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조 뭉칫돈' 몰렸다…'두근두근' 개미들 눈 돌린 곳이 [이슈+]
'채권개미'의 시간 왔나
5대 증권사 올해 미국채 판매액 9조 육박
미국 '피벗' 시작…"장기적 시장금리 하향"
"금리 인하에 수익화 기대 커져
장기채보다 단기채 매력적"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5대 증권사를 통해 사들인 미국 채권이 9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미 중앙은행(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금리 인하기가 본격 도래하면서 수익화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채 투자에서는 시장금리를 빠르게 반영하는 단기채가 장기채보다 유효할 수 있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5대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의 리테일 미국채 판매액은 총 8조9085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2조9663억원)보다 200.3%(5조9422억원)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규모(5조1651억원)를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이들 증권사의 우리나라 국채 판매액이 같은 기간 26조9619억원으로 1.9%(4929억원) 늘어난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미국채 선호가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국의 정책금리(연 5.25~5.50%)가 우리나라(연 3.5%)보다 2.0%포인트나 높았던 만큼, 금리 인하기에 매매 차익을 보다 크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상황 속 Fed가 이달 4년6개월 만에 금리 인하에 나서자 기존 채권 투자자들의 수익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시장에서 새로 발행되는 채권 금리가 낮아지면 기존 발행된 채권 가격은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채 10년물과 5년물 금리는 각각 3.744%, 3.505%를 기록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각각 0.192%포인트, 0.4154%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다만 Fed가 이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음에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한 가운데 Fed의 선제적 정책 대응으로 경기 침체 전망이 약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인하기 초입에 시장금리가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하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IBK투자증권이 1990년대 이후 Fed의 첫 금리 인하가 이뤄진 다섯 개의 시점을 분석한 결과 인하 결정 이후 20거래일 구간에서는 시장금리가 박스권이나 반등세를 보였다. 통화정책 결정 이전에 반영된 시장의 시각 차이가 소멸된 구간이란 해석이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한 만큼, 일시적인 되돌림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며 "다만, 중기 방향성 자체는 금리 하방 경로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금리 인하는 중장기에 걸쳐 지속 이뤄졌다"며 "이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를 동반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개인투자자는 증권사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미국채에 직접 투자할 수 있으며 5개월·1년·5년·10년물 등의 옵션을 선택하면 된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간접투자도 있다. 국내 ETF 중에서는 잔존 만기 1년 미만의 미 단기채 수익률을 추종하는 'TIGER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와 'ACE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 등이 상장돼 있다.
향후 채권 투자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국채보다 미국채가, 장기물보다 단기·중기물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지점장은 "투자자들이 이전까지는 만기가 긴 미국채 10~30년물을 많이 담았는데, 향후 금리가 떨어지면 단기간 자본 차익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과거에 투자한 장기채를 가지고 있는 건 유효하지만, (장기채에) 신규로 들어가는 것보다 만기가 짧은 단기·중기채를 사는 게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우리나라 국고채보다 미국채에 투자하는 게 이점이 있다"면서 "미국 단기·중기채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가격에 바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본 차익을 볼 수 있는 여지가 아직도 남아 있지만, 장기채는 당분간 금리가 일정 부분 떨어지더라도 거의 변동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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