더라.
▲ 연기지만 불륜 남편 김지상을 연기한 지승현을 때리고 싶을 땐 없었나.
김지상은 이제껏 본적 없는 역대급이었다. 'VIP' 감독님께도 제가 따로 연락을 드렸는데, 거기서 제 남편이었던 이상윤 씨의 불륜은 용서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김지상은 새로운 충격이었다. 깜짝 놀라는 지점이 있었다. 목소리가 달달해서 더 화가 났다. 정확하게 어떤 대사였냐면 '왜, CCTV라도 달아놓았냐' 이거였다. 그 대사 자체가 너무 모멸감이 느껴졌다. 잘한게 없는데 어떻게 저런식으로 말하나 화도 나고. 자기가 불리한 상황이 되니 뒤집어 씌우는 거 같아 화가 났다.
▲ 불륜녀 최사라 역의 한재이는 어땠나.
실제로는 정말 귀엽다. 화가나면 눈이 빨개져서 토끼같다. 그 토끼같은 얼굴로 부들거리니 얄밉긴 했다. 재이씨가 연기한 사라의 특징은 본인이 잘못해놓고, 억울해하는 건데, 그걸 요즘 말로 '킹받게' 잘했다.
▲ 극중 등장하는 차은경, 김지상의 소품용 결혼 사진과 최사라, 김지상의 불륜 사진을 같이 찍었다고 하더라. 셋이 함께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는데, 그걸 제안한게 본인이었다고.
그들의 미움이 너무 진하니, 방송이 나간 이후 이를 희석시킬만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싶었다. '이건 드라마다', '저희는 사이가 좋다' 이런 걸 어필하기 위해 미리 찍었다.(웃음) 저희는 진짜 사이가 좋았다.
▲ 극중 딸 재희 역의 유나와 모녀 연기도 화제가 됐다.
그 친구는 '아역', '꼬마' 느낌이 아니라 굉장히 훌륭한 동료 느낌이었다. 딸이라는 설정이었지만, 친구 같은 느낌이컸다. 차은경이 이혼을 하고,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재희와의 친구같은 관계를 많이 가져왔다.
▲ 연기를 하면서 공감가는 사례가 있나?
극중 에피소드를 공감 하기엔 제가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인상깊은 건 자기 자녀가 아닌데, 양육권을 획득하려는 아버지의 에피소드였다. 그 애정의 마음이 얼마나 큰지 느껴져서 마음이 갔다. 원래 잘 안우는데 보면서 울었다. 작가님이랑 마지막 방송을 같이 봤는데, '이런 에피소드가 나오면 당사자들이 알지 않을까' 이런 말을 했는데 '여기 나온 건 인물을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흔한 얘기'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보시는 분들이 '내 얘기다' 할 수 없다고 하셔서 충격이었다.
▲ 장나라의 결혼관은 어떨까. '굿파트너'를 하면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을까.
이걸 하면서 연관돼 생각해본 건 없다. 일부러라도 안했던 거 같다. 그냥 재밌게 잘 사는 거다. 즐겁고 행복려고 사는 건데 안 즐겁고, 안 행복하면. 극중 '최선을 다해서 선택하고, 그 선택이 잘못되면 또 다른 선택을 하면 된다'는 대사가 있었다. 선택을 하고, 그걸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잘못됐다 생각했을 때 과감하게 다른 선택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은 하게 됐다.
▲ 차은경은 정말 정우진의 마음을 몰랐을까.
차은경이 어떻게 몰랐겠나. 그런데 아는척하는게 애매하지 않나. 그전엔 나를 따랐지만 이성적인 게 없었기에 결혼을 했을 거고, 결혼을 해도 똑같은 마음으로 잘해준 건데 그걸 제가 아는 척하면 문제가 되는 거 아니냐. 이혼 후에도 갑자기 그 마음을 아는 척을 하는게 부담이 된 게 아닌가 싶다. 결실과 결말을 봐야 그 관계를 다 보여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부나 연인이 아니라도 '굿파트너'로 파트너십이 있는 관계로 가는 것도 아름다워 보인다. 제가 고민 많은 꼬마일 때 멀더와 스컬리가 나오는 'X파일'을 보는 낙이 컸다. 그 관계성이 너무 좋더라. 이성적인 관계를 넘어서서 믿음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야 말로 굿파트너 아닌가. 그런 관계를 좋아하다 보니 그쪽으로 남았으면 싶더라.
▲ 올림픽 결방 때 불안하진 않았나. 시청률 20%를 목전에 둬서 아쉬움도 있었을 거 같은데.
초반에 시청률이 잘나와서 '2주도 아니고 3주? 환장하겠네' 이랬는데, 마음을 다잡았다. '안된 작품도 많은데, 감사한줄 알아야지' 이렇게 생각했다. 올림픽이 끝나도 '이 정도만 유지해도 대박이다' 이랬다. 그런데 정말 잘돼 감사하다. 올림픽 땐 내내 촬영을 했다. 그래서 올림픽을 잘 못본거 같다. 시청률 20%를 돌파했다면 더 감사했겠지만, 지금도 바랄 거 없이 좋다. 구체적인 욕심을 갖지 않으려 한다. 욕심이 생기면 제가 받은 것에 감사함을 가지려 집중한다.
▲ 작품이 잘 돼 연기대상으로도 언급된다. 만약 대상을 받는다면 가요대상과 연기대상을 동시에 받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생각이 없다. 가요대상도 제가 잘했다기 보단 모든 운이 따랐다. 그 과정이 한편의 영화같았다. 엄청난 행운이었다. 행운을 퍼다준 상이라 받을 때도 얼떨떨했다. 지금도 약간 상에 욕심이 생기면 떨군다. 제가 팍팍해 지는게 싫다. 상을 목표로 삼으면 작품을 선택할 때도 어려워 질 거 같더라. 어릴 때부터 욕심냈던 건 새로운 연기였다. 생김새나 목소리 때문에 대본이나 역할에 제한이 많았다. 그래서 '이 작품이 잘 돼 다른 걸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제일 큰 소망은 그거다.
▲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다. 여전히 '동안'의 아이콘이고, 어떤 활동을 할지 궁금증을 안긴다.
저는 항상 같다. 다른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고, 새로운 작품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전과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 개인의 취향인데 스릴러, 오컬트도 좋아한다. 그런 장르를 해보고 싶기도 한다. '동안'이라는 수식어는 제가 어릴 때 뭔가 좋은걸 붙여주시기 위해 그런 말씀을 해주신 거 같다. 그리고 지금은 적당히 나이를 잘 먹는 거 같다. 이제 제 나이를 연기하기에 좋은 얼굴이 된 게 아닌가 싶다.
▲ 함께 활동했던 가수들이 다시 나와 음반도 내고, 콘서트도 열고 있다. 다시 노래할 생각은 없는 걸까.
전 지금이 좋아. 이벤트성으로 할 수 있지만, 노래를 할 생각은 없다. 제가 뒤늦게 성향을 안 거 같다. 혼자 떨어져 나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드라마는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하나의 목표를 가진 팀 안에 있어서 굉장한 안정감을 준다. 양떼의 우리처럼, 늑대로부터 보호받는 편안한 느낌이 든다. 제가 가진 걸 가장 많이 끄집어내는 게 연기할 때인 거 같다.
▲ 장나라의 '굿파트너'는 누굴까.
저희 남편?(웃음) 본인이 이번 작품 성공의 일등공신이라고 한다. 전작을 하고 지쳐서 쉬려고 했는데 '어딜 쉬냐,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더라. 강력하게 얘기했다. (수년간 장나라의 매니지먼트 업무를 도맡아 한) 아빠도 굿파트너인데, 전 그 뿌리에서 뻗어나간 존재에 가까운 거 같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나보다 잘한다'는 칭찬도 받았다. 너무 감격해서 그 메시지를 캡처해 놓았다.(웃음) 인생의 큰 목표가 끝난 느낌이더라. 제가 말문이 트이고 얼마 안됐을 때부터 아빠가 연기하는 걸 보며 연기자가 되고 싶었고, 아빠를 이기는게 목표였다. 아빠가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연극을 하는걸 7살때인가 보고 충격을 받았다. 질투도 느끼고.
▲ 결혼은 추천하는가.
정말 마음이 맞고, 새로운 시도를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기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추천이다. 그런데 굳이 그런 사람을 찾아서 해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몇십년을 따로 산 사람이 같이 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 아닌가. 피를 나눈 직계 가족도 안보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하니까 '무조건 해라' 이건 아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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