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짬 때리기

군복무 시절, 본부중대 지원과에서 인사병으로 근무했었다.
운전병 주특기를 부여받은 채 입대했지만, 자대에 배치된 뒤 인사병 사수에게 스카웃 제의를 받은 것이다. 축복받은 병과와 함께 속칭 '인싸병'이라며 꼬드기던 사수의 말에 설득당했고, 결국 운전대 대신 키보드를 잡게 됐다.
사수의 유혹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더울 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일할 수 있었고, 추울 땐 히터로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종종 초과근무를 할 때도 있었지만, 허약체질자에겐 최적의 근무지였다.
하지만 편한 병과인 만큼 많은 시기와 질투도 받았다. 앉아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많은 업무들을 지원과 병사들에게 미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원과 동기들은 "또 짬 맞았다, 또 짬 때린다"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입에 달고 다녔다. 짬 때리다라는 말은 잔반을 의미하는 '짬'을 남에게 넘긴다는 의미로, 본인이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떠넘긴다는 일종의 은어다.
최근 정부가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인해 지자체의 보통교부세를 줄이는 걸 보면 '짬 때린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국회예산특별위원회의 2023회계연도 결산심사에서 정부는 지난해 56조 4000억 원의 대규모 세수 결손을 이유로 각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에 줘야 할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18조 6000억 원을 감액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난해 대전시와 세종시, 충남도 등이 지급받은 보통교부세는 당초 편성된 금액보다 2434억 원 줄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부동산교부세가 감액되며 큰 타격을 입었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 목표로 삼은 이번 정부의 지방교부세 삭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방교부세 삭감은 지자체의 곳간을 얼어붙게 만들고, 결국 숙원 사업이 멈추며 지역소멸 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어서다. 살기 좋은 지방시대가 아닌, 살기 힘든 지방시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세수 결손을 지자체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선 정부가 조세 정책을 다시금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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