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 장나라 “‘열 받는 상사’ 말투? 한유리가 매일 퇴사하고 싶어지도록 연구했죠”

최민지 기자 2024. 9.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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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원문화 제공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한 올여름, 더위에 지친 시청자에게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선사한 작품이 있다. 최고 시청률 17%를 넘기며 모처럼 안방극장 화제작이 된 SBS 금토 드라마 <굿파트너>다. 이혼 변호사와 이혼 소송의 세계를 실감 나게 묘사한 이 드라마는 결혼과 이혼, 관계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주인공 차은경 역의 배우 장나라(43)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굿파트너>의 인기를 견인했다. 냉정한 성격의 스타 변호사가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는 과정에서 분노하고, 무너지고, 슬퍼하는 여러 모습은 장나라의 말간 얼굴 위에서 새롭게 그려졌다. 대중들이 장나라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귀여운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장나라는 다시 말간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A4 용지를 메모로 가득 채울 만큼 매 질문에 꼼꼼하게 답변하려 애쓰는 모습에선 차은경의 어떤 얼굴이 보이기도 했다.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고 행복해요. 올림픽 기간 3주간 휴방했을 때는 ‘환장하겠네’ 했지만 ‘감사할 줄 알아야지’하며 마음을 다잡았어요.”

드라마는 스타 변호사 차은경이 자신의 비서와 외도한 남편 김지상과 이혼하는 과정을 그린다. 장나라는 자신의 이혼과 함께 다양한 이혼 사건을 맡으면서 진정한 ‘굿파트너’란 무엇인가 깨달아나간다.

장나라는 이번 드라마에서 기존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인 인물로 변신했다. 차은경은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다. 사무실, 법정, 집안을 가리지 않고 할 말은 한다. 극한의 워커홀릭이라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김밥 중에서도 기본 김밥만 시킨다. 실없는 웃음 한 번 짓는 법이 없다.

장나라는 최유나 작가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차은경이라는 인물을 빚어나갔다. 실제 이혼 변호사이기도 한 최유나 작가는 미팅 때마다 “설명서에 가까운 정도의 많은 정보”를 장나라에게 안겼다. 연기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장나라는 “변호사 연기가 처음인데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작가님한테 물어보면 되니 편안했다”며 “본인의 남편 분을 포함해 다른 변호사들과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해주셨는데, 차은경 캐릭터는 작가님과 남편 분을 반반씩 섞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말끝을 살짝 올리는 차은경 특유의 어조는 ‘부하 직원 열 받게 하는 상사 말투’라는 재치 있는 평가와 함께 화제가 됐다. 장나라는 후배 변호사 한유리 역의 남지현에게 공을 돌렸다. “차은경의 말투나 시선은 모두 한유리를 기준에 놓고 만든 것이에요. 남지현씨 연기가 마치 든든한 나무 기둥 같았거든요. 차은경은 그와는 정반대인, 한유리가 매일 퇴사를 꿈꾸게 할 수 있는 말투와 애티튜드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죠.”(웃음)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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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는 <VIP>, <황후의 품격> 등 전작들에서도 배우자의 외도를 수 차례 겪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가 이제 기혼자가 됐다는 것이다. 장나라는 <VIP> 촬영 현장에서 만난 카메라 감독과 2022년 결혼했다. 이런 변화가 연기에도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장나라는 고개를 저었다.

“극 중 역할과 제 사생활을 연관 지어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의도적으로 연기와 생활을 분리하려 노력해왔고 지금은 90%쯤 성공한 상태예요. 그래야 연기하는 데 수월하거든요. 다만 이 작품을 하면서 뭔가가 잘못되었을 때 과감하게 다른 선택을 하는 용기도 중요하다는 생각은 하게 됐죠. 하지만 정말로, 저는 잘살고 있답니다”(웃음)

장나라는 <굿파트너>로 2024 SBS 연기대상의 강력한 후보가 됐다. 데뷔 직후인 2001~2002년 이미 가요대상을 거머쥐었으니, 이번에 연기대상까지 받는다면 전무후무한 기록의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장나라는 작은 기대의 싹도 잘라버리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상 욕심은 전혀 안 내요. 욕심이 생기는 순간 바로 없애버려요. 상을 목표로 삼는 순간 작품 선택도 제 삶도 팍팍해지거든요. 저는 그저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다만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작품이 잘 돼서 그다음엔 전과 조금이라도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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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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