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아름다움 보는 눈이 있어요”…세계최고 공연 벌써 설렌다는 이 대사님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9. 2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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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양국 수교 140주년 맞아
올 6월부터 ‘문화교류의 해’
세계최고 伊 오페라하우스
한국 찾아 ‘투란도트’ 공연
전시·음식교류 행사 이끌어
“난 한식·한국어 공부에 진심
서로 문화에 물들며 빛나길”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승환 기자]
“한국인은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심미안)’이 있어요. 이탈리아 사람들도 마찬가지죠. 고수가 고수를 알아보듯, 양국 국민들은 문화적으로 강하게 끌릴 수 밖에 없습니다. 올 가을에는 이탈리아 문화에 푹 빠져보세요. 두 나라가 모두 반짝반짝 빛날 겁니다.”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문화적 전염(Cultural contagion)’을 강조했다. 문화를 즐기면서 양국이 자연스럽게 물들어 각각의 문화적 결핍을 채우고,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가토 대사는 “문화 교류만이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이 유독 문화 행사를 많이 개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 9월 한국을 ‘1지망’으로 지원해 대사로 부임한 지 꼭 1년이 됐다. ‘한식 러버’를 자처하고, 한국어 공부에도 진심이다. 그는 “한식은 하루라도 빨리 전 세계에 알려져야 한다”면서 “시간 날 때마다 유튜브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배우면 배울 수록 참 아름다운 언어라고 느낀다”고 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 문화를 아끼는 대사가 적임자인 때다. 올해 6월부터 내년 12월까지는 한-이 수교 140주년을 맞아 양국이 선포한 ‘상호 문화 교류의 해’이기 때문이다. 가토 대사는 “통상 한 해의 테마를 정할 때 대부분 1년을 잡는데, 이탈리아와 한국은 2년을 잡았다”며 “이는 문화의 중요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대사관은 특히 문화 부문에서 ‘광폭 행보’ 중이다. 내달 초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이탈리아의 오페라 하우스 ‘아레나 디 베로나’가 통째로 한국을 찾아 ‘투란도트’를 공연한다.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 오리지널의 무대 세트, 의상, 소품들이 고스란히 옮겨오고 기술진과 스태프, 출연진 등 총 80여 명 이상이 방한한다.

유치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토 대사는 ‘운명’이라고 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전통적인 문화 유산을 갖고 있고, 한국은 현대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문화 자산을 갖고 있다”며 “양국이 ‘문화적 이끌림’이랄까, 무의식적으로 서로 보완하길 원하고 함께 발전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대사관은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에서 직접 유물을 가져 와 국내에 전시했고, 140년의 교류의 역사가 담긴 사진전도 개최했다. 투란도트 오페라 공연 이후에는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 시기 가장 중요한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카라바초의 전시도 준비중이다. 한국 음식에 이탈리아 와인을 페어링하는 행사인 ‘비바 일비노’도 성황리에 개최해왔다.

가토 대사는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질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8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된 양국은 지난해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이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특히 문화 부문에서 화학적인 결합이라 할 수 있는 문화적 전염이 발생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문화 교류의 힘은 지속가능성에 있다고 가토 대사는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 이탈리아와 한국의 지방 정부들끼리 문화 교류 등 협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 않느냐”며 “지방외교 혹은 도시외교를 통한 문화 교류는 지속성을 한층 강화해 준다”고 말했다. 앞서 이탈리아 토리노시 시장이 지난달 말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다양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탈리아 대사관에 따르면 이탈리아 최대 항구도시인 제노바 시의 부시장도 곧 방한할 예정이다.

서로의 문화를 즐기는 과정에서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자주 만나면 자연스레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정치와 경제 산업 등 다른 부문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양국 간 교류의 꽃으로는 대학 간 결연을 꼽았다. 가토 대사는“한국과 이탈리아 대학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 문화, 언어, 학술 교류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며 “이탈리아는 기초과학으로 유명한 대학들이 많다. 응용과학 부문이 뛰어난 한국의 대학들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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