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커진 외국계證 매도 리포트…과거 사례 살펴보니
당국 "가용한 모든 수단 동원…필요시 해외 감독기구에 협조 요청"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모건스탠리를 둘러싼 선행매매 의혹이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불신을 재점화했다. 당국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관련 의혹들을 살펴보겠다고 한 것도 이번 기회에 시장의 의구심을 제대로 확인하고 불신을 털고 가기 위해서도 해석된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모건스탠리의 리포트 작성·배포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투자의견도 '비중확대'에서 '축소'로 변경했다. 보고서가 나오기 이틀 전인 13일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에서는 SK하이닉스 주식 100만여주의 매도 주문이 체결됐다. 보고서 발간 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19일 SK하이닉스 주가는 6.14% 급락했지만 미리 주식을 판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선행매매, 미공개정보이용 등 의혹이 제기되자 한국거래소는 20일 계좌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거래소 계좌 분석은 기나긴 불공정거래 조사의 가장 첫 시작점이다.
금감원 조사는 통상 거래소 심리 결과 '특정 계좌'에서 수상한 거래 패턴이 나타났다는 등 혐의점이 발견된 뒤에야 착수된다. 금감원이 조사에 정식 착수하기까지도 긴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조사국이 아닌 금융투자검사국을 통해 증권사 사이드의 영업 행위부터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조사국은 불공정거래를 저지른 개인 등 시장 참여자를 들여다보는 반면 검사국은 증권사 영업 행위를 들여다본다.
금감원 검사국은 보고서가 나오기 전후로 모건스탠리 서울 지점이 주체가 된 매도 물량이 나왔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자본시장법은 보고서를 투자자에게 공표할 때 조사분석자료 내용이 사실상 확정된 때부터 공표 후 24시간이 지나기 전까지 리포트 대상이 된 금융투자상품을 자기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단 서울 지점에서 자기 계산으로 하는 매도 물량이 나왔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면 해외에도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며 "해외 감독기구에 협조를 구하는 등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에 비춰 보면 금감원은 분석 보고서가 완전히 작성된 시간과 발표한 시간, 작성자의 전화통화 녹음 내용과 이메일 송수신 현황 등 자료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2년 금감원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조사분석 자료 관련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해 전수조사하며 이 같은 자료를 요구했다.
당국이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오랜 불신도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투자자들의 외국계 리포트에 대한 불신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외국계 증권사는 부정적 견해를 담은 보고서 발간에 자유로운 문화다.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 쓴소리를 하지 못하는 국내와 달리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소위 '셀(sell) 리포트'가 많은 것이다.
'매수(buy) 일색' 국내 증권사와 리포트와 비교하면 소신있는 시각으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매도 리포트 발간 직전 공매도가 쏟아지는 등 일이 반복되면서 공매도 세력이 외국계 증권사와 결탁해 미리 주식을 팔고 부정적 리포트를 내고 있는 건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9년엔 헬릭스미스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한 골드만삭스가 직전에 공매도 잔고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나 주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공매도 잔고가 발행주식총수의 0.5%를 넘기면 잔고를 보고할 의무가 있는데, 보고서가 발간된 당일 이 같은 사실을 공시한 것이다.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발간된 다음날 헬릭스미스 주가는 15% 급락했다. 공매도는 미리 주식을 빌려와 팔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매매 기법이다.
2018년에는 골드만삭스가 셀트리온에 대한 매도 보고서를 내기 이전부터 공매도 물량이 쌓여 시장의 의심을 샀다. 같은해 SK하이닉스도 모건스탠리의 부정적 내용의 보고서가 시장에 알려지기 전 공매도 잔고가 불어났다.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를 둘러싼 수상한 거래 의혹은 지난해 금감원 대상 국정감사 때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씨티증권이 네이버 목표주가를 낮추고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냈는데, 이날부터 이틀 간 2곳의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네이버 주식 271만여주의 매도 주문이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고서가 사전에 유출되거나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심에 매도 리포트에는 늘 불공정거래 의혹이 따라다니는 것 같다"며 "다만 지금까지 사실로 밝혀지거나 증거가 드러난 적은 없어 당국의 이번 조사 결과에 시장 관심도 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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