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뜬 농구 여제… ‘정치 문법’도 바꿔버렸다

인디애나 피버 소속 케이틀린 클라크
워싱턴DC 경기서 관중 신기록 갱신
정치인들 앞다퉈 펀드레이징 행사 개최

여자 프로농구 인디애나 피버의 케이틀린 클라크가 19일 워싱턴 미스틱스와의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 한복판에 있는 경기장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미국 여자 프로농구(WNBA) 경기가 열렸다. 워싱턴DC를 연고로 하는 미스틱스와 인디애나 피버 대결. 이날 WNBA 역사가 새로 쓰였다. 2만711명 관중이 들어서면서 WNBA 최다 관중 기록(종전 2만674명)을 갈아치운 것. 이 같은 열기 배경에는 프로 1년 차 신인 케이틀린 클라크(22·피버) 인기가 깔려 있다. 클라크는 대학(아이오와대) 시절부터 정확한 3점 슛과 탁월한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수퍼 스타로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던 선수. 그 인기가 프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클라크의 등장은 워싱턴 정치 문법도 바꿔놓았다. 백악관과 의사당을 끼고 있는 이 도시에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주재하는 펀드 레이징(선거 자금 모금) 행사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야구, 하키, 골프, 테니스 같은 프로 스포츠 경기가 종종 활용된다. 선거 자금과 돈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이벤트이면서 잠재적 후원자들을 모객하는 데도 좋은 도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회에서 차로 10분이면 닿는 미국 프로야구(MLB) 워싱턴 내셔널스 홈구장에서도 정치인들이 VIP 박스에 사람들을 초청해 모금 행사를 여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클라크가 워싱턴에서 원정 경기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입장권이 빠르게 동났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WNBA 경기에서 펀드 레이징 행사는 흔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런 인기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클라크 경기가 후원자들에게 상당한 호감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클라크 고향인 아이오와주 마리아넷 밀러-믹스 공화당 하원 의원은 경기장 내 프라이빗 박스석에서 모금 행사를 열었다. 그는 클라크가 아이오와대 시절 대학 1부 리그 남녀 선수 통틀어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자 이를 축하하는 의회 결의안을 주도한 바 있다. 지난 4월 W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피버 유니폼을 입자 주 하원 의사당에서 직접 축하하기도 했다.

수지 리 민주당 하원의원도 모금 행사를 열었는데 참가비가 개인 1000달러(약 130만원), 단체 2000달러(약 260만원)부터 시작했다. 리 의원 지역구는 이번 대선 7개 경합주 중 한 곳인 네바다. 하원 선거 역시 내년 의회 권력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이벤트로 꼽힌다. 클라크는 22일 AP가 선정하는 ‘올해의 신인 선수’에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19일 여자 프로농구 인디애나 피버와 워싱턴 미스틱스의 경기를 앞두고 시민들이 '캐피털 원 아레나' 구장 앞에 줄을 서있다. /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