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캐즘`인데 배터리 소재는 `수주훈풍`…이유는?

박한나 2024. 9. 2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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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배터리 양극재. LG화학 제공.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국내 양극재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에도 연달아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됨에도 국내 기업들이 지속적인 수주 계약을 체결하거나 양극재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LG화학이 토요타 자동차와 파나소닉의 일본 합작법인인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솔루션(PPES)'에 2026년을 목표로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양사간 협약으로 구체적인 공급물량과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극재 스펙은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4만톤 규모로 추정됩니다.

PPES는 일본 선도 배터리 제조사 중 하나로 토요타 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다수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PPES는 올해 2분기 매출액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1.9%로 글로벌 12위입니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LG화학은 글로벌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 PPES를 신규 고객으로 추가하는 성과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국내 양극재 기업들 중에서 일본 내수시장에 최초 진입한 사례입니다.

LG화학의 양극재는 PPES가 토요타와 파나소닉의 합작사인 만큼 향후 토요타 전기차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LG화학은 PPES의 저탄소 비전에 발맞춰 고성능 배터리 생산과 동시에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혁신적인 소재와 공정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노우호 LG화학 연구원은 "도요타 전기차에서 파나소닉의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애플리케이션 다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며 "2027년 전기차 2차 사이클에 대응하는 수주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올해부터 LG화학의 양극재 외판 비중의 확대가 예상됩니다. LG화학의 양극재 외판 비중은 3%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LG화학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외 고객사 비중을 2030년 40%까지 올린다는 목표입니다.

올해 2월에도 LG화학은 전기차 캐즘에도 미국 1위 자동차기업인 제너럴 모터스(GM)과 2035년까지 약 25조원대의 대규모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양사가 거래할 양극재 물량은 50만톤 이상입니다.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500만대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입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이달 11일 1조8454억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지난해 포스코퓨처엠 매출의 38.8% 수준입니다. 계약은 이날 달러화 기준으로 체결됐으며 종가 환율을 적용해 원화 기준으로 거래액을 공시했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이 1조원 이상의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년 3개월 만입니다. 전기차 수요 정체로 화유코발트와의 음극재 투자를 철회하는 등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체결된 계약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에코프로비엠는 중국 전구체 제조사인 GEM과 손잡고 '제련-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양극소재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을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캐즘 이후의 3, 4년 뒤 존망을 위해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첫 시작으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GEM의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지분을 인수해 전구체에 이어 제련업에 진출했습니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과 허개화 회장은 GEM이 보유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공장 '그린에코니켈' 사업으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제련업 진출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부합하는 니켈 자원 확보를 지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국내 양극재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전기차 시장이 캐즘에도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로 설명합니다. 캐즘의 의미가 과거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전기차가 소위 한 대도 안 팔리면서 성장 자체를 안 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김대기 SNE리서치 부사장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2021년 전년 대비 109% 성장률을 기록한 후 2022년 57%, 지난해 33%로 줄었지만 이는 성장률이 둔화한다는 의미지, 역성장이 아니다"라며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생산을 10% 늘린다고 가정하면 그만큼의 양극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계약 체결이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 양극재 계약이 몰린 이유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양극재의 가격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되는 슬라이딩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양극재의 판매 가격은 가공비(제조 비용)와 재료비(원자재 비용)로 구성되며,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원자재 가격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슬라이딩 방식은 원자재 가격이 변동할 때 배터리 회사와 양극재 회사가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납품 시점의 약 두 달 전 평균 가격 또는 지난 분기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김 부사장은 "연이은 양극재 계약 체결은 주로 배터리 수요 증가와 같은 성장에 대한 기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최근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하락하면서 계약이 체결될 때마다 이를 공시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수주 기반의 사업 특성이라는 설명입니다. 미리 계약이나 주문을 받아 확정된 물량에 따라 생산과 공급을 진행하는 수주 사업상 배터리 소재기업들은 최소 3~4년 전부터 미리 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맞춰 준비하는 장기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은 양극재나 배터리를 어느 업체에서 얼마나 받는지 등의 정보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철저히 막는다"며 "정보가 공개되면 경쟁사들이 이 정보를 바탕으로 '이 회사가 미래에 어떤 차를 얼마나 만들 계획이구나'라는 추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드러나지 않을 뿐 배터리 소재기업들은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미리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물량에 맞춰 공장을 증설하거나 생산 능력을 확충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를 진행해야 한다"며 "수주 기반 사업의 특성상 필수적인 절차이고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소재기업 간의 긴밀한 협업이 장기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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